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만 있는 줄 알았는데”···모닝까지 질주하는 경차 시장

박성수 기자 2026. 6. 4. 10: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물가·고유가에 실속 소비 확산
출고 적체에 이동 수요까지 더해지며 존재감 확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반적인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차 시장은 굳건한 모습이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영향으로 신차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경차의 경우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경차 시장은 기아 레이와 현대자동차 캐스퍼가 사실상 주도해왔다. 특히 레이는 공간 활용성과 실용성을 앞세워 국내 대표 경차로 자리 잡았다. 캐스퍼는 독특한 디자인과 상품성 등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올해에는 레이와 캐스퍼에 집중됐던 수요가 모닝으로 일부 이동하면서 모닝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차량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인기 모델의 긴 출고 대기까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차량을 받을 수 있는 모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 모닝 판매 2배 급증···레이·캐스퍼 수요 일부 흡수

4일 기아에 따르면 올해 1~5월 모닝 내수 판매량은 1만76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올해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레이와 캐스퍼 인기가 굳건한 가운데 모닝 판매량은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업계에서는 모닝 판매 증가의 가장 큰 배경으로 레이와 캐스퍼의 출고 적체를 꼽는다. 경차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만 인기 모델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대체 모델로 모닝을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와 기아 영업점에 따르면 이달 기준 캐스퍼와 레이는 각 브랜드에서 최장 출고 대기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캐스퍼 가솔린 터보와 캐스퍼 EV는 출고까지 23개월, 레이는 10개월, 레이 EV는 8개월 등으로 집계됐다.

일부 인기 트림과 옵션 조합의 경우 이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들 차량의 출고 대기기간은 다른 국내 인기 완성차들과 비교해서도 한참 긴 수준이다. 이달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HEV)는 출고까지 4.5개월이며 쏘렌토 HEV는 5~6주, 그랜저 HEV는 1개월 정도로 통상적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이 필요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1년 이상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첫 차 구매 수요나 출퇴근용 차량 수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수요의 경우 즉시 운행 가능 여부가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된다.

이 과정에서 모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닝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산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기본적인 경차 혜택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경차 취득세 감면과 공영주차장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다.

모닝의 판매 증가 배경으로는 활발한 중고차 거래도 꼽힌다. 중고차 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한 만큼 차량 가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차량은 모닝으로, 총 3499대가 거래됐다.

레이 역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5월 판매량은 2만221대로 전년대비 3.8% 감소했지만 판매 규모 자체는 여전히 경차 시장 최상위 수준이다. 판매 감소 역시 수요 부족보다는 공급 부족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아 영업점 관계자는 "통상 경차 시장에선 모닝과 레이, 스파크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모닝과 레이로 집중되는 모습이다"라며 "레이 출고 기간이 워낙 길다보니 당장 차가 필요한 사람들이 모닝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높아진 차값 부담···실속형 소비가 경차 시장 키운다

경차 시장 인기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국내 자동차 가격 상승이 꼽힌다.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첨단 안전·편의사양 확대 영향으로 차량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국산차 평균 가격은 지난 2021년 3320만원에서 2024년엔 4310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여기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 시장 재편 역시 평균 차량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소비자 선호가 세단에서 SUV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구매 단가가 높아졌고, HEV와 전기차 확대도 차량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차는 상대적으로 낮은 구매 비용과 유지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차는 차량 가격 자체가 저렴할 뿐 아니라 세금과 보험료, 연료비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다.

특히 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비 효율이 높은 경차는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경차를 단순히 사회초년생이나 초보 운전자용 차량으로만 보는 시각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도심 주행 비중이 높은 소비자나 세컨드카 수요, 자영업자 수요 등이 늘어나면서 경차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이는 넓은 실내 공간을 활용해 캠핑카와 차박 차량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소형 상용차 대체 수요까지 일부 흡수하고 있다. 캐스퍼 역시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도심형 SUV 성격의 경차로 자리 잡고 있다.

모닝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용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모델로 재평가받고 있다. 특히 차량 구매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가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