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외면하는 트럼프…해양기후 관측장비 철거 시작

김혜지 2026. 6. 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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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모션엘리먼츠)

트럼프 행정부가 허리케인과 엘니뇨, 해양열파 등 해양 기후를 관측하는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 바다에 설치된 해상관측 장비들이 철거되면서 앞으로 해양기후의 장기적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해양관측이니셔티브(OOI·Ocean Observatories Initiative)' 관련 예산 축소에 나섰다. OOI는 해류 변화, 해수온 상승, 해양 생물다양성, 기후변동 등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미국의 핵심 해양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OOI는 약 3억6800만달러(약 5000억원)를 들여 미국 동·서부 연안과 알래스카, 북대서양 그린란드 인근까지 900개 이상의 심해 관측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해류와 기후변화를 장기 추적하는 핵심 지점으로 꼽히는 오리건·워싱턴 연안 해역과 알래스카, 노스캐롤라이나 해역,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이르밍어해(Irminger Sea)까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최근 공지를 통해 이들 지역의 "모든 해상 관측 인프라(in-water infrastructure)를 철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부터 일부 장비 철거가 시작되며, 주요 관측망 해체는 2027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NSF는 "변화하는 과학 우선순위와 자원 운용 효율화를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과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OOI는 원래 25~30년간 장기 관측을 목표로 설계됐는데 이를 10년만에 사실상 해체하는 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엘니뇨·라니냐, 해양 열파, 대서양 해류 순환 변화 같은 장기 기후 패턴은 수십 년 단위 데이터가 핵심인데, 관측이 중단되면 연구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칼리지의 해양생지화학자 힐러리 팔레브스키 교수는 "OOI의 가장 큰 강점은 고비용 장비와 심해 인프라를 개별 연구자들이 직접 구축하지 않아도 장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시스템이 사라지면 대체하기 어려운 데이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기후 예산 축소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NSF 예산을 약 55%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기후 및 해양 연구 지원도 줄이고 있다. 과학계는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시점에 눈을 감는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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