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사람 있다, 택시노동자 고영기의 고공농성

3월29일, 택시노동자 고영기(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대림교통분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인천 남동구 구월동 지역사무실 근처 철탑에 올랐다. 쌀쌀한 3월에 고공농성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낮이면 잠깐이라도 햇볕 아래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더운 계절이 왔다. 지름이 140센티미터 정도 되는 원형 공간 가운데에 지름 35센티 기둥이 있어 다리를 쭉 뻗기가 어려운 공간에서 시작한 그의 고공농성은 아직도 답을 듣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그가 고공에 오른 이유는 택시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월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간주근로시간제를 전제로 해 하루 10시간, 12시간을 일해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 시간만큼만 기본급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하루 운송수입금 중에서 회사가 정한 사납금을 납부한 후 이를 초과하는 금액이 자신의 실제 수입이 되는 방식이다. 택시노동자들은 사납금 이상을 벌어야만 자신이 가져갈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 과속·난폭운전을 하면서까지 운전했다.
김재주 택시지부 전주지회장이 월급제를 요구하며 진행한 510일 고공농성 이후인 2019년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이 개정됐다. 법 개정으로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규정하는 제도가 2021년부터 서울에서, 2024년 8월부터 전국적으로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2년 연기돼 올해 8월부터는 전국에서 시행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또다시 미뤄진 이유는 택시업계가 어렵다는 사정을 정치권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손명수·권영진 등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이 완전 월급제 시행을 또다시 2년 뒤인 2028년까지 미루는 택시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 합의에 따라 면허대수 40% 범위에서 노동시간을 달리 정할 수 있게 하는 예외 조항, 그리고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할 지역을 국회에서 다시 정하겠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택시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만들어 낸 주 40시간 소정근로시간, 완벽하진 않지만 사납금제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택시노동자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법 개정으로 2년 유예됐을 뿐만 아니라 개악이기까지 하다.
과거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던 시기에는 '실제 근로시간에 비해 매우 적은 소정근로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을 소정근로시간 축소로 상쇄'하면서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가 훼손됨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 취지에는 "개별 사업장의 기사 확보가 어려워졌고, 주 40시간제 미준수 사업장에 따른 제재 수단도 부재해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개정 취지는 택시업계의 사정을 정치권이 다시 한번 허용한다는 것, 법과 제도가 작동하도록 감시하지 않은 정치권의 무능을 실토하는 것 아닌가?
택시노동자에게 간주근로시간제가 여전히 필요한가? 고영기 분회장이 고공에 오르고 노동조합의 투쟁이 펼쳐졌지만 택시발전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말았다. 택시지부는 택시노동자 저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 근로기준법 58조(근로시간의 특례) 시행령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에 대한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고 있지만 대통령령은 마련되지 않았다. 택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운행기록을 확인할 수 있고, 택시 플랫폼을 통해 운행시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택시업계에는 간주근로시간제가 유지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택시가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인지, 그리고 대통령이 없애겠다고 밝힌 공짜노동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공짜노동을 없애고 노동자들이 적정시간 일하고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너무나 기본적인 일이 택시노동자들에게도 보장돼야 한다.
택시노동자들은 사납금제에서 벗어나 월급제로 급여를 받은 후에는 택시 승객이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완전 월급제가 시행되면 주 5일 일하는 삶, 먹고살기 위해 하루 20시간씩 일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적정시간 일하고, 일한 만큼 벌고 싶다는 택시노동자들의 요구,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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