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 사망한 인도 호텔 참사..."밀폐된 호텔 '굴뚝'처럼 작용했다"
화재 안전 인증 없는 불법 개조 건축물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 뉴델리 호텔 화재 참사는 당국의 느슨한 안전 규제와 무분별한 불법 증축이 겹쳐 발생한 전형적 ‘인재’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인도 NDTV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뉴델리 남부 말비야 나가르 지역의 ‘플러리시 스테이’ 5층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21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는 지하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길과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번지며 대피하지 못한 투숙객들의 피해가 컸다.
사망자 가운데 17명은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라이베리아 등에서 온 외국인으로 알려졌다. 말비야 나가르에는 인근 병원을 찾는 중앙아시아·아프리카 환자와 이들을 돌보려는 가족들이 장기 투숙하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소규모 호텔이 밀집해 있다. 자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의료를 받기 위해 인도를 찾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호텔 안전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델리 소방서 남부 지역 책임자인 아빌라시 쿠마르 말릭은 현지 매체에 “건물 계단은 엘리베이터 옆에 하나뿐이었고, 창문이 모두 닫혀 환기구나 연기 배출구가 전혀 없이 밀폐돼 있었다"라며 "건물이 불길을 순식간에 끌어올리는 '굴뚝' 역할을 해 투숙객들이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건물 내부에 화재 방지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NDTV는 “호텔은 뉴델리시로부터 최대 6개의 객실을 운영할 허가를 받았지만, 화재 당시 지하 객실을 포함해 25개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불법적으로 증축했다는 얘기다.
참혹한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도 공개됐다. 5층 호텔 건물이 거대한 화염과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고, 옥상에 고립되거나 창문에 위태롭게 매달려 비명을 지르는 투숙객들의 모습이 담겼다. 불타는 건물에서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 위로 뛰어내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한 목격자는 현지 매체에 “연기로 가득 찬 창문 안에서 유리를 두드리다가 이내 자욱한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손들이 보였다”며 “사람들이 갇힌 것을 보고 벽돌로 창문을 깬 뒤 이들이 내려올 수 있도록 밧줄을 던져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인근 가게에서 매트리스를 가져와 바닥에 펼쳤고,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최소 10여 명이 불과 연기를 피해 매트리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다”고 전했다.
인도에서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 불과 1.6km 떨어진 곳에서는 지난달 30일 건물이 붕괴해 6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델리 동부에서도 두 건의 연쇄 화재로 9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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