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도 변했다”…민주당 독점 정치에 경고 보낸 전남 민심

박성원 선임기자 2026. 6. 4. 10:4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초단체장 선거 텃밭에서 고전
광양·강진·완도·장흥·신안 패배
불공정한 공천에 유권자 등 돌려
“지역 정치의 변화 가능성 확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남 완도군수에 출마한 무소속 김신 후보가 당선 소식을 듣고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김신 당선인 측 제공

전남 정치 지형에 균열이 생겼다.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남 22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7곳을 지켜내며 '텃밭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곳곳에서 무소속과 조국혁신당 후보들에게 고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결국 패배했다. 단순한 지역별 이변이 아니라, 전남 유권자들이 민주당 독점 정치에 던진 경고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숫자로는 우세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결코 압승이 아니었다. 오히려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기존 공식이 흔들리며 지역 정치의 변화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 독점 정치 정서' 두드러져
민주당은 목포·여수·순천·나주 등 주요 도시를 포함해 다수 시·군을 차지했지만, 장흥과 신안에서는 조국혁신당 후보에게 패했고 광양·강진·완도에서는 무소속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반(反)민주당 정서'보다는 '반(反)독점 정치 정서'였다. 전남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으로 이동했다기보다, 민주당 내부의 공천 잡음과 지역 정치의 폐쇄성, 반복되는 계파 갈등과 구태 정치에 피로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남 강진군수에 출마한 무소속 강진원(오른쪽) 후보가 당선 소식을 듣고 배우자와 지지자 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강진원 당선인 측 제공

공천 잡음이 만든 '민심 이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흔들린 핵심 원인으로는 공천 과정 논란이 꼽힌다.

강진군수 선거는 상징적인 사례다. 무소속 강진원 후보는 민주당 복당 이후 다시 공천 배제되자 탈당 후 출마했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역에서는 "당보다 인물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안군수 선거 역시 비슷한 흐름이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배제된 김태성 후보는 조국혁신당으로 옮겨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장흥에서도 조국혁신당 사순문 후보가 민주당 현역 프리미엄을 넘어섰다.

광양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전화홍보 의혹으로 배제된 박성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현직 시장을 이겼다. 광양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시장이 잇따라 당선된 지역으로, 특정 정당보다 지역 기반 인물 경쟁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곳이다.

결국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면 무소속이든 제3정당이든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조국혁신당, 호남 교두보 확보 성과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정당은 조국혁신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남에서 조국혁신당은 단순한 '야권 위성세력'이 아니라 민주당의 대체재 가능성을 일부 입증했다. 신안과 장흥 승리는 상징성이 크다. 두 지역 모두 민주당 조직력이 강한 곳이었지만, 조국혁신당은 '변화'와 '인물 경쟁력'을 내세워 승부를 뒤집었다.

특히 조국혁신당 후보 상당수가 원래 민주당 기반 정치인이었다는 점은 민주당 입장에서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민주당 내부 갈등과 공천 탈락 인사들이 조국혁신당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정치 통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호남에서 민주당 외 선택지가 현실 정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줄세우기·조직 동원·계파 갈등 되풀이
전남에서는 오랫동안 민주당 계열 정당이 절대 우위를 유지해왔다. 문제는 경쟁이 사라진 정치 구조였다.

경선이 곧 본선이 되면서 정책 경쟁보다 줄세우기와 조직 동원, 계파 갈등이 반복됐고, 유권자 피로감도 누적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도 고소·고발전, 자격 논란, 불법 선거 의혹 등이 잇따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후보 검증보다 내부 권력 다툼이 더 부각됐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독점 구조가 오히려 민주당 스스로를 안일하게 만들었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지역 민심을 세밀하게 읽기보다 '어차피 당선된다'는 인식이 누적되면서 공천 실패와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경쟁과 견제 필요" 민심 확인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여전히 전남의 중심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절대적 지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라서 찍는 정치' 대신 '누가 지역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가'를 더 따져보기 시작했다. 특정 정당의 독점보다 경쟁과 견제가 필요하다는 민심도 드러났다.

전남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끝이라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전남 정치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