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의 기적 선봉장' 이정현, 'MVP'의 새 시즌은 벌써 시작됐다[스한 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6. 6. 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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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봄의 기적'을 보여준 고양 소노의 프로농구 2025-2026시즌이 막을 내렸다. 시즌 전 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라는 다수의 예상을 보란 듯이 깨고 준우승을 이뤄낸 엄청난 시즌.

그리고 소노의 하늘색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에이스'는 팬들을 향한 감사함을 안고 곧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MVP와 준우승을 동시에 이뤘음에도 그에게서 나태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포츠한국은 아직 챔피언결정전의 열기가 남아있는 경기도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소노의 에이스 이정현(27)을 만나 만화 같았던 시즌을 돌아봤다.

2025-2026시즌 프로농구서 고양 소노의 '첫 봄 농구'를 준우승까지 이끈 에이스 이정현.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이정현이 말하는 소노의 성공 비하인드

선수들 대부분이 휴가를 떠난 시기에도 소노의 훈련장에서는 농구공 소리가 들렸다. 챔프전까지 가장 오래 달린 소노의 시즌이 끝난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음에도, 이정현의 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챔프전 이후에도 시간이 될 때마다 꾸준히 체육관에 나와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많이 쉬면 좋겠지만, 다시 감각을 끌어올리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웃음)."

소노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8승26패의 5위를 기록하며 창단 첫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뤘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하위권이었지만 후반기 10연승을 달리며 첫 PO행 티켓을 따냈다.

소노는 이어진 6강에서 정규 4위 서울 SK, 4강서 1위 창원 LG를 3승0패로 압도하며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이뤘다. 비록 챔프전에서는 '스타 군단' 부산 KCC에 1승4패로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승부를 끝까지 끌고 가는 근성의 농구로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팬들에게 정말 감사했고, 경기에 뛸 때만큼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쉬움도 컸지만 후련하기도 했어요. 챔프전을 마친 뒤 팬들의 응원을 눈에 담고 싶어서 한동안 관중석을 바라봤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는 어느 때보다 선수와 팬이 하나 되는 순간이 많았어요.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KBL

이정현에게는 개인 성적의 측면에서도 잊지 못할 시즌이었다. 이정현은 정규시즌 49경기에 출전해 평균 18.6점 2.6리바운드 5.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전반기 7위에 머물렀던 소노의 후반기 대반격을 이끌며 극적인 6강 진출을 이끌었다. 결국 기자단 투표에서 총 117표 중 106표를 쓸어담으며 생애 첫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수많은 견제와 압박을 뚫고 이뤄낸 성과였다.

"부상 위험과 체력에 대해서는 항상 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2시즌 동안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기가 적지 않았고, 퍼포먼스가 제가 원하는 느낌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비시즌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죠. 거의 매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피지컬 파트를 귀찮게 했는데, 정말 관리를 잘해주셔서 감사해요. 손창환 감독님도 경기할 때 근육이나 컨디션이 괜찮은지 항상 물어보시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정현은 또한 손창환 감독에 대해 "감독님마다 생각, 그 생각을 선수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다 달라요. 하지만 손창환 감독님은 그 부분에 있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해요. 또한 선수들과 잘 화합하시는 분이라 선수들이 감독님을 항상 믿고 따르게 됩니다. 그건 정말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고양 소노 켐바오, 이정현, 손창환 감독. ⓒKBL

이정현이 이어서 얘기한 소노의 올 시즌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감독부터 선수까지 모든 구성원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농구를 다져나갔다는 점이다.

"연패가 계속되고 경기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게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부터 중심을 잡고 비디오 미팅과 훈련 때 선수들에게 감독님의 농구를 디테일하게 가르쳐주셨어요. 선수들도 큰 의심 없이 하던 대로 합을 맞춰나갔던 게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봅니다. 시즌을 치러나가면서 팀이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고, 어느 순간 '지금 어느 팀과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상대의 순위가 더 높은 데도 우리가 더 센 듯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선수들의 자신감, 실력, 사기가 오르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손 감독과 이정현 사이의 에피소드도 있었다. 손 감독은 10월 시즌 시작 후 1라운드 2승7패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정현을 포함한 선수들의 솔직한 의견을 구했고, 선수들은 감독을 믿고 따르며 팀이 단단해질 수 있었다.

"솔직히 준비와 기대를 많이 하고 시즌을 시작했는데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제게 실망을 많이 했어요. 1라운드를 치르던 어느 날 감독님이 식사 자리를 만드셔서 '솔직하게 대화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아니다 싶은 건 아니라고 해도 된다'고 하시면서요. 하지만 평소에 선수들과 얘기를 했을 때도 지금 훈련하고 있는 농구를 조금 더 해보자는 생각이었고, 감독님께 말씀드리니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결국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감사해요. 모두가 한마음이 돼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는 게 참 쉽지 않은 건데, 그걸 해냈으니까요. 좋지 않을 때에도 모든 구성원이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점이 소노가 무너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KBL

▶"느낀 게 많은 챔프전... 새 시즌 소노 농구 기대해주세요"

이정현이 소노의 에이스임을 가장 잘 보여줬던 순간은 역시 챔프전 3, 4차전이다. 3차전에는 극적인 클러치 샷을 성공하며 승부를 치열하게 끌고 갔다. 4차전에는 자유투 2구 모두 실패한 것을 딛고 경기 21초를 남기고 터프샷 3점으로 역전을 만들어내더니, KCC 허훈의 자유투로 80-80 동점 상황에서 자신이 건의한 작전으로 KCC의 페인트존을 완벽히 공략해 승리를 결정짓는 자유투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자신의 손에 팀의 운명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도 생글생글 웃으며 결국 결과로 증명하는 이정현의 모습은 농구 팬들에게 소름을 선사했다.

"김승기 감독님 때부터 제 역할과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짧은 시간에 경험치를 많이 쌓았어요. 그렇게 뛰면서 상대의 압박, 승부처, 체력이나 몸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스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 시즌을 거쳐 오며 성숙해지는 듯해요. 스스로 관리하는 법을 깨우칠 수 있는 좋은 경험들을 소노에서 많이 했다는 점에서 감사하죠."

ⓒKBL

"그런 노하우가 쌓이면서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의 운영도 다르게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공 없는 움직임을 더 많이 가져가면서 팀원들을 더욱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도 승부처에서는 제가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죠. 운이 좋게 클러치 샷들을 성공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팀원들이 믿어줬기 때문입니다. 제 샷이 안 들어갔다고 해도 팀원들은 괜찮다고 말해줬을 거예요. 감사한 일입니다. 다들 너무 고생 많았고, 모두가 가진 것 이상으로 활약해줬어요. 좋은 선수들이 힘을 합쳐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기에 챔프전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이정현은 마지막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지며, 놀라운 시즌을 함께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챔프전을 치르면서 느낀 게 많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번 더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이 분명 필요할 듯해요. 다음 시즌에는 2, 3쿼터에 한해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잖아요. 감독님과도 많은 얘기를 하면서 새로운 농구에 대해 준비해야 합니다. 감독님이 제게 원하는 역할이 달라질 수도 있고, 제 주관을 확실히 표현할 수도 있는 거죠. 유연한 자세로 새 시즌을 대비할 겁니다. 소노가 어떤 농구를 할 지 굉장히 기대돼요."

"정규시즌 10연승을 기점으로 플레이오프, 챔프전까지 정말 잊지 못할 응원과 경험을 선물받았어요. 6강 서울 SK 원정 도중에는 제 생일도 있어서 팬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시기도 했죠. 경기에서 이기고 인터뷰를 할 때는 팬들이 전부 일어나서 박수를 치면서 제 이름을 외쳐주셨어요.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 시즌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고생 많으셨다는 얘기를 팬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선수들이 더 열심히 준비해 다음 시즌에 임할 테니 변함없이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웃음)."

ⓒKBL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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