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재투표·선거무효 가능성은
선거 전체 무효는 높은 문턱…접전 지역 당선무효 다툼 가능성
"피해 규모 파악 전 선관위 판단은 다소 성급"

6·3 지방선거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투표를 하지 못한 채 귀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향후 재투표나 선거무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적 쟁점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결국 실제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 규모와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이 핵심"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투표 못한 사람 얼마나 되나"가 핵심
이어 "독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쟁점이 된 적은 있지만 당시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문제였던 사안"이라며 "실제 투표하려던 사람이 몇 명이었고, 투표하지 못한 채 돌아간 사람이 몇 명인지부터 확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법원이 △실제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 수 △투표용지 부족 이후 선관위의 조치 과정 △해당 인원이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장판사도 "투표를 못한 인원으로 인해 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가 가장 중요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무효보다 당선무효가 현실적?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 의회나 자치단체장 선거의 효력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 선거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관할 선관위에 소청할 수 있고, 해당 소청 결과에 불복할 경우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대법원 또는 관할 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당선 효력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에도 선관위에 대한 소청을 거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선거 전체를 무효로 하는 선거무효소송보다는 접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당선무효 다툼이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거무효가 인정되면 해당 선거 자체를 다시 치러야 하는 만큼 법원이 엄격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청장이나 시의원 선거 등에서 표차가 매우 적었던 지역의 경우 투표하지 못한 인원 규모가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며 "반면 선거 전체를 무효로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거 결과가 근소한 지역에서는 낙선 후보 측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며 개별 당선인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절차 자체의 중대한 하자" 주장 가능성

반면 단순히 투표를 못한 유권자 수와 별개로 선거 관리 절차 자체를 문제 삼는 주장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 부장판사는 "소송이 제기된다면 숫자뿐 아니라 선거 운영 과정에 중대한 절차상 흠결이 있었다는 논리가 제기될 수 있다"며 "국민의 기본적인 참정권 행사 절차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표소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투표가 이어진 점 역시 향후 법적 쟁점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사정이 선거의 공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재선거나 재투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피해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을 내린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표를 하지 못했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그 근거가 먼저 확인돼야 하는데, 아직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사안은 실제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규모가 선거 결과를 뒤집을 정도였는지가 향후 법적 판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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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 treasu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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