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숙제 끝낸 李정부…시장에 내밀 부동산 ‘규제 청구서’는 [QnA]
‘핵심지’ 서울 사수 못 해…“규제 속도조절 나설 수도”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됐습니다. 선거철에는 민심을 자극할 만한 예민한 논쟁이 잠시 멈춰 서기 마련이죠. 부동산 규제 논의도 한동안 멈춰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선거가 끝난 지금, 시장의 관심은 다시 규제로 향합니다. 지방선거라는 최대 변수가 사라진 만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드라이브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변수는 있습니다.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이자 부동산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서울을 여당이 사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가 규제 속도 조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앞으로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또 어떤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상 규제책을 짚어봤습니다.

Q. 가장 임박한 규제는 무엇인가.
오는 7월 발표될 세제개편안입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미 부동산 세제 전반을 재정비하는 방안이 상당 부분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부담은 높이고 거래세 부담은 낮추는 방향의 개편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보유세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이나.
종합부동산세율 자체를 올리기보다는, 비교적 정부가 손대기 쉬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면 세율을 바꾸지 않고도 세금을 매기는 기준(과세표준)이 올라가 보유세 부담이 커집니다. 다만 강남권과 한강벨트의 주요 단지들은 추가적인 제도 개편 없이도 이미 올해 보유세가 전년 대비 상한선(150%)까지 차오른 상태라, 실제 세수 증대나 압박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Q. 1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되나.
이번 개편의 핵심 타깃 중 하나가 바로 '비거주 1주택자'입니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보유 및 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혜택을 받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실거주하지 않는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까지 이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거주 요건을 대폭 강화해 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Q. 토지거래허가구역도 확대되나.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묶여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화성시 동탄구, 구리시, 용인시 기흥구 등이 유력 후보지입니다. 동탄과 수원 광교 일대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최근 20억원을 돌파하며 6개월 새 5억원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들 지역은 반도체 벨트 배후지로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수요가 대거 몰려 이미 규제지역 지정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Q. 추가 대출 규제가 나올 수도 있나.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수도권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 대출 규제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가 추가 전세대출로 사실상 갭투자를 이어가는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실수요와 투자 목적 구분이 어려워 한때 무기한 보류 관측이 나왔지만 금융위가 검토 재개를 확인한 셈입니다.
Q. 규제가 강해지면 집값이 잡히나.
지표상으로는 규제 실효성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 주부터 5월 넷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3.68%로 전년 동기(1.83%)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특히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 방침에도 매물 잠김 현상은 뚜렷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월 8만 건을 넘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5월 말 기준 6만2000건대로 오히려 줄어 정체 중입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현재 서울은 매물이 잠기고 공급이 부족한 구조적 요인이 여전해, 일방적 하락보다는 상승과 조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막판 역전패하면서, 여당은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을 내줬습니다. 특히 부동산 세제에 민감한 강남3구와 한강벨트에서 오 후보에게 표가 쏠렸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여당이 무리하게 규제 드라이브를 지속할 경우 수도권 전체 민심이 이반될 수 있어, 하반기 세제 개편의 수위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Q.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어떻게 되나.
정부의 규제 기조와 달리 서울시는 '민간 주도 공급 확대 및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습니다. 5선 고지에 오른 오 시장은 주택 공급 핵심 브랜드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을 가동해 정비사업의 속도와 사업성을 동시에 높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밖에 △2031년까지 주택 31만 호 착공 △임기 3년 내 핵심전략정비구역(8만5000호) 조기 착공 △추진위 단계를 생략하는 '쾌속통합' 도입 △강북 지역 사업성 개선을 위한 '인센티브 6종 세트' 가동 등도 예고됐습니다.
Q. 오세훈 시장의 구상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나.
정부와 국회의 협조라는 거대한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이번 선거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전반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다수의 '여대야소' 구도로 짜였습니다. 야당 소속인 오 시장 입장에서는 시의회는 물론 국회와의 협치가 필수적입니다. 정비사업의 핵심 걸림돌인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은 서울시 조례가 아닌 법 개정과 정부 금융 제도를 손대야 하는 사안입니다.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이견을 보였던 것처럼, 하반기에도 규제 강화를 외치는 정부와 규제 완화를 외치는 서울시가 주요 사업지마다 부딪치며 줄다리기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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