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서재] 자모음 암기를 넘어 놀이와 맥락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이 첫 언어 혁명

장선영 기자 2026. 6. 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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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문해력,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사진제공=출판사

[한국독서교육신문 장선영 기자]

최근 교육계와 미디어를 막론하고 가장 뜨겁게 떠오른 화두는 단연 '문해력'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평생의 사고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부모가 자녀의 문해력 교육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관심이 깊어질수록 부모들의 고민과 불안 역시 정비례한다. '학습지를 언제 시작해야 할까?', '한글 떼기는 빠를수록 좋다는데 지금 자모음 받아쓰기라도 시켜야 하는 걸까?'와 같은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아이에게 연필을 쥐여주고 재미없는 기억자, 니은자를 반복해 쓰게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늘 착잡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문해력 전문가이자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인 최나야 저자는 신간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해력 수업 : 유아편』을 통해 이러한 부모들의 불안을 단숨에 해소해 준다. 저자는 한글 학습을 자음과 모음 쓰기의 지루한 반복으로 채워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경고한다. 대신 아이가 본격적인 읽기와 쓰기에 들어가기 전, '재미'와 '배움'이 결합한 맥락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한글 읽기와 쓰기에 조금씩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한 만 4~5세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게 집에서도 쉽고 완벽하게 실천할 수 있는 엄마표 문해력 교육의 비밀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지침서다.

지루한 문자 암기를 깨부수는 '맥락 중심 문해 활동'

기존의 유아 한글 교육이 통글자 암기나 자모음 결합이라는 다소 기계적인 방식에 머물렀다면, 최나야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철저하게 '그림책을 활용한 놀이와 대화'에 방점을 찍는다. 유아기 문해력의 핵심 요소는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기술이 아니다. 소리의 단위를 구별해 내는 음운론적 인식, 풍부한 어휘력,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추론하는 이야기 이해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진정한 문해력의 기초가 다져진다.

이 책은 글자를 가르치기 전에 아이가 책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부모가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나누는 사소한 대화와 상호작용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언어의 규칙을 깨닫고 세상에 대한 사고력을 넓혀간다. 글자라는 딱딱한 기호가 아닌,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는 맥락 속에서 글자를 만날 때 아이들의 뇌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아동 언어·인지 연구진과 함께 오랜 기간 검증해 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정에서 부모가 교사가 되어 편안하고 즐겁게 수행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해력 수업의 표준을 제시한다.

서울대 연구진이 엄선한 40권의 그림책과 부모 지도안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이론적 당위성에 그치지 않고, 오늘 당장 거실 바닥에 앉아 아이와 함께 펼쳐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책은 만 4세와 만 5세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각각 20권씩, 총 40권의 엄선된 그림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만 4세 섹션에서는 『고구마구마』, 『빵도둑』, 『거꾸로 토끼끼토』 등 아이들의 상상력과 흥미를 극대화하는 책들을 배치하여 언어에 대한 재미를 붙이게 돕는다. 이어지는 만 5세 섹션에서는 『우리가족 말사전』, 『감정호텔』, 『경고! 이 책을 읽지 마세요』 등 조금 더 깊이 있는 사고와 다채로운 감정, 사회적 관계를 다루는 책들을 통해 어휘와 문장 구조를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각 그림책마다 수록된 '부모 지도안'은 그야말로 엄마표 독서 교육의 든든한 나침반이다. "책 다 읽었으니 느낀 점이 뭐야?" 같은 지루하고 방어적인 질문 대신, 아이의 눈높이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음운 인식을 도울 수 있는 세련된 발문법을 일러준다. 예컨대 책 속 단어의 소리에 집중해 보거나, 다음 장에 이어질 내용을 함께 추론해 보는 등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대화 유도 방식을 체계적으로 매뉴얼화하여 부모의 말문이 막히지 않도록 돕는다.

오감으로 즐기는 120가지 통합 문해 활동 워크북

본 책과 함께 별도로 제공되는 아이용 워크북은 이 책을 완성하는 최고의 무기다. 책 속에 소개된 40권의 그림책을 바탕으로 무려 120가지에 달하는 다채로운 문해 활동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단순히 연필을 쥐고 글자를 받아쓰는 지루한 노동에서 벗어나, 직접 손으로 쓰고,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활동을 통해 온몸으로 문해력을 체득한다.

이 통합 문해 활동은 한글의 가장 기초적인 소리 구별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문장을 완성해 나가는 단계까지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다. 아이들은 워크북 활동을 공부가 아닌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하게 된다. 손을 움직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이는 곧 책 읽기와 한글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내재적 동기로 이어진다. 아이의 현재 문해력 수준이나 관심도에 따라 난이도를 유연하게 조절하며 활용할 수 있어, 발달 속도가 제각각인 유아기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독서의 지평을 넓히는 확장 시나리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차별점은 단 한 권의 그림책을 읽는 것으로 활동을 끝내지 않고, '주제별 추천 그림책 5권' 리스트를 통해 독서의 지평을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하나의 텍스트에서 얻은 흥미와 개념을 연관된 다른 책으로 연결해 주는 이 방식은 아이가 깊이 있는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비슷한 주제나 어휘를 가진 다른 그림책들을 교차해 읽으면서 아이는 이미 배운 단어와 문맥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법을 배운다. 이는 어휘의 고착화를 막고 유연한 언어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훌륭한 독서 교육법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매번 "다음엔 무슨 책을 읽어줘야 하지?"라는 도서 선택의 고민에서 벗어나, 전문가가 검증한 신뢰도 높은 도서 목록을 바탕으로 거대하고 체계적인 거실 도서관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아이 평생 국어 실력을 결정할 골든타임

유아기는 언어 발달의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시기이자, 책과 글자에 대한 첫인상이 결정되는 일생의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에 억지로 떼밀려 학습하듯 배운 문자는 아이에게 읽기의 즐거움을 앗아가고, 장기적으로는 책을 멀리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기 쉽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해력 수업 : 유아편』은 공부라는 무거운 외투를 벗겨내고, 놀이와 교감이라는 따뜻한 옷을 입힌 진짜 문해력 교육이 무엇인지 몸소 증명해 내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한글 습득의 속도가 아니다. 부모와 아이가 그림책을 사이에 두고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가위질하고, 깔깔거리며 웃는 그 모든 맥락 중심의 시간 속에서 아이의 평생 국어 실력의 기초가 단단하게 다져진다는 사실이다. 아이에게 억지 공부를 시키며 죄책감과 피로감을 느끼던 부모들에게, 그리고 아이의 문해력 첫걸음을 어떻게 떼어주어야 할지 몰라 밤마다 육아 커뮤니티를 헤매던 이들에게 이 책은 명쾌하고 명확한 해답을 건넨다. 이제 이 든든한 가이드북과 함께 거실을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살아 있는 문해력 교실로 바꾸어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