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0만마리 수입하던 터봇 종자… 제주서 국산화 길 열렸다
중국산 종자 의존 낮출 기반 마련
2개 종자업체 수정란 분양 뒤 생산 성공
어가 부담 완화·양식 품종 다변화 기대
우량 친어·초기 자어 사육기술 고도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양식산업이 수입에 의존해 온 터봇 종자의 국산화 기반을 마련했다. 연간 100만마리를 넘나들던 터봇 종자 수입 구조를 제주 자체 수정란 생산과 민간 종자 생산 체계로 바꾸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일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터봇 수정란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민간 양식어가에 보급하는 방식으로 종자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터봇은 20도 이하 수온에서 자라는 냉수성 어종이다. 국내에서는 '찰광어'로도 알려져 있다. 제주에서는 2010년부터 본격 도입됐고, 동부지역 지하해수를 활용하는 일부 양식장에서 양식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산 터봇은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된다.
문제는 종자 의존도였다. 제주에서 터봇은 최대 20여개 양식장에서 생산돼 왔지만, 종자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왔다. 종자 수입이 막히거나 가격이 오르면 양식어가의 생산 계획과 경영 부담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제 터봇 종자 수입량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기준 2022년 106만마리, 2023년 115만마리, 2024년 135만마리로 늘었다. 2025년에는 37만마리로 줄었지만, 수입 의존 구조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해양수산연구원은 이를 줄이기 위해 친어 확보부터 성 성숙 유도, 수정란 생산, 종자생산 기술 개발까지 단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다. 터봇은 수온과 성숙 조건, 초기 자어 사육 안정성이 종자 생산의 관건이다. 수정란을 안정적으로 확보해도 민간 종자업체가 치어까지 키워내지 못하면 공급 체계가 완성되기 어렵다.

성과는 최근 민간 생산 단계에서 확인됐다. 연구원이 2023년과 2024년 수정란을 보급한 결과 1개 업체가 종자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는 2개 종자 생산업체에 수정란을 분양했고, 두 업체 모두 생산에 성공했다.
이번 성공은 연구기관의 기술 확보와 민간업체의 생산 역량이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원이 수정란을 공급하고 민간 종자업체가 이를 치어 생산으로 이어가면, 양식어가는 수입 종자 대신 국내 생산 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제주도는 자체 자급 가능성이 높아지면 양식어가의 경제적 부담이 줄고 대외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종자 수입 비용과 수급 불안이 완화되면 터봇 양식의 생산 계획을 더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터봇 종자 국산화는 제주 양식산업 다변화와도 맞물린다. 제주 양식은 광어 중심 구조가 강하다. 특정 품종 의존도가 높으면 가격 변동과 질병, 소비시장 변화에 취약하다. 터봇처럼 수출 가능성이 있는 대체 품종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으면 제주 양식산업의 위험 분산과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된다.
남은 과제는 생산 안정화다. 해양수산연구원은 우량 친어 선발과 성 성숙 유도 조건을 정립하고, 산란시기 조절과 초기 자어 사육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수정란 생산부터 종자 생산, 양식어가 공급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안정화해야 수입 대체 효과가 커질 수 있다.
강봉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장은 "그동안 축적한 연구와 양식어가의 노력이 더해져 국산 터봇 종자 공급 체계의 기반이 마련됐다"며 "수정란 공급과 민간 종자 생산력을 긴밀히 연결해 공급망을 안착시키고 양식 품종 다변화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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