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7개국 전원, 우크라이나 가입 협상 첫 단추 합의···신속 가입 가능성은 미지수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전원이 우크라이나·몰도바와의 EU 가입 협상 1차 클러스터(분야) 개시에 합의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스비리덴코 총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를 통해 “EU 회원국 전체가 녹색 신호를 켰다”며 “EU 가입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EU 가입은 후보국 지위 획득한 이후 33개 정책 분야를 6개 협상 클러스터로 묶어 차례대로 협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각 클러스터 개시와 종결에는 EU 27개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1차 클러스터 ‘기본 분야’는 법치·민주주의·사법제도 등을 다룬다.
이번 합의는 약 2년간 협상을 가로막아온 헝가리가 거부권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졌다. 이날 페테르 마자르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헝가리계 소수민족 10만 명의 언어·교육·문화적 권리 보장에 합의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마자르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합의 내용을 법제화하고 EU 가입 행동계획에 반영한다면, 헝가리는 1차 가입 클러스터 개시에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내 헝가리계 소수민족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고, 장기 집권해온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 체제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반대해왔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헝가리 대사가 이날 대사회의에서 돌연 1차 클러스터 개시에 대한 유보 입장을 거뒀다. EU 이사회는 우크라이나·몰도바에 서한을 보내 1차 클러스터 개시 의사를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톰 너털 독일 담당 수석 특파원 겸 베를린 지국장은 팟캐스트 ‘디 인텔리전스’에 출연해 “미국이 손을 뗀 상황에서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떠맡게 된 흐름의 일부”라고 진단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목표로 삼는 2027년 가입조약 서명과 EU 내부의 회의론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너털 지국장은 “우크라이나는 EU에서 가장 가난한 회원국 불가리아보다도 훨씬 가난하며, 부패와 법치 문제를 안고 있는 큰 나라”라며 “EU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짚었다.
마자르 총리 역시 “헝가리는 여전히 가속화된 EU 가입 협상을 지지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가 10년 또는 15년 안에 33개 분야 협상을 모두 종결할 경우 (EU 가입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EU 회원국들은 국회 비준을 통해 신규 가입 절차를 마무리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유럽 안보를 지키는 파트너로 자임하며 신속한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제안한 EU ‘준회원국’ 방안을 “대기실에 우리를 가두는 것”이라며 즉각 거부한 바 있다. 준회원국은 회의 참석은 가능하지만 투표권이 없다.
너털 지국장도 “미국의 개입 축소, 헝가리의 정권 교체,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열린 외교적 가능성” 등 세 가지 이유를 들면서 “(러·우 전쟁이) 이제 유럽이 관리해야 할 전쟁이 됐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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