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AI’시대, 한국이 선도할 수 있다[포럼]

2026. 6. 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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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지난 1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협력해 개발한 인공지능(AI) PC를 공개했다. AI PC의 등장은 그동안 데이터센터를 통해서만 활용되던 AI가 개인용 컴퓨터(PC)와 다양한 기기로 확산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AI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AI PC는 기기 내부에서 AI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AI 반도체를 탑재한 컴퓨터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대개의 AI 서비스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실행됐다. 사용자가 질문하면 PC가 내부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고 결과를 다시 받아서 전달하는 기능만 수행했다. 반면, AI PC는 일부 AI 기능을 기기 내부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어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응답 속도 향상과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AI PC의 확산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메모리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I를 PC 내부에서 원활하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PC보다 훨씬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AI PC 시대에 고성능 메모리의 사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능이 PC에서 구현되는 것을 넘어 스마트폰·자동차·로봇·가전제품 등 다양한 엣지 디바이스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엣지 디바이스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경량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키우며,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나 PC용 AI 반도체 시장은 GPU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주도해 왔다. 반면, 엣지 AI 시장은 성능·전력소모·가격·응용분야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반도체가 요구되므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시장도 다양하게 형성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줄 것이다.

한편, AI PC와 엣지 AI의 확산은 우리나라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활용 가능성도 키워준다. 지금까지 AI 경쟁은 초거대 모델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가 중심이었다. 그래서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AI PC·스마트폰·자동차·로봇 같은 엣지 디바이스에서는 제한된 컴퓨팅 성능 때문에 비교적 소규모 AI 모델이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제조·국방·의료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모델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도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으며, 엣지 디바이스에서도 효율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이는 국내 산업 환경에 최적화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 PC는 AI가 데이터센터 중심의 시대를 넘어 개인과 산업 현장으로 변화의 출발점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메모리 기술력, AI 반도체 역량, 그리고 독자 AI 모델 개발 능력을 효과적으로 결합한다면 AI PC와 엣지 AI 시대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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