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 생존율 74%인데 수익은 적자?… ‘제2의 구글’ 막는 후속투자 공백

유진아 2026. 6.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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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기업 수 13년 새 3배↑에도 수익성 악화
한은 "스케일업 단계에서 성장사다리 끊겨"
[한국은행 제공]


대학 혁신창업 기업들이 높은 생존율 등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익성 악화·자금난으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 연구개발(R&D) 기간과 후속 투자 공백 탓에 사업 확장 단계에서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대학 원천기술이 상용화로 이어지려면 대학 내부 제도 개선부터 공공 조달과 민간 투자 연계까지 성장 단계별 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전망보고서' 중장기 심층연구에 따르면 소재지 기준 대학 창업 기업 수는 2011년 987개에서 2024년 2887개로 약 3배 증가했다. 대학 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74%로 일반 창업 기업(33.8%)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5.4%)을 크게 웃돌았다.

대학 창업 인프라도 확대됐다. 창업 담당 교원·직원 수는 2011년 약 700명에서 2024년 약 2200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창업 관련 강좌 수와 이수자 수도 각각 6배, 3배 증가했다. 정부 지원과 대학 인프라 확충으로 창업 저변 자체는 넓어진 셈이다.

문제는 양적 성장이 사업화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대학의 기술이전율은 26%로 미국(40.9%)과 영국(61.0%)을 밑돌았다. 기술이전 이후 실제 수익이나 매출이 발생한 이전기술 비율도 2019년 26.6%에서 2023년 19.2%로 낮아졌다.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도 시간이 갈수록 수익성이 나빠졌다. 2015~2019년 설립돼 5년 연속 매출이 발생한 대학 창업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년 차 1.2%에서 5년 차에 -3.3%로 떨어졌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비용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앞지른 영향이다. 부채비율도 159.2%로 제조 중소기업 평균(111.2%)을 크게 웃돌았다.

정종우 한은 인구노동연구실 과장은 "대학 혁신 창업이 정부 정책 등의 노력으로 가시적인 성장을 보여왔지만 이제는 기업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질적 전환, 즉 성장사다리 구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후속투자 공백에 '두 번째 죽음의 계곡'

한은은 대학 혁신창업 기업들이 초기 창업 단계뿐 아니라 스케일업 단계에서도 자금난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일반 창업 기업은 시제품 출시와 시장 진입 전후로 자금난을 겪은 뒤 상황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학 혁신창업 기업은 시제품을 만든 뒤에도 기술 실증과 인증, 추가 R&D, 시장 진입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한은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 창업 유경험자의 46.3%는 최근 3년간 외부 자금조달에 실패했다고 답했다.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핵심 경쟁력인 연구개발 투자도 위축됐다. 대학 창업 기업의 평균 R&D 지출액은 약 3억원으로 첨단 업종 벤처기업 평균인 약 7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 과장은 "대학 혁신 창업 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크게 두 번의 자금난, 즉 두 번의 죽음의 계곡을 겪게 된다"며 "시제품을 출시한 이후에도 꾸준한 R&D가 이뤄져야 하고 글로벌 인증을 받거나 실제 시장에 진입하는 데도 다른 기업들에 비해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후속 투자와 회수 단계의 제약도 컸다. 국내 창업 기업의 회수 시장은 기업공개(IPO)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IPO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4.7년에 달했다. 일반지주회사 벤처캐피탈(CVC)에 대한 규제도 인수합병(M&A) 수요자 풀을 좁혀 IPO 이전 중간 회수 경로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대학 혁신창업의 성장사다리를 잇기 위해 대학 거버넌스 개혁, 공공부문의 수요자 역할 확대, 민간 투자 유도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원 업적평가에 기술이전과 창업 실적을 반영하고 공공조달 과정에서 대학 창업 기업이 첫 매출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범구매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재산권(IP) 담보 특례와 매출연동상환 방식 등 대체 금융 수단도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정 과장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대학 내부의 제도 정비"라며 "교원 평가라든지 겸직, 기술 이전 절차 등의 규정 개선은 재정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성장사다리의 첫 단을 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정책이 만능이라기보다는 성장사다리의 단계가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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