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만 하면 끝? 투표용지도 수급 못한 선거관리위원회 '고질병'

김정덕 기자 2026. 6. 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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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논란
선관위 기능적 개혁 필요 

6·3 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역량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일부에선 '부정선거 논란을 잠재우기보단 되레 키우는 게 중선위'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또다시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졌다.[사진|뉴시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당일(3일) 서울 송파구·서초구·강남구·광진구·동작구와 인천 연수구의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했다. 말 그대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거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투표를 위해 장시간 대기하거나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투표소는 마감 시간이 지나 연장 운영됐고, 중앙선관위 등에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중앙선관위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르자,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3일 오후 9시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사무총장은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면서 "선관위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를 이송했으며, 해당 투표소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는 마감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 문제점ⓛ 해명 설득력 있나= 그렇다면 이 정도 사과로 모든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실 투표율은 선거 당일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 변수가 아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율과 역대 선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표용지 수요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기관이다. 특히 송파구는 서울 지역 내에서도 유권자가 가장 많은 지역(2024년 총선 기준)이자, 투표율이 높은 지역(동작구에 이어 2위)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핵심 업무 중 하나인 투표용지 수급 관리에 실패했다. 선관위 내부의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 때문"이라고 해명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사진|뉴시스]
더 큰 문제는 선관위 내부 관리 시스템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은 뒤 투표소 밖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현장에 혼선이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지만, 투표용지 관리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외에도 선거인 명부를 누락하거나 타 선거구 투표용지를 잘못 교부하는 등의 일이 역대 선거 때마다 발생했다. 실수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건 선관위 내부에서 개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 문제점② 조직 내부 시스템 정상 작동하나 = 고질병이 돼버린 선관위 전·현직 직원들의 조직적인 인사 비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문제다. 지난해 감사원은 선관위의 채용·인사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선관위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서 가족·친척 채용 청탁, 면접 점수 조작, 증거자료 은폐 시도 등 광범위한 인사 비리가 있었다. 이후 선관위는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관위가 기본적인 선거 관리에 실패하면서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재점화하고 있다.

물론 채용 비리 문제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성격이 다른 문제다. 하나는 조직 내부의 인사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 현장의 운영 문제다. 하지만 두 사건이 모두 조직 내부에서 정상적으로 운영·점검·통제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남겼다는 점에서는 맥이 같다. 인사 관리든 선거 관리든 기본적인 절차와 원칙을 지키는 조직 문화가 확립돼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 원인① 독립기관의 특수성 = 그렇다면 왜 선거 때마다 선관위의 선거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생기는 걸까. 전문가들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특수한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는 대신 외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조직 차원의 책임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거다.

■ 원인② 현장의 한계 = 현장 운영 시스템의 한계도 문제로 꼽힌다.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대규모 단기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현장 경험과 교육 수준에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선거 관리 업무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데, 조직 운영 방식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3일 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항의차 중앙선관위를 방문했다.[사진|뉴시스]
이번 사태를 두고 선관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건 그래서다. 투표용지 부족, 사전투표 관리 부실, 행정 착오와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선거 결과와 별개로 민주주의 제도에 관한 신뢰도 깨질 수 있다.

선관위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표가 종료되면 즉시 이번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연 선관위는 '혁신'할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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