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눈' 영철, '천 개의 문' 동만, '천 개의 얼굴' 구교환 [RE:인터뷰③]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배우 구교환이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와 영화 '군체'로 연이어 대중을 찾았다.
구교환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24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와 영화 '군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 황동만(구교환)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유종의 미를 거둔 '모자무싸'에서 구교환은 8인회 멤버이자 20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 중인 황동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화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구교환은 극 중 천재 생물학자이자 감염 사태의 시작점이 된 서영철 역을 맡았다. 자신이 백신이라고 주장하는 서영철은 감염자들을 이끄는 중심인물로, 구교환은 특유의 강렬한 존재감으로 극의 긴장감을 이끌었다.
드라마 종영과 영화 개봉이 맞물리며 연달아 대중과 만나게 된 구교환은 "길을 걷다 보면 '동만아'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계신다"며 "시청자분들, 관객분들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친해지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더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없다. '모자무싸'의 황동만도, '군체'의 서영철도, '만약에 우리' 은호도, '꿈의 제인' 제인도 모두 소중하다"며 "어떤 인물이든 캐릭터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그 자체로 작품 세계를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 어떤 상보다 기분이 좋다"고 진심을 전했다.
구교환은 작품마다 서로 다른 얼굴의 캐릭터에 자신만의 개성을 녹여내며 독보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캐릭터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구교환은 "나는 내 작품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누가 '이 작품 좋아하는 사람 나와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나가야 한다. 누구보다 작품의 덕후이고, 아마 1호 팬일 것"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취향이라는 건 참 다양하다. 나를 덕후로 만드는 요소도 늘 다르다"며 "감독님 때문일 때도 있고, 상대 배우 때문일 때도 있고, 시나리오 때문일 때도 있다. 이상형이 한결같지 않은 것처럼 작품의 다양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화 '군체'에서 구교환은 100명의 감염자와 하나의 의식을 공유하는 듯한 독특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혼자 하는 연기가 아니라서 더욱 즐거웠다"며 "감염자들의 움직임을 내 시선에서 관찰했다. '모자무싸'의 황동만이 천 개의 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서영철은 천 개의 눈을 가진 사람 같았다. 감염자들과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극 중 안면 근육을 활용한, 이른바 '마그네슘 부족 액션' 역시 연상호 감독과의 긴밀한 논의를 통해 완성됐다. 그는 "시나리오에 이미 표현이 돼 있었다"며 "무엇보다 연 감독님이 행위적으로 시그니처가 될 만한 동작을 원하셨다. 직접 보여주시기도 했고 레벨과 강도까지 세세하게 정해주셨다"고 회상했다.
AI를 통한 보편적 사고의 총합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군체'는 집단지성과 개인의 개별성이라는 주제를 좀비 장르에 담아 색다르게 풀어냈다. 구교환은 "연상호 감독님의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고 오시지만 그 안에 시대와 현재를 담아낸다"며 "이야기꾼으로서의 태도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상대를 가르치려 하기보다 엔딩 이후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주제를 던져주신다"며 "감독 지망생으로서도 닮고 싶은 부분"이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모자무싸'의 황동만과 '군체'의 서영철은 장르부터 캐릭터의 결까지 완전히 다르다.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인물부터 비현실적인 세계관 속 인물까지, 구교환은 천 개의 얼굴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매번 색다른 그의 모습에 관해 구교환은 "작품의 분위기가 나를 바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체'의 분위기가 서영철의 건조하고 찝찝한 면을 표현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화가 나 있고 무표정한 모습이 된다. '모자무싸'에서는 작가님의 주옥같은 대사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기 위해 수없이 곱씹어 대사를 뱉었다"면서 "그렇게 작품마다 다른 옷을 입게 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웃었다.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구교환은 감독으로서도 대중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감독으로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와 야망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영화 '너의 나라' 후반 작업도 하고 있고, 이옥섭 감독과 함께 운영 중인 2X9프로덕션을 통해서도 또 인사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구교환은 "조금만 더 관심을 보내주신다면 배우뿐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또 다른 도전을 예고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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