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구광모 LG 회장 왜 만나나…피지컬 AI의 퍼즐이 맞춰진다[Biz-플러스]

구경우 기자 2026. 6.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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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다음 승부처는 피지컬AI
LG, AI 로봇 특허 전세계 1위 기업
LG그룹의 막강한 제조 데이터 주목
엔비디아·LG ‘피지컬 AI 동맹’ 촉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자녀들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을까요. 바로 피지컬AI 입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 CEO가 4일 방한합니다. 가장 먼저 전해진 소식은 황 CEO와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의 회동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알려지자 LG전자(066570)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주가는 ‘불기둥’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급등했습니다. 왜일까요. 업계는 피지컬 AI와 디지털트윈 협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젠슨 황 “AI의 종착지는 피지컬AI”
장남·차녀 모두 로보틱스 분야 재직
매디슨 황, 류재철 사장과 사전 회동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가 28일 서울대 로봇연구소를 둘러보고 있다. 김지원 기자
AI 시장은 황 CEO가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왔습니다. 지난해 10월 황 CEO가 한국을 찾아 서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뒤 전 세계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은 더욱 본격화됐습니다. AI 칩의 필수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방한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어 보입니다. 바로 피지컬 AI입니다. 황 CEO는 AI 산업의 흐름이 인프라 투자에서 출발해 인간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서비스로 확장되고, 궁극적으로는 피지컬 AI로 향할 것이라고 전망해왔습니다. 실제로 황 CEO는 지난 1일 열린 ‘엔비디아 GTC 타이완 2026’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를 AI 산업의 다음 단계로 제시했습니다.

황 CEO의 두 자녀가 모두 로보틱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의 장남 스펜서 황은 2022년 엔비디아에 입사해 로보틱스 부문 프로젝트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차녀 매디슨 황은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입니다.

구 회장과 황 CEO의 이번 회동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매디슨 황 이사가 지난 4월 한국을 찾아 류재철 LG전자 사장 겸 CEO와 피지컬 AI 협업을 논의했기 때문입니다. 두 거물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요.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논의가 긍정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작지 않아 보입니다.

LG전자, ‘CES 2026’서 홈 로봇 공개하고
구광모 회장은 실리콘 밸리 피지컬AI 회동
LG전자 전 세계 로봇 관련 특허 1위 기록
LG, 로봇·전장·공조·배터리 기술 다 갖춰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피지컬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와 휴머노이드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LG
업계에서는 젠슨 황 CEO가 LG그룹의 피지컬 AI 역량을 높이 평가해 구 회장과의 만남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G의 로봇 분야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해 특허청 발표를 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특허청은 최근 10년간(2012~2021년)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5개국의 AI 기반 로봇 특허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조사에서 LG전자는 1038건(18.8%)의 특허를 기록하며 전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LG전자는 청소로봇은 물론 서비스로봇, 물류로봇, 사물 인식 및 음성 인식 기술 등 피지컬 AI의 핵심 분야에서 압도적인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가전 분야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특허가 41건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LG전자의 피지컬 AI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피지컬 AI 역량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가전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 ‘LG 클로이드(CLOiD)’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클로이드는 휴머노이드 기술 가운데 난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로봇 손가락을 이용해 빨래를 개는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석 달 뒤 LG그룹은 구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로봇 지능 개발 기업 스킬드AI를 찾아 휴머노이드 로봇 앞에서 아비나브 굽타 공동창업자와 대화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이를 두고 구 회장이 공개적으로 LG의 피지컬 AI 사업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LG는 이뿐만 아니라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373220)), 냉각 시스템(LG전자), 로봇 눈(LG이노텍(011070)), 얼굴(LG디스플레이(034220)), 관절(LG전자), 데이터센터(LG CNS) 등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LG AI연구원은 자체 AI 모델 ‘엑사원(EXAONE)’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가상세계, 즉 디지털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를 기반으로 로봇 학습 플랫폼 ‘아이작(Isaac)’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는 피지컬 AI용 오픈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엔비디아 코스모스 3(Cosmos 3)’를 공개했습니다.

실세계 데이터가 필요한 엔비디아
LG는 가전·디스플레이·화학 공장
제조 데이터 공유 땐 AI ‘윈윈 동맹’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 속에서 실제 공장 설비와 연동한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장면. 사진제공=현대차
지난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만난 이른바 ‘깐부 회동’을 통해 이번 만남을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옴니버스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학습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제공합니다.

문제는 이 같은 디지털트윈이 정교해지려면 ‘현실 세계(Real World)’ 데이터가 필수적이라는 점입니다. 엔비디아가 아무리 뛰어난 가상세계를 구축하더라도 현장 데이터가 없다면 실제 세계와 같은 수준의 디지털트윈을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두 수장의 만남 이후 엔비디아가 현대차와의 협업을 통해 주행 데이터와 자동차 공장의 생산 데이터를 공유받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엔비디아가 오픈소스 기반의 차세대 자율주행 통합 플랫폼이자 AI 모델인 알파마요(Alpamayo)를 공개한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LG그룹 역시 제조 현장 데이터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화학 등 계열사를 통해 어쩌면 현대차보다 더 다양한 산업군의 현장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피지컬 AI는 인간이 실제로 일하는 현장에 맞게 학습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작업 환경과 공정 데이터가 반영된 디지털트윈에서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LG그룹은 결국 피지컬 AI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데이터를 보유한 셈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 두 글로벌 기업인은 이번 회동에서 어떤 대화를 나눌까요.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번 만남 이후 LG그룹을 설명할 때 피지컬 AI를 빼놓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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