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또 좌절한 중국 축구…‘돈의 축구’는 무너졌지만 희망은 다시 자라고 있다

김세훈 기자 2026. 6. 4. 06: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14일 호주 퍼스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중국과 대만의 경기를 앞두고 중국 축구팬들이 오성홍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했지만 중국은 또다시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째 이어지는 기다림이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됐음에도 중국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중국 축구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14억 인구를 보유한 나라지만 국제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했다. 2016년 FIFA 랭킹 82위였던 중국은 현재 94위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에 0-1로 패하면서 북중미 월드컵 진출 희망도 사실상 끝났다. 중국 축구의 몰락은 한때 국가적 프로젝트였던 ‘축구 굴기’의 실패와 맞닿아 있다며 CNN이 축구축구가 처한 현실을 4일 전했다.

중국 축구는 한때 국가 전략 산업이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축구의 ‘세 가지 꿈’을 제시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그리고 월드컵 우승이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야심찬 축구 발전 청사진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세계 축구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전국에 축구장 7만 개를 건설하고, 2020년까지 학생 3000만 명이 축구를 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중국 슈퍼리그(CSL)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세계적인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오스카르, 파울리뉴, 카를로스 테베스, 헐크 등이 유럽 무대를 떠나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 축구팬둘. AFP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슈퍼리그 구단들이 이적시장에 쏟아부은 돈은 11억2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투자는 축구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축구보다 부동산이었다 당시 중국 프로축구를 떠받친 주체는 대부분 부동산 기업들이었다. 2018년 중국 1부리그 16개 구단 모두 부동산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기업들은 축구를 통해 지방정부와 관계를 구축했고, 그 대가로 토지 개발권이나 금융 지원 등을 얻었다.

축구는 사업을 위한 수단에 가까운 셈이다. 중국 축구 전문가들은 구단 운영이 수익 창출보다 정치적 관계 형성에 집중됐다고 지적한다. 유럽 구단들이 중계권과 상품 판매, 팬 기반 확대에 투자한 것과 달리 중국 구단들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거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됐고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에 나서면서 자금줄이 막혔다. 선수 연봉은 물론 전기요금조차 내지 못하는 구단들이 등장했다. 2021년 이후 해체된 프로축구 구단만 40개가 넘는다. 광저우 헝다는 한때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했지만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승부조작과 부패까지 드러났다. 중국 축구는 부패 문제까지 겹쳤다. 전 중국축구협회 부주석 두자오차이는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았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리톄는 승부조작과 뇌물 혐의를 인정했다. 리톄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감독 생활을 하며 상대 팀에 돈을 주고 승격을 도운 사실을 시인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얻기 위해 약 44만 달러를 지급했다고도 진술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최근에도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에 연루된 인사 17명을 추가로 영구 제명했다.

문제는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중국은 축구장 건설에는 성공했지만 축구 문화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에는 오랫동안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지역 축구클럽 문화가 부족했다. 유럽의 많은 명문 구단들이 지역 사회의 아마추어 클럽에서 출발한 것과 달리 중국 축구는 국가와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현재 중국의 등록 선수는 약 98만 명, 등록 팀은 약 4만 개 수준이다. 인구가 중국의 4% 수준에 불과한 잉글랜드보다도 적다.

여기에 극심한 입시 경쟁도 걸림돌이다. 중국 학생들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대학입학시험 준비에 집중하게 된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 지도자들은 12세 전후에 선수 이탈이 급격하게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창의성과 자율성이 중요한 축구 종목 특성상 중국식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 축구에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인공은 프로축구가 아니라 아마추어 축구다.

장쑤성에서 열린 아마추어 축구 리그 ‘쑤차오(苏超)’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교사와 배달기사, 프로그래머, 학생 등 평범한 시민들이 선수로 뛰는 이 대회는 지난해 결승전에 6만2000명 이상의 관중을 모았다. 온라인 중계 조회수는 22억 회를 기록했다. 입장권 가격은 3달러 수준이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2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대회의 의미는 경제 효과보다 축구 문화의 재탄생에 있다.

프로 선수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지역 대표로 뛰고, 주민들이 응원하며 지역 공동체가 축구를 중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리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쑤차오 출신 선수 4명이 중국 19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CNN은 “중국은 올해 초 23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고, 풀뿌리 등록 선수 수도 최근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 축구는 여전히 월드컵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거액 투자와 정치적 구호가 아닌 지역 사회와 생활 체육을 중심으로 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희망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CNN은 “중국 축구의 미래는 더 이상 국가 주도의 ‘축구 굴기’가 아니라 운동장과 학교, 지역 클럽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