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그 투수’ 산체스의 무실점 행진 결국 멈췄지만… 63초 동안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메이저리그(MLB) 최고 좌완 크리스토페르 산체스(필라델피아)의 역사적인 무실점 행진이 50.2이닝에서 멈췄다. 오렐 허샤이저의 대기록까지 8.1이닝이 모자랐다.
산체스는 4일 필라델피아 홈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 7회 실점했다. 2사 후 타이 프랑스에게 2루타를 맞았고, 후속 잭슨 메릴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유격수 옆을 빠져나간 타구를 주워든 필라델피아 좌익수 브랜든 마시가 홈을 향해 공을 뿌렸지만 옆으로 빗나갔다.
지난달 1일부터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된 무실점 행진이 막을 내렸지만 산체스는 의연하게 다음 공을 던질 준비를 했다. 팬들은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홈 관중 모두가 자리에 일어나 박수로 에이스를 향해 경의를 표시했다. 디에슬레틱은 “(기립박수로 인해) 산체스가 다시 공을 던지기까지 63초가 걸렸다. 63초 동안 경기장은 함성과 박수로 가득 찼다”고 적었다.
1분여 만에 다시 공을 던진 산체스는 후속 타자를 잡아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산체스는 7이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고, 바로 다음 이닝 필라델피아 타선이 2점을 올리며 시즌 7승째를 올렸다. 필라델피아는 샌디에이고를 3-2로 꺾었다.
산체스는 이날 7회 2사까지 실점 없이 샌디에이고 타선을 막아내며 50.2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MLB 역대 5위, 1920년 이후 ‘현대야구’ 기준으로는 1988년 허샤이저의 59이닝, 1968년 돈 드라이스데일의 58이닝 연속 무실점에 이은 3위 기록이다.
좌완 기준으로는 역대 최장 이닝 무실점 기록을 작성했다. 산체스는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명예의전당 헌액 좌완인 칼 허벨이 1933년 달성한 45.2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넘어섰다.

돈 매팅리 필라델피아 감독 대행은 “이런 장면은 자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본 것들 중 이보다 더 뛰어난 게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최고 스타 브라이스 하퍼는 “산체스의 기록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사실 이런 투구를 정말 오래 해왔다. 솔직히 말해 몇 년은 계속 이런 기록을 이어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웃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위력을 과시했던 산체스는 현시점 세계 최강의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13차례 선발 등판에서 86.1이닝 103탈삼진 평균자책 1.46을 기록 중이다. 지난 5월은 39이닝 무실점으로 허샤이저와 함께 MLB 역사상 ‘유이’하게 무실점으로 한 달을 마친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완벽한 한 달을 보낸 산체스는 이날 경기 시작 몇 시간 전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 상을 차지했다. 38.1이닝 1실점의 제이컵 미저라우스키와 각축했지만, 무실점 투수 외에 달리 선택지는 없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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