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극적 당선…‘안정 속 견제’ 무섭도록 절묘한 민심 [6·3 지선]

정석준 2026. 6. 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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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 끝에 정원오 꺾고 사상 첫 5선 고지
오세훈 “상식의 승리, 좋은 결과로 반드시 보답”
민주당, 광역단체 12석 확보하며 ‘압승’
전문가 “유권자, 李 정부 ‘지원과 견제’ 택해”
잠정 투표율 61% 집계…역대 지선 두번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 다음날인 4일 서울 종로구 대왕빌딩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유력해지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김도윤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극적으로 ‘5선 고지’에 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지만, 국민의힘은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비롯해 대구·경남 등 일부 영남권 격전지에서 승리를 얻었다.

정치권에서는 유권자들이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동시에 견제 심리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의 일방 독주에 대한 견제와 함께 ‘야당퇴행 심판’이라는 준엄한 민심을 보여준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기준(개표율 97.83%) 오 후보가 48.9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을 확실시했다. 개표 시작부터 정원오 민주당 후보에 큰 득표율 차로 밀렸던 오 후보는 이후 꾸준히 격차를 따라잡기 시작해 결국 득표율 48.32%를 기록한 정 후보를 약 3만표 차로 앞섰다.

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대왕빌딩 캠프 개표 상황실에서 “이번 선거는 상식의 승리”라며 “시민 여러분께서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다시 한 번 확고하게 세워주셨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임기 동안 저와 서울시 공직자들은 끊겼던 주택 공급의 물줄기를 다시 키웠고 한강의 생태와 매력을 되살렸으며 회색빛 도심 곳곳에 푸른 녹지를 채웠다”며 “지난 5년 동안보다 더 큰 변화와 더 좋은 결과로 반드시 보답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시정에 복귀해서 시민의 삶을 짓누르는 문제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치솟는 월세와 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주거 사다리 복원 대책을 즉시 점검하겠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개표 내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정 후보는 개표 초반에 최대 30%포인트(p) 차이로 앞섰지만, 자정 이후 두 후보간 표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개표 중에는 서울 강남·송파·동작구 등지에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정치권이 혼돈에 빠지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오 후보는 선관위에 개표 중단을 요구했으나 개표는 중단 없이 이어졌다.

오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16분경 순위가 뒤집히는 ‘골든 크로스’가 일어나며 승기를 잡았다. 오 후보와 경쟁했던 정 후보 캠프 측은 당초 오전 7시 30분으로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9시 30분으로 미뤘다. 낙선 소감에서 정 후보는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무겁고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함께 경쟁한 후보자들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석을 차지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5곳 수성에 그쳤으나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남 등 격전지와 ‘보수 텃밭’인 경북에서 4석을 확보했다. 특히, 선거 전 여권 우세 전망이 압도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서울 수성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 16명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227명, 비례대표를 포함한 광역의원 933명·기초의원 3035명, 교육감 16명을 직접 뽑았다. 민주당은 서울에서 17명의 구청장을 배출하고, 경기도에서는 19개 지역을 석권해 4년 만에 수도권 지형도를 바꿨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14곳이었다. 민주당은 송영길 인천 연수갑, 이광재 경기 하남갑 등 9명, 국민의힘은 이진숙 대구 달성, 유의동 경기 평택을 등 국민의힘 4명이 당선됐다. 부산 북갑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도 국회에 입성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지원과 견제’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차 높은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방권력 확대에 성공했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는 오 후보가 승리하며 견제 심리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일 잘하는 이재명 정부와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적극 뒷받침해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를 이루고 고루 잘사는 진짜 지방주도 성장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6·3 지방선거로 표출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이번 지방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현명한 국민이다. 대통령과 여야, 중앙-지방정부, 광역-기초단체 등 정치권 전반에 견제와 균형의 정치를 복원할 것을 엄중하게 주문하셨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이기지 못한 민주당은 어쩌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구분하지 않고 강경세력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이어 “조작기소 특검법, 부동산 정책 등 이재명 정권에 대한 평가도 반영됐다”며 “지금까지 자신감을 보였던 이재명 대통령도 행동을 자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박민식 부산 북갑 국민의힘 후보와 조국 경기 평택을 조국혁신당 후보 모두 강성 이미지가 있는 인물”이라며 “한동훈 무소속 후보 당선까지 고려하면 국민의힘은 보수 결집을 시도하고도 대구를 제외한 보궐선거에서 3석 확보에 그쳤다.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이번 선거 투표율은 61.0%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가운데 2724만9586명이 참여했다. 이는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제8회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인 50.9%와 비교하면 10.1%포인트(p)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야권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선거관리위원회 책임론도 제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새벽 중앙·서울 선관위를 방문해 항의하며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한 것이 지침에 따른 것인지 지역별 선관위의 자체적 판단인지는 국회에서 나중에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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