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의 하트보다 중요한 건 비즈니스…어떻게 엔비디아를 활용할 것인가

권순우 기자 2026. 6. 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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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 엔비디아 CEO의 한마디와 한 장의 이미지가 한국 증시를 흔들고 있다. GTC 2026 타이페이 무대에서 네이버클라우드 옆에 하트가 붙고 현대차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사례로 등장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젠슨황은 미래학자가 아니라 솔루션을 파는 사람이다. 엔비디아는 한국 기업에 돈을 주는 회사가 아니라 많은 경우 한국 기업이 돈을 내고 써야 하는 인프라 회사다. 한국 기업들은 젠슨황의 언급에 감격하는 것을 넘어 엔비디아 인프라 위에서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지 보여줘야 한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엔비디아가 부품 단위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구성하는데 있다. 특히 에이젠틱AI 시대에 맞춰 CPU까지 통합한 토큰 팩토리를 보여줬다. 어마어마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굉장히 설득력 있는 발표였다. 과거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GPU였다. AI 학습과 추론에서 병렬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칩을 공급하는 회사였다. 이후 HBM과 NV링크와 네트워크 장비를 묶으며 서버 단위의 경쟁력을 키웠고 이제는 CPU까지 직접 설계해 베라 루빈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개념은 에이전틱 AI다. 기존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질문하면 답을 내놓는 방식이었다. 반면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호출하며 작업을 수행한 뒤 결과를 검증하는 구조다. 예컨대 출장 일정을 짜 달라고 하면 단순히 일정을 텍스트로 제안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항공권 예약 앱을 열고 호텔 예약 사이트를 확인하고 출장 규정을 찾아보고 결제와 문서 작성까지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변화는 컴퓨팅 구조 자체를 바꾼다. 사람이 키보드와 마우스로 천천히 명령을 내리는 시대에는 GPU의 연산 속도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여러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호출하고 기계끼리 초고속으로 명령을 주고받는 시대에는 CPU와 메모리와 네트워크가 함께 빨라져야 한다. 엔비디아가 베라 CPU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GPU만 빠른 시스템은 에이전틱 AI 시대에 병목을 만들 수 있다. 엔비디아는 CPU와 GPU와 네트워크와 메모리를 하나의 AI 팩토리로 묶어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토큰을 생산하는 인프라를 팔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엔비디아의 루빈 CPU가 인텔, AMD 등 기존 CPU의 강자에 비해 월등히 좋은 칩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에이젠틱AI 구현에 필요한 CPU의 기능을 극대화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역폭 등이 10~20% 개선된 정도가 아니라 300%나 높다.

토큰 팩토리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앞으로 AI 산업에서 상품의 원가는 토큰 생산 비용으로 환산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디자인이나 설계나 소프트웨어 결과물이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제는 AI가 명령을 받아 결과물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소비되는 원가 단위가 토큰이다. 결국 같은 전력과 같은 비용으로 얼마나 많은 토큰을 생산하느냐가 AI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이 된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를 묶으면 가장 효율적인 토큰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용 AI PC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RTX 스파크로 대표되는 새로운 AI PC 구상은 단순히 엔비디아 브랜드 노트북을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아수스와 델과 기가바이트와 레노버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PC 제조사들이 완제품을 만들고 엔비디아는 그 안에 들어가는 AI 연산 시스템을 제공하는 구조다. 사용자는 클라우드 서버에 매번 접속하지 않고 자기 PC 안에서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다. 이 경우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오가지 않아 개인정보 측면에서 유리하고 사용량 기반 과금 부담도 줄어든다. 개인용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장기 기억을 보유하고 각종 앱과 장치를 제어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과 컴퓨터의 사용 방식이 달라질 때 그에 최적화된 PC 시스템을 엔비디아가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버를 넘어 온디바이스의 영역으로 엔비디아의 영토가 확장되고 있다.

젠슨황 CEO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여줬다. 이 관점에서 보면 네이버클라우드 옆에 붙은 하트도 다르게 읽힌다. 시장은 젠슨황이 네이버에 하트를 보냈다는 사실에 반응했다. 엔비디아와 네이버의 관계를 메모리 업체와 엔비디아의 관계와는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며 돈을 받는 쪽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공급 부족 상황이라 젠슨황 CEO가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엔비디아가 갑이고 SK하이닉스가 을이다. 갑의 찬사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출처. GTC 2026 타이페티 / 엔비디아

반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사서 활용해야 하는 쪽에 가깝다. 돈을 내는 쪽이 네이버이고, 돈을 버는 쪽이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플랫폼이 워나 경력하고 공급 부족이라 AI 시대를 살아가려면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메모리 회사는 메모리를 파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현대차 네이버 등 사는 쪽은 엔비디아 솔루션을 사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된다. 엔비디아 솔루션을 바탕으로 AI 클라우드와 검색과 커머스와 기업용 AI 서비스에서 실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엔비디아 플랫폼 위에서 한국 기업이 어떤 응용 서비스를 만들고 어떤 고객을 확보하고 어떤 이익 구조를 만들 것인지가 본질이다.

현대차 사례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 발표에는 현대차 아이오닉 기반 로보택시와 하이페리온 플랫폼이 등장했다. 이는 현대차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위에서 로보택시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엔비디아가 현대차에 가치를 부여했다는 의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소비자가 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로보택시 서비스와 자율주행 경험을 만드는 것은 현대차의 몫이다. 플랫폼은 엔비디아가 제공할 수 있지만 상품성은 완성차 기업이 증명해야 한다.

최근 젠슨황의 방한과 삼겹살 파티 가능성이 거론되며 두산과 LG 등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상징적 장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젠슨황이 한국 기업에 손을 내미는 것은 우정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객 관리이기도 하고 공급망 관리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AI 팩토리와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더 많은 기업이 쓰기를 원한다. 한국 기업들은 엔비디아가 뭘 원하는지를 탐색하면서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도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GTC 2026을 전후해 두산그룹, LG그룹의 주가도 급등했다. 피지컬 AI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 됐다. 엔비디아 플랫폼을 사용할 것인가? 사용하면 어떤 로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아직 답은 없다. 주가가 유지되려면 기업이 실제로 돈을 벌어야 한다. 엔비디아의 솔루션을 활용해 소비자가 만족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삼겹살 파티에 초대받았다는 상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받은 기술과 플랫폼을 어떻게 사업으로 바꿀 것인지다. AI 시대의 승자는 엔비디아와 사진을 찍은 기업이 아니라 엔비디아 인프라 위에서 새로운 시장을 실제로 열어내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