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여행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것
언젠간 이 주제로 기사를 쓸 날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속 시원하게 한번 풀어 보련다.

"너 뭐 돼?"
이 자문 때문에 여태 이 기사 쓰기를 미뤄 왔다. '인플루언서'라는 주제로 감히 내가 기사 따위를 끄적일 수 있는가. 100번을 자문하면 100번 다 '웃기시네'란 답이 나왔다. 300만도 아니고 30만도 아니고, 이제 겨우 인스타그램에서 3만명의 팔로워를 모시고 있을 뿐인데(틱톡과 유튜브를 다 합쳐도 아직 4만 정도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지금 이 애매한 위치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 기어코 모니터 앞에 앉았다. 너무 성공해서 현실감 없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단계도 아닌. 어설프게 중간쯤 걸쳐 있는 사람만이 겪는 시행착오 같은 것들 말이다. 참고로 난 아직 SNS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8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직장인으로 치면 대리는커녕 이제 막 인턴 딱지를 뗀 수준. 그래서 이 기사는 성공담이라기보단, 그동안 가장 많이 받아 온 질문들에 대한 정리이자 기록에 가깝다. 누군가에겐 제법 현실적인 참고서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물론 본 기사에 담긴 내용은 철저히 주관적이며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린다.
"인플루언서세요?"
이 질문만 들으면 어제 먹은 떡볶이가 내장 깊은 곳에서부터 울렁거리는 기분이다. 갑자기 속을 시원하게 게워내고 싶을 정도로 낯부끄럽다. 실제로 소위 '인플루언서'들 중에서도 본인 입으로 스스로를 인플루언서라 소개하는 걸 민망해하는 이들이 꽤 많다. "아뇨, 전 인플루엔자인데요" 같은 농담으로 스스로를 희화화하며 한 발 물러서는 경우도 흔하다. 대체 인플루언서가 뭐길래.
사실 업계 안에서도 기준은 꽤 모호하다. 일반적으로는 팔로워 1,000명~1만명은 '나노 인플루언서', 1~10만명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10~100만명은 '매크로', 그 이상은 '메가' 혹은 셀럽급으로 분류하곤 한다. 물론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누군가는 1만 팔로워만으로도 예약 링크를 마비시키고, 누군가는 수십만 팔로워를 거느리고도 고요한 지표를 마주한다. 결국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는 힘, 말 그대로 '영향력(Influence)'에 있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의 밀도가 인플루언서의 진짜 자격을 가르는 셈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인플루언서'라는 수식어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어쩐지 스스로를 과하게 포장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그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가'라는 자문 앞에 명쾌하게 내놓을 수 있는 절대적 지표가 없다는 점도 한몫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자신을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한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보다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훨씬 담백할 뿐더러, 결과보다 과정에 맞닿아 있는 단어인 까닭이다. 누군가를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무언가를 창작해 내는 사람이라는 주체성이 주는 자긍심, 그런 게 내포돼 있기도 하다.
나 역시 후자에 가깝다. 뭐, 아무리 보잘것없는 콘텐츠라 해도 끊임없이 뭔갈 만들고 있긴 하니까. 멈추지 않고 성실하게 무언가를 빚어 세상에 내보이고 있다는 사실. 어쩌면 '크리에이터'라는 수식어야말로, 그 치열한 과정을 이어 가는 이 시대의 모든 창작자들을 향한 가장 정직하고도 적절한 이름표일지 모르겠다.
"SNS 하게 된 계기가 뭐예요?"
지금으로부터 약 8개월 전의 일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를 취재하고 돌아온 어느 날. 방구석에 앉아 찍어 온 영상을 보는데, 이 기막힌 풍경을 혼자만 보기 영 아깝더라. 그래서 어설픈 나레이션을 곁들여 그 자리에서 대충 편집해 툭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렇게 올린 영상이 400만뷰를 돌파하며 소위 '떡상'을 했다. 자고 일어나면 팔로워가 몇 백명씩 늘어나 있었고, 단 며칠 만에 4,000명이었던 팔로워는 1만명을 훌쩍 넘겼다. 단 하나의 영상으로 무려 7,800명의 팔로워가 유입되던 순간. 스마트폰 알림창이 쉴 새 없이 울리고 도파민이 극한까지 차오르던, 그야말로 '대떡상의 모먼트'였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이런 폭발적인 순간을 몇 차례 겪으며 이른바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한다. 계단식 성장이 아닌, 수직 상승의 궤도에 올라타며 체급 자체가 달라지는 경험이다. 어제까지는 '나 혼자만의 조용한 기록자'였다면, 오늘부터는 '모두가 지켜보는 전시자'가 되는 급격한 신분 변화.
아무튼 그 뒤로 숏폼 영상 제작에 완전히 재미를 붙였다. 밤낮은 물론 주말도 없이 몰두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내일은 어떤 영상을 올릴까'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한없이 미숙하고도 즐거웠다. 조회수가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반응이 좋으면 좋은 대로. 그저 미지의 세계를 마주하는 탐험가의 마인드로 임했다. 하루에 4시간씩 자도 피곤한 줄을 몰랐다. 그만큼 창작의 희열은 뜨거웠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큰 주제는 여행이었지만, 그 안에서 펼쳐 놓는 이야기는 점점 다채로워졌다. 화려한 취재 현장에 가려진 비하인드 스토리, 예상치 못하게 취재를 망쳤던 씁쓸한 고백, 여행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최애 간식, 비행기 안에서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까지. 정제된 기사에는 차마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투박하고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미숙했던 편집 실력은 영상을 하나둘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요령이 붙었고, 어느덧 나만의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무엇보다 값진 건, 내가 올리는 콘텐츠에 꾸준히 '좋아요'를 누르고 다정한 댓글을 남겨 주는 이들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여행 인플루언서, 하기 어려워요?"
여행 인플루언서의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 비교적 친근하고 대중적인 주제가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시작은 누구나 하지만, 완주는 아무나 못 하는 게 여행 콘텐츠다. 뷰티나 패션 분야 역시 높은 전문성과 노동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실내에서 콘텐츠 제작과 창작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행은 아니다. '물리적 이동'이 필수로 동반된다. 내 두 발로 직접 어딘가로 떠나야 하고, 생경한 현장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기록해야 한다. 실제로 콘텐츠 하나를 뽑아내기 위해 매일같이 전국팔도, 세계 각지를 누비며 고군분투하는 인플루언서들을 주변에서 숱하게 목격해 왔다.
문제는 그 모든 체험이 결국 '비용'과 직결된다는 점. 국내 여행은 그나마 덜하지만, 해외 여행이 주력인 계정이라면 초기 투자 비용은 엄청나다. 여행 인플루언서를 꿈꾸던 이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현실적인 비용의 벽에서 막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의 시작은 꽤 수월한 편이었다. 부인할 수 없는 환경적 혜택 덕분이다. 본업이 여행기자이다 보니 출장지에서 일하며 틈틈이 남긴 셀카나, 쉬는 시간에 촬영한 영상들이 고스란히 콘텐츠가 됐다. 게다가 개인 여행조차 잦은 편이라 내게는 '무엇을 찍을까'보다 '넘쳐나는 소스 중 무엇을 골라낼까'가 늘 더 큰 고민이었다. 본업과 취미의 경계에서 얻은 이 환경적 수혜는 내가 크리에이터로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강력한 무기였다.
그런데 돈만큼이나 거대한 장벽이 또 있다. 나의 통제권을 완전히 벗어난 외부 변수들이다. 여행 콘텐츠는 세상의 공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갑작스럽게 하늘길이 막혔던 코로나 시대, 예측 불허한 중동의 전운(戰雲), 뜨겁게 달아올랐던 '노재팬' 운동까지. 국제 정세의 미묘한 떨림 하나에 공들여 쌓아 온 콘텐츠의 수명이 단숨에 결정된다. 내가 아무리 성실해도, 내가 사랑하는 여행지가 정치·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는 순간, 그곳은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가선 안 될 곳'이 되어 버린다. 일례로 최근 사이판 출장에서 열심히 촬영해 온 영상들이 있었는데, 현지에 태풍 피해가 크게 발생하면서 업로드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됐다. 어디 그뿐인가. 기껏 거금을 들여 떠난 여행지에서 며칠 내내 최악의 날씨를 마주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여행 크리에이터, 낭만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어떻게 하면 떡상할 수 있죠?"
이건 나부터가 알고 싶은 질문이다. 어떻게 하면 떡상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이 명쾌했다면, 아마 온 세상 사람 모두가 인플루언서가 되었을 거다. 냉정한 말이지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을 확률은 다음 조건에 수렴한다. 압도적으로 예쁘거나, 잘생기거나, 귀엽거나, 웃기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매력적이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확실하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거나(사람들은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때 열광한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시작은 한결 수월해진다. 문제는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위 조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슬픈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을 인정했다면 빠르게 다음 단계로. 지난 8개월간의 경험을 복기해 보면, 떡상하는 계정에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할 '기본값'은 분명 있었다. 바로 계정의 정체성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 이 계정이 저 계정 같고, 누가 올렸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비슷비슷한 콘텐츠는 금방 도태된다. 순간의 조회수는 올릴 수 있을지언정, '나'를 각인시키엔 턱없이 부족하다. 내가 영상에 요즘 유행하는 AI 목소리(애덤 목소리) 사용을 극도로 꺼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좋은 정보들은 이미 세상에 차고 넘친다. 당장 AI에게 물어봐도 여행기자인 나보다 일본 여행 꿀팁을 더 잘 알려 주는 시대다. 이제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개인의 개성과 감각, 태도가 콘텐츠의 경쟁력이 되고, 그 사람의 매력이 곧 계정의 매력이자 힘이 되는 시대다. 단순 정보만 반복적으로 나열하는 계정들이 시간이 갈수록 팬과의 연결감이 약해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빠르게 희미해지는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 보자면, 여행 카테고리에선 확실히 이동 수단 콘텐츠가 조회수를 견인한다. 항공사 비행 후기, 크루즈, 기차 등 이른바 '탈 것'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은 늘 뜨겁다. 국가별로는 일본이나 대만처럼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손쉽게 떠날 수 있는 목적지들이 역시 강세다. 결국 지금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크게 세 가지다. 저장, 공유, 그리고 시청 지속시간. 예전처럼 좋아요나 댓글 수만으로 성패가 갈리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사람들은 나중에 다시 꺼내 보고 싶을 만큼 유익하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 주고 싶을 만큼 신기하고 재밌는 콘텐츠에 반응한다. 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다.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을 다룬 영상이라도 내용과 연출이 흥미로우면 30만뷰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현장에서 체감하기엔, 대체로 그렇다는 얘기다.
"광고비 얼마 받아요?"
이 질문은 "연봉 얼마예요?"라는 물음과 결이 같다고 생각한다. 자기 연봉을 선뜻 공개하는 사람이 없듯, 크리에이터에게도 꽤 민감한 주제다. 사실 답하기 곤란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이 시장엔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한 번쯤 '내 몸값이 적절한가?'라는 의문을 품는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책정해야 하는데, SNS 시장에는 명확한 기준표나 정찰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부르는 게 값인, 희한한 시장이다. 광고 단가는 사람마다 다르고, 철저히 그 시점의 분위기와 화제성에 따라 움직인다. 말 그대로 '시가'다. 지난달 릴스 1건에 100만원을 받던 사람이 떡상을 거쳐 불과 2주 만에 단가가 300만원으로 뛰는 일? 결코 드물지 않다.
예전에는 단순 팔로워 수로 단가를 계산했지만, 이제는 따져야 할 지표가 훨씬 많고 복잡해졌다. 일단 내가 아는 선에서 답해 보자면, 캐러셀보단 릴스의 단가가 통상 2배 정도 높다. 여기에 평균 조회수, 바이럴 지속력, 콘텐츠의 완성도, 2차 활용 여부, 팔로워 이벤트 진행 여부 같은 여러 조건들이 더해지며 광고주와 단가를 유동적으로 조율하게 된다. 팔로워가 적더라도 평균 조회수가 높고, 꾸준히 바이럴이 잘 되는 계정은 오히려 10만 이상의 계정보다 몇 배 더 높은 단가를 받기도 한다. 특히 중요한 건 얼마나 '찐팬'을 보유하고 있느냐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즉 팔로워들과 얼마나 활발히 소통하고 신뢰 관계를 쌓고 있는지를 광고주들은 유심히 본다. 결국 그런 팔로워들이 실제 구매와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 경우엔 나름대로 몸값을 가늠하는 방법이 생겼다. 많은 광고주들로부터 제안을 받다 보면 자연히 감이 온다. 어떤 곳에서는 제시한 금액을 흔쾌히 수락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렇게 거절도 당하고 승인도 받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시장이 나를 어느 정도 가치로 바라보고 있는지 대략적인 기준이 잡히기 시작한다.
카테고리별 단가 차이도 분명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뷰티, 패션 분야는 광고 단가가 높은 편이고, 여행 분야는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여행업계에서는 숙박이나 항공권, 현지 체험 등을 제공하는 이른바 '팸투어' 형태로 광고비를 대신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에겐 여행 자체가 큰 보상이 될 수도 있지만, 여행 콘텐츠는 이동과 촬영, 편집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이 점을 고려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압도적으로 좋은 분야라고 말하긴 어렵다. 물론 이 또한 개인차는 있겠지만.
"무슨 광고가 들어와요?"
여행을 주 콘텐츠로 다루는 내 계정의 경우, 캐리어, 여행용 파우치, 멀티 어댑터 같은 여행용품 광고가 가장 많다. 흥미로운 건,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점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제품과의 연결이 가능한 수준. 최근에는 일본어 공부 앱을 일본 여행 콘텐츠와 엮어 소개하기도 했고, 대만 누가 크래커를 '대만 여행 때 꼭 사와야 할 간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 낸 적도 있다. 그 외에도 뷰티, 헬스, 맛집, 패션처럼 얼핏 여행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조차 여행 콘텐츠 안에서는 의외로 잘 어우러진다. 여행은 결국 사람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담아내는 장르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행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뭐가 제일 힘들어요?"
단연 '숫자'다. SNS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비슷한 대답을 하지 않을까. 잔인하게도 이 세계는 모든 것이 숫자로 환산된다. 팔로워 수, 조회수, 좋아요 수, 댓글 수, 저장 수, 공유 수까지. 그래서 누구나 쉽게 '숫자의 지옥'에 침잠하게 된다. 실제로 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결국 크리에이터 생활을 접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심각한 고충. 이 일은 뼈저리게 외롭다. 1인 크리에이터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기획하고, 혼자 촬영하고, 혼자 편집하고, 혼자 숫자를 확인한다. 콘텐츠가 실패했을 때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고, 반대로 잘됐을 때조차 함께 기뻐하며 박수 쳐 줄 사람이 없어 허무해질 때도 많다. 삶의 경계도 쉽게 무너진다. 출근도 퇴근도 없고, 주말도 평일도 흐릿하다. 얼핏 보면 자유로운 삶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삶 전체가 일이 되기 쉽다. 쉬는 시간에도 머릿속에선 계속 다음 콘텐츠를 고민하고, 길을 걷다가도 촬영 구도를 떠올리고, 잠들기 직전까지 조회수를 확인한다. 24시간 쉴 수 있다는 건 동시에 24시간 일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로 무시무시하다.
더군다나 나처럼 본업이 따로 있는 직장인 크리에이터들은 상황이 더 빡빡하다. 콘텐츠 제작에 온전히 쏟을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60초짜리 릴스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내 작업 순서는 보통 이렇다: 기획, 촬영, 컷 편집, 스크립트 작성, 나레이션 녹음, 배경음악 선정, 효과음 삽입, 썸네일 제작, 캡션 작성, 영상 업로드, 댓글 관리까지. 짧은 영상 하나 뒤에 끝없는 노동이 이어진다.
보는 사람에겐 고작 1분짜리 영상이지만, 만드는 사람에겐 6시간이 훌쩍 넘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15초짜리 TV 광고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출연자와 촬영팀, 조명팀, 음향팀 등 수십 명의 스태프가 붙지 않나. 크리에이터는 그 과정을 대부분 혼자 해내는 셈이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은 퇴근 이후의 시간과 체력 위에서 이루어진다. 하루치 에너지를 회사에 쏟고 돌아온 뒤에도 다시 카메라를 켜고, 자막을 달고, 새벽까지 편집 프로그램을 붙들고 앉아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밤을 갈아 넣어 영상을 만들고도, SNS라는 플랫폼은 좀처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꾸준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며칠만 업로드가 끊겨도 조회수가 흔들리고, 알고리즘의 흐름에서 밀려난다는 압박을 받는다. 본업이 바쁠수록 콘텐츠 제작은 밀리고, 콘텐츠가 밀릴수록 조급함은 커진다. 직장인 크리에이터들이 쉽게 번아웃을 겪는 이유다.
무엇보다 가장 잔인한 건 성장곡선이다. SNS의 성장곡선은 절대 '곡선'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계단식이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불규칙하다. 운동이나 공부는 노력하면 어느 정도 정직하게 결과가 따라온다. 죽어라 뛰면 몸무게가 빠지고, 죽어라 공부하면 성적이 오른다. 그런데 SNS는 아니다. 몇 날 며칠, 밤새워 콘텐츠를 만들어도 계정을 만든 지 일주일도 안 된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나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럴 때의 그 허탈함이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세계라는 건 상상 이상으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결국 이 계단식 성장 구조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자형 구간, 그러니까 '잠잠한 구간'을 견디는 힘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평한 시간을 버텨 내는 사람만이 '진짜 크리에이터'가 된다.
운좋게 떡상을 했어도 문제다. 도파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서늘하다. 400만뷰의 환희 뒤에 마주하는 4,000뷰는 초라함을 넘어 무력감까지 안겨 준다. 한 번 높은 숫자를 경험하고 나면 평범한 수치는 곧 실패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조회수가 내 몸값 같고, 지표가 곧 자존감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결국 퀀텀 점프란 단순히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동시에 쏟아지는 시선과 기대치를 견뎌 내야 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이라는 변덕스러운 신이 언제까지 내 편일지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다음엔 뭘 해야 이 숫자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압박. 그런 것들이 감기처럼 늘 따라다닌다. 실제로 2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여행 유튜버 곽튜브 역시 지금도 여전히 조회수를 신경 쓴다고 했다. 그만큼 숫자의 압박은 크리에이터의 숙명과도 같은 존재다.
결국 중요한 건 떡상의 순간 자체가 아니라, 그 파도가 지나간 뒤다. 반짝이는 숫자의 잔상을 털어 내고 다시 묵묵히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만이 오래 살아남는다.
"크리에이터 하면 뭐가 좋아요?"
장점, 정말 많다. 1인 크리에이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건, 결국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할 만큼의 강력한 매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일단 첫 번째는, 단연 창작의 즐거움이다. 남을 위한 일이 아닌, 온전히 내 힘으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들고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 그 감정은 내가 기사를 쓰고 잡지를 만들 때 느끼는 즐거움과도 꽤 닮아 있다. 특히 '내 세계'를 스스로 축조해 나간다는 감각이 크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하나의 분위기와 취향, 이야기를 구축해 가는 일. 어쩌면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기 이전에, 자기만의 세계관을 설계하는 사람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내게는 그런 창작의 기쁨이, 이 세상의 그 어떤 노동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하고 즐겁다.
두 번째. 세상에 나를 알리기 시작하면, 상상하지 못했던 기회들이 찾아온다. 소니 코리아 같은 브랜드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대만에 초청받아 현지 인플루언서의 유튜브에 출연한 적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가수 권은비가 출연한 <아이더샬레 시즌3: 군산편> 촬영에도 함께했다. 2박3일 동안 전북 고군산군도의 미개방 트레킹 코스를 함께 걸었는데, 무척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팸투어 제안도 종종 들어온다. 다만 현실적으로 회사 출장 일정과 겹쳐 아쉽게 고사한 경우도 꽤 많았다. 아무튼 분명한 건, 예전의 나라면 절대 만날 일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가 보지 못했을 장소에 초대받고, 예상치 못했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다른 말로, 내 세계가 넓어진다는 것.
세 번째는 업무적인 장점이다. 관광청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인플루언서 섭외 요청을 받을 때가 많다. '요즘 누가 잘 나가냐', '어떤 크리에이터가 반응이 좋냐' 같은 질문도 자주 듣는다. 직접 이 시장 안에 들어와 활동해 보니, 인플루언서 생태계와 SNS 마케팅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어떤 콘텐츠가 실제 반응과 바이럴을 만들어 내는지, 지금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여행 테마가 무엇인지 등도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사실 내겐 이게 가장 강력한 장점이다. 바로,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 '팬'이란 단어로 나의 팔로워들을 지칭하고 싶진 않다. 그 단어를 쓰는 순간 사람 사이 거리가 괜히 멀어지는 느낌이라서. 그런데도 분명한 건, 그 존재들이 내 크리에이터 삶에 엄청난 버팀목이자 원동력이 되어 준다는 사실이다. 매일같이 DM과 댓글로 응원 메시지가 도착한다. "고등학생인데 기자님 보며 여행기자를 꿈꾸게 됐어요", "암 투병 중인데 기자님의 여행 콘텐츠를 보면서 버티고 있어요", "신혼여행 때 기자님이 소개해 주신 코스 그대로 따라갔는데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됐어요" 같은 이야기들. 예를 들기 시작하면 지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워도 부족할 정도다. 내가 만든 콘텐츠 하나로 누군가의 여행이 조금 더 즐거워지고, 때론 삶의 작은 위로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행복이다. 무엇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아무런 목적도, 대가도 없이 이토록 나를 좋아해 준다는 사실은…, 그 조건 없는 따뜻함은, 크리에이터가 누릴 수 있는 최대 장점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가 뭐예요?"
처음 몇 달 간은 목표가 있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3만명 달성. 그것만 해 내면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3만을 넘기고 나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4만을 바라보고 있더라. 아마 4만이 되면 또 5만을 바라보게 되겠지. 그때부터 다짐했다. 내 SNS 인생에 목표는 없다. 목표가 없어야 오래 달릴 수 있는 길이 SNS인 것 같단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저 힘 닿는 데까지 재밌게 하고 싶다. 그것 외에는 더 바랄 게 없다.
글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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