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로 본 이재명 정부 1년] 첫 국무회의 직격탄 ‘산재사망’ 이재명 정부 1년 관통

연윤정 기자 2026. 6. 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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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산재사망자 감축 성과도 … 실노동시간 단축·양질의 일자리 창출 과제 산적
▲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 모습. <이재명 대통령 SNS>

4일로 12·3 내란을 딛고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1년을 맞았다. 그는 1년 전 국회에서 가진 취임선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고, 부당하게 약자를 억압하는 등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고 규칙을 지켜 피해를 입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년, '소년공' 출신 이 대통령은 이 약속을 얼마나 지켰을까. <매일노동뉴스>가 3일 지난 1년간 정부가 기록한 국무회의록을 분석하는 한편 정부가 최근 발간한 <국민주권정부 123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궤적을 살폈다.

"중대재해법 이후에도 사망사고 줄지 않아"

정부는 스스로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국민주권정부 123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 국정과제(75) '일하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에서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산재근절 의지, 정부와 산업현장의 노력이 더해져 2026년 1분기 사고사망자수가 202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분기 137명에서 올해 1분기 113명으로 줄었다. 작은 사업장 추락사고도 같은 기간 62명에서 31명으로 줄었다고 보고했다.

지난 1년간 국무회의를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5일 취임 뒤 첫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 상황이냐"고 물었다. 당시 참석한 김민석 전 고용노동부 차관이 '노동부 당면 현안' 구두보고에서 "최근 SPC와 한국서부발전 등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한 뒤였다.

이 대통령은 이 밖에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공공부문에서 한시적 인력 채용시 최저임금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근로감독관 규모는 어떻게 되나. 산업안전감독관 수를 좀 더 늘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정부에도 위임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 "노동시장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사용자들 부담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 필요하다"고 관심을 표명했다.

이후 1년을 추적하면 이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말한 내용이 새 정부 노동정책의 뼈대가 됐음을 알 수 있다.

산재사망 SPC·대전 안전공업 직접 방문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5일부터 이달 2일까지 1년간 모두 58회의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청와대 이전까지 반년은 주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했고, 지난해 12월30일 청와대에서 첫 국무회의가 열렸다. 이재명 정부는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웠다. 7월29일 10번째 국무회의부터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생중계를 시작했다.

총 58회의 국무회의를 보면 '노동' '안전'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시기는 거의 손에 꼽힐 정도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또는 국무위원 토의를 통해 끊임없이 노동을 언급했다.

가장 많이 언급한 문제는 단연 '산업재해 사망'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5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고 사망률도 가장 높다"며 "노동부만 할 일이 아니라 모든 관련 부처들이 다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망사고 같은 중대재해 예방대책, 사후 책임을 확실히 묻는 대책, 전 부처 역할, 현재 할 수 있는 대책, 입법 대책까지 총괄적으로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철도노동자 출신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7월22일 첫 출석한 국무회의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 이행 계획'을 구두보고했고, 같은달 29일 국무회의에서는 '중대재해 반복 발생 근절대책' 집중토의에서 "중대재해에 대해 정부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동일 사업장에서 다수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포스코이앤씨, 맨홀 질식사망 등을 언급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까지 언급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노동법과 산업안전 기준이 현장에서 안 지켜지는 이유는 '비용이 드니까, 아끼는 게 이익이니까' 계속 아끼게 된다"며 "나중에 지출해야 할 대가가 아끼는 것보다 훨씬 크면 절대 이러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산재사망이 발생한 현장 방문이나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7월25일 산재사망이 발생한 SPC 시화공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3월21일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현장을 직접 방문한 데 이어 24일 국무회의에서 "일터에서 각종 사고가 지속되고 있는데 국정 책임자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는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망사고와 관련해 동일한 사고가 반복·지속적으로 발생한 사업장을 정리해 보고하라고 노동부에 지시했다.
▲ 지난해 6월10일 국무회의 모습. <이재명 대통령 SNS>

공정임금 도입 "정부 모범 사용자 돼야"

산재사망에 이어 많이 나온 노동의제는 '공정임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9일 국무회의에서 '공정임금' 화두를 먼저 꺼내면서 "정부나 공공기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사람을 채용하면서 왜 최저임금만 주느냐"며 "노동에 상응한 적정한 임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금 지급과 정규직 전환 회피 꼼수도 지적했다. "2년 지나면 정규직으로 해야 된다고 1년11개월만 계약하고, 퇴직금 안 주겠다고 11개월씩 계약하고는 한 달 쉬었다가 다시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며 "정부가 부도덕하게 그러면 되느냐"고 질타했다.

올해 1월27일 국무회의에서도 "우리가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한다"며 "정부가 최저임금만 주고 11개월 고용해서 퇴직금 떼먹고, 정규직 안 되게 하려고 1년11개월만 고용하면 되겠느냐"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정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라"며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적정하게 줘야지 정부가 최저임금 주고 그러면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3월10일 국무회의에서도 "정부는 모범적인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며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지자체에서) 심지어 딱 하루만 빼고 계약해 퇴직금을 안 줬다고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질타는 결국 '공정임금'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김영훈 장관은 지난 4월28일 국무회의에서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정수당 도입, 기간제 노동자 복지 3종(급식비·복지포인트·명절상여금) 단계적 개선,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보고했다.

김 장관이 보고 마지막에 "각 부처를 비롯해 전 공공부문에서 함께해 주길 당부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당부 말고 확인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개정 노조법' 통과하며 '노동유연성' 꺼내

정부는 <국민주권정부 123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 국정과제(93)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에서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통해 "원·하청 등 다층적 산업구조하에서 노동자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고,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한 노동권 위축 문제를 완화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교섭창구 단일화 체계하에서도 하청 노조의 특성을 반영한 교섭이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2일 국무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이 대통령은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존재하고, 노동자 협력이 전재돼야 기업도 안정된 경영환경을 누린다"며 "'새는 양 날개로 난다'와 같이 기업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의식은 '고용유연성'으로도 연결된다. 지난 2월10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조선 분야 호황과 불황 사이클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하청은 재하청을 주는 등 비정상적인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전체적인 일자리 질을 높이려면 고용유연성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정규직 노조가 하청업체나 비정규직까지 배려하지 못하는 것은 노조 조직형태도 영향을 미친다"며 "산업별노조로 바뀌어야 하고 그 안에서 임금교섭도 광범위하게 해줘야 사회가 정상화될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대화'로 연결된다. 지난해 9월9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장관에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찾는 일은 잘되고 있느냐"고 묻고는 "노사 대화를 통해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3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사노위 출범을 맞아 열린 토론회에서 김지형 경사노위원장과 함께 참석한 이 대통령은 고용유연성을 다시 꺼내들었다.
▲ 지난 2일 열린 국무회의 모습. <청와대>

청와대에서 열린 최초의 '노동절 기념식'

이재명 정부에서 상징적인 성과라면 노동절 명칭 복원 및 공휴일 지정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국민주권정부 123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 국정과제(94) '노동존중 실현과 노동기본권 보장'에서 "62년 만에 노동절로 변경했고, 노동절을 공휴일로 지정해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쉴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법 개정 후 처음 맞은 올해 5월1일 노동절은 노사정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념식과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고, 청와대에서는 양대 노총 위원장과 한국경총 회장 등이 참여하는 노동절 기념식이 열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노동을 통해 삶을 바꾸며, 노동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간다"며 "인공지능(AI) 등 대전환 과정에서 더 안전하고, 더 공정하며, 더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국민주권정부 123대 국정과제 추진 실적>에서 '실적'으로 보고했지만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 밖에도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 △임금체불 근절 및 근로감독 전면 혁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정립과 공정한 보상 실현 △물류·수송·건설 등 국토교통 취약노동자 보호 강화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와 단체협약 효력확장 △노동법원 설립 및 취약노동자 권리구제 강화 △실노동시간 단축 및 포괄임금제 금지, 연차휴가제 개선과 쉼이 보장되는 일터 △육아·돌봄 국가보장으로 일·가정 양립 실현 △국제노동기구(ILO) 괴롭힘 방지협약 비준 및 갑질 없는 행복한 일터 △AI 인재 양성 △정의로운 노동전환 △이주노동자 통합 취업지원 및 고용허가제 개선 △지역 재량권 강화를 통한 양질의 지역 일자리 창출 △구직 지원금 확대, 전 국민 고용보험 완성 등 든든하고 촘촘한 고용안전망 등을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 1년은 6·3 지방선거와 함께 맞았다. 노동 등 국정과제 추진력은 지방선거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이달 8일로 예정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내용의 집권 2년차 국정운영 방향을 밝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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