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운과 향기, 가족곁에 오래도록 남았으면…[자랑합니다]

이제는 희로애락을 모두 초월하신 것인지, 별다른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고, 표현도 잘 못하시는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는 정말로 우리에게 ‘큰 산’이었습니다. ‘수양산 그늘이 강남 3천리’라는 관용구가 있듯이, 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영원한 뿌리이며 우리 집안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28살 청상과부 홀어머니 그리고 6살 아래 동생과 함께한 100년의 역사, 어머니와 20세에 만나 72년 동안의 해로. 당신의 소학교(현 초등학교) 때의 통신부(성적표), 상장, 졸업증서까지 보관해 오신 아버지는 30여 년 동안 가족일기를 써 책으로 묶어 놓으시기도 한 자료 보관-기록맨이었습니다. 1948년 결혼기념사진은 찍지도 못했다지만 사성(四星:신붓집에 보내는 신랑의 사주를 적은 종이)을 발견하곤 놀랐습니다. 앨범의 제목을 <100년의 봄, 100장의 기억-아버지 백수기념 감사앨범>이라고 달았지만, 어찌 100장뿐이겠습니까? 500장, 1000장의 추억을 사진첩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원래 백수연은 우리 나이 99세에 하는 것입니다. 이때 백수는 ‘일백 백(百)’자에서 ‘한 일(一)’을 뺀 ‘흰 백(白)’자를 쓰지만, 그날 ‘상수(上壽)’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아 아이들에게 설명도 해야 하고, 진짜 100살이므로 편의상 ‘백수(百壽)’라 했습니다. 1세기를 살았으므로 ‘일기(一期)’라고도 한다더군요. 반세기도 아니고, 1세기의 삶을 저희야 살아보지 않았기에 모르지만, 아버지는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싶을지도 궁금합니다. 그저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씀만 후렴구처럼 하시지만, 남기고 싶은 말씀이 무궁무진하시겠지요. 그것을 <인간극장>(2016년, 2025년 두 번 출연한 화제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하하) 마지막 장면에 자막으로 남기신 “총생(슬하 자손)들아, 잘 살거라”라는 말씀의 사진으로 기념앨범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11살 손자가 “왕할아버지 아프지 않고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효도의 산교육 현장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아∼. 아버지는 이제껏 자식들을 위하여 물불 가리지 않고 모든 것에 투신한 어른입니다. 평생 일등 농사꾼이었던 아버지는 자식들 손톱 밑에 흙 들어가지 않게 살게 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이뤄냈습니다. 끊어져 버린 최문(崔門)의 대(代)도 이어주셨고, 당신의 어머니(우리 할머니)를 기리는 효열비도 성균관장의 허가를 받아 세웠습니다.
지금도 ‘민폐’는커녕 요양원에 들어가는 비용도 당신이 해결하십니다. 국가유공자연금과 기초생활연금을 합하면 요양원 비용을 제하고도 남습니다. 그런 복지가 없다면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할 자식들에게 갈등의 소지도 될 터인데요. 그러니 스스로 요양원에서 꿋꿋이 지내시는 아버지가 어찌 고맙지 않겠습니까. 동료들이 있어 장기도 한두 판 두고, 오락시간도 가질 수 있으니, 아무리 효자·효녀가 돌본다 해도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나라가, 국가가 고마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의 소원은 크게 아프지 않고 주무시는 듯 천수를 다하시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인간극장>에서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신 “잠 자드끼(잠 자듯이) 한날한시에 같이 가는 게 젤(가장) 좋아”라고 하시던 소원은 비록 못 이루셨지만, 이만하신 것도 천운이 아니면 그 무엇이겠습니까.
할머니가 50여 년 동안 마이산 탑사의 천지탑에 빌고 비셨던 공력의 ‘효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고마운 분들입니다. 넷째 아들이 편지를 읽은 후 <백세인생> 한 구절을 불렀습니다. “10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12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극락왕생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15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 있다고 전해라//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갑시다>. 이 여운과 향기가 우리 온 가족, 대가족에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영록(생활 칼럼니스트)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라이프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 124표차 역전극 충주시…40세 최연소 시장 당선, 국힘 수성
- [속보]오전 7시 5000표 차…오세훈, 정원오 턱밑 추격
- [속보]조갑제 “한동훈 돌아왔으니 장동혁, 정치적으로 죽어야 할 때”
- [속보]전한길 등장 ‘부정선거 시위대’ 500명 집결…광화문 찍고 과천 선관위로
- ‘아침 왔지만, 잠실 투표함은 안열렸다’…투표소 밤샘대치, 선관위 “이송 강행 않기로”
- ‘적막감’ 흐르던 국힘, 갑자기 분주해진 이유…‘용지부족 사태’에 동분서주
- [속보]오세훈 48.66%, 정원오 48.62%에 역전…개표 시작 13시간만에 뒤집혀
- 김근식 “지방선거 결과, 장동혁의 정치적 파산 선고”
- [속보]‘사상 최초 5선’ 서울시장 오세훈, 대역전 드라마 썼다
- ‘대역전극’…출구조사 3위 뒤엎은 평택을 유의동, 조국 “저의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