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쇠 방울 ‘워낭’, 한반도 평화 지키는 액막이로”
인사동서 ‘한반도 평화-워낭소리’ 개최
농경문화 연관 대표유물 250여점 공개
생명·평화의 의미 담은 선조 지혜 함축
![이영화 비움박물관 관장이 워낭 100여점을 비롯해 농경 문화와 서민의 삶을 보여주는 민속품으로 오는 10일부터 한 달여간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기획전 ‘한반도의 평화-워낭소리’ 전시를 진행한다. [비움박물관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4/ned/20260604114027721kfsg.jpg)
![비움박물관의 ‘워낭’을 주제로 한 설치작품. [비움박물관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4/ned/20260604114027970azny.jpg)
“과거 소를 지키던 ‘워낭’처럼, 이번 전시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정신적 액막이가 되고, 버려진 것들 속에서 사라진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영화 비움박물관 관장은 2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한반도의 평화-워낭소리’ 개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평화가 전제되어야만 환경도, 물질적 풍요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6 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및 투어 지원사업’에 선정돼 마련됐으며, 오는 10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린다.
비움박물관은 2016년 개관한 광주 소재 사립 민속박물관으로, 이 관장이 50여년간 수집한 한국 근현대 생활 유물은 약 3만점에 달한다. 출산 문화에서 장례 문화까지 삶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유물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가운데 농경문화와 서민의 삶을 보여주는 민속품이 공개된다. 워낭 100여점을 비롯해 모란 자수·병풍 50여점, 농경 생활용품 100여점이 포함됐다.
전시의 중심에는 소의 목에 달았던 놋쇠 방울 ‘워낭’이 있다. 과거 농부들은 재산 목록 1호였던 소를 보호하기 위해 뱀이 싫어하는 놋쇠로 워낭을 만들었다.
소가 움직일 때 나는 방울 소리와 놋쇠 냄새로만 뱀을 쫓아내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위험을 막아낼 수 있었다. 선조들의 지혜로 만든 일종의 ‘액막이’인 셈이다. 전시는 이러한 전통적 삶의 방식 속 생명 존중의 가치가 오늘날 한반도의 평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관장은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가치는 부귀영화가 아닌 평화”라며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소를 지켜낸 워낭의 지혜처럼,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정신적 액막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희미해진 인간적 도리와 생태적 가치에 대한 성찰도 제시한다. 오랜 시간 사용된 생활 유물은 단순한 옛 물건이 아니라, 시대의 가치와 공동체의 윤리를 담은 기록이라는 시선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서구 중심 물질문명 추종 과정에서 심화된 환경 파괴, 공동체 해체, 정신적 결핍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겼다.
이 관장은 “농경시대에는 글자를 몰라도 아이들에게 사람의 도리와 하늘의 무서움, 부끄러움을 먼저 가르쳤다”며 “지금은 출세와 물질만을 좇다 보니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움박물관의 조각보도 이번 전시에 출품될 예정이다. 과거 의류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이어 만든 것이었으나, 유럽 작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예술품으로 재조명됐다. 지난해에는 소설가 한강의 고향인 광주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랑스 북 콘서트 연계 행사에 초청돼 현지에서 두 달간 전시되기도 했다. 조상이 남긴 생활 유산에 현재를 관통하는 예술성과 가치가 숨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관장은 “광주비엔날레 참석차 비움박물관을 찾아온 유럽 작가들은 조각보를 보고 몬드리안의 회화에 비견될 만큼 예술적이라고 평가했다”면서 “생계를 위해 만들어졌던 수공예품이 현대에 이르러 예술로 재조명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전시회에서는 광주 지역 작가와 협업한 작품 49점도 선보인다. 전통의 지혜를 현대 예술 언어로 재해석하는 시도로, 민속품과 설치예술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단순한 민속 유물 소개를 넘어, 물질 중심 사회 속에서 잃어가고 있는 정신적 뿌리를 되짚는 노력도 이어진다. 산업화 이후 단절된 생활문화의 맥락을 복원하고, 이를 미래 세대와 연결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 관장은 “해외에서는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유물을 정작 우리는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사실이 씁쓸하다”며 “전시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간직해왔는지 되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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