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북한 핵을 막지 못했나…35년 협상의 실패
레이건부터 트럼프까지 북핵 외교 막전막후

북한은 어떻게 오늘날 30분 만에 미국의 도시들을 파괴할 수 있는 핵무장 미사일 전력을 구축하게 되었을까.
조엘 S. 위트의 '폴아웃'은 미국의 시각에서 북핵 협상 35년의 결정적 순간을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협상대표단에 참여했던 전 미국 국무부 관리이자, 북한 전문 분석 매체 38노스 공동설립자다. 책은 워싱턴과 서울, 베이징, 평양의 관계자들을 포함한 300회 이상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핵 외교의 막전막후를 복원한다.
책은 레이건부터 조지 H. W. 부시,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 트럼프까지 여섯 행정부가 북한 핵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과정을 따라간다. 저자는 실패의 원인을 북한의 기만만으로 돌리지 않는다. 미국이 자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했고, 북한의 생존 논리와 전략적 계산을 제대로 읽지 못했으며, 내부 강경파와 온건파의 충돌 속에서 기회를 반복해 놓쳤다고 분석한다.
현장감은 책의 큰 장점이다. 저자는 1999년 북한의 외딴 군사기지에서 비밀 핵시설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사찰팀을 이끌었다가 "사실상 인질과 다름없는 상태"로 억류됐던 경험을 프롤로그에 배치한다. 1994년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을 통보하며 제2의 한국전쟁 가능성이 거론되던 순간, 오바마가 트럼프에게 북한 위협을 가장 중대한 안보 과제로 경고했던 장면,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의 긴장도 생생하게 담겼다.
책은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트럼프 행정부의 성급한 정상외교를 주요 실패로 짚는다. 오바마의 압박과 대기 전략은 북한에 핵·미사일 능력을 키울 시간을 줬고, 트럼프는 김정은과 직접 마주하는 파격을 택했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폐기와 제재 해제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회담장을 떠났다.
북한 지도자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저자는 북한을 단순한 비이성적 범죄 집단으로 보지 않고, 체제 안전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행위자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의 도발 역시 호전성의 분출만이 아니라 협상력을 높이려는 강압 외교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제목 '폴아웃'은 핵폭발 뒤의 방사능 낙진이자, 어떤 사건이 남기는 파괴적 후폭풍을 뜻한다. 책은 북핵 협상의 실패가 과거의 외교사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한반도 안보를 흔드는 장기적 결과로 이어졌다고 경고한다. 옮긴이 최종건은 역자 후기에서 이 책이 "미국의 선택과 그 결과"를 묻는 책이라고 설명한다.
'폴아웃'은 북핵 문제를 한국 내부의 시각이 아니라 미국 정책 결정의 내부에서 바라보게 한다. 협상장과 백악관, 국무부의 판단과 오판을 따라가며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묻는 외교안보 논픽션이다.
조엘 S. 위트 지음 | 최종건·한석표 옮김 |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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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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