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과세, 형평성 놓고 ‘시끌’
1000만원 벌면 주식 0·코인 165만원
건보료 영향, 손실 이월공제 부재 논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디지털자산 과세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제도는 디지털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연 250만원 초과분에 20%, 지방소득세 포함 총 22%를 부과한다. 디지털자산 업계를 비롯해 학계, 투자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면서 시행 전까지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겸 한양여대 교수는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에서 현행 과세안이 조세평등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연간 1000만원의 투자 수익이 발생했을 때 일반 주식 투자자는 세금을 내지 않지만, 디지털자산 투자자는 22% 세율이 적용돼 16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폐지 논리가 디지털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자산에만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주식 양도차익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가 크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국내 주식의 경우 대주주만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전면 폐지되면서 주식 양도차익의 비과세 구조는 사실상 고착됐다. 디지털자산업계는 “동일한 자본이득임에도 투자처가 디지털자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큰 세 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자산의 기타소득 분류는 건강보험료 문제로도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식 양도소득은 건보료 산정에 포함되지 않지만, 디지털자산은 기타소득이기 때문에 건보료에 반영된다.
손실 이월공제 부재도 쟁점이다. 디지털자산 투자자가 2027년 500만원 손실을 보고 2028년에 1000만원 수익을 올리더라도 이전 손실은 반영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2028년 수익 1000만원 전체에 세금이 부과된다.
업계에선 해외 사례를 볼 때 과세 제도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는 2022년 1월 디지털자산 수익에 30% 소득세를 도입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모든 거래에 1% 거래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제도 시행 직후 인도 주요 거래소 와지르X(WazirX)의 거래량은 68% 감소했으며, 코인DCX(CoinDCX)는 83%, 제브페이(ZebPay)는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도 2017년 디지털자산 소득을 ‘잡소득’으로 분류하고 개인소득세에 주민세 10%를 더하는 과세 체계를 도입했다. 기업이 디지털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매년 말 시세를 평가해 약 30%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이러한 과세 제도는 일본의 유망 블록체인 스타트업들과 인재들이 잇달아 싱가포르와 두바이로 떠나는 ‘웹3 엑소더스(Web3 Exodus)’를 촉발했다.
결국 일본은 기업이 장기 보유한 디지털자산의 연말 시가 평가 과세를 면제했다. 디지털자산을 금융상품 체계에 편입시키고 손실 이월공제 허용, 20.315%의 단일 세율 분리과세를 골자로 한 세제 개정도 추진 중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투자자 보호 장치와 제도 정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과세를 강행할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례를 보면 디지털자산 과세의 성패는 ‘과세를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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