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이재명發 ‘일베 폐쇄론’에 커뮤니티 술렁… “플랫폼 책임” vs “표현 자유 위축”
혐오 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는 온라인 커뮤니티 폐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조롱·혐오 표현을 방치했다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폐쇄 공론화를 언급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용자 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과, 규제가 결국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이번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프로모션 사태에 이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서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조롱성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화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논란은 일베를 넘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전반으로 번졌다. 커뮤니티 사이트 제작 기업 와플보드에 따르면 5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1위는 디시인사이드(2억5800만)다. 이어 ▲에펨코리아(펨코) 1억400만 ▲루리웹 6100만 ▲더쿠 5900만 ▲아카라이브 5100만 순이다.
◇李 대통령 “일베 폐쇄” 언급에 국내 커뮤니티 술렁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펨코 운영진은 지난달 28일 밤 ‘커뮤니티 공격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렸다. 펨코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혐오 표현의 온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폐쇄 주장까지 제기되자 운영진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펨코 운영진은 “불법 게시물은 당연히 제재해야 한다”면서도 “커뮤니티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회 수도 거의 없는 글이나,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 소수의 글로 트집 잡아 압박하는 것은 공정한 규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해외 소셜미디어(SNS)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엑스(X), 텔레그램 등 국내법 집행이 쉽지 않은 해외 플랫폼은 정부 관계자들까지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정작 국내법을 따르는 국내 업체들만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펨코 운영진은 “표현의 자유는 모든 곳에서 공평하게 보장돼야 한다”며 “누군가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이 모이는 곳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펨코 운영진과 달리 디시인사이드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오는 5일 사이트 이용약관에 ‘자살 유발 정보 및 자해·자살 관련 게시물 제한’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관련 게시물의 게시·전송·유포를 금지하고, 위반 시 통보 없이 삭제하거나 관계 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논란 속에서 사전에 문제 소지를 줄이려는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규제 강화 움직임… 플랫폼 책임론 확산
현행법상 개별 게시물 삭제나 접속 차단은 가능하지만, 특정 사이트 전체를 폐쇄할 수 있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2018년 ‘일베 폐쇄’ 청원 이후 정부 차원의 공식 검토가 있었지만,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이나 도박 등을 목적으로 개설된 불법 사이트가 아닌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를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대법원 판례도 사이트 개설 목적 자체가 불법적일 때 전체 사이트 차단을 인정하는 취지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안 내용에 따라 차이는 크지만, 혐오 표현을 담은 게시물 작성자뿐 아니라 이를 신속히 삭제하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도 책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1년 국정 성과와 과제를 담은 ‘국민이 만든 대전환의 길’에서 “평등법(차별금지법) 국회 입법 발의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해외 차별 금지 법제의 시행 사례 및 영향 실태 조사’를 추진하면서 혐오 표현과 차별 방지 법제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일베 금지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혐오와 조롱을 반복적으로 생산·유통하는 플랫폼에도 일정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표현 허용 범위가 쟁점
문제는 혐오 표현을 막기 위한 조치가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전반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운영진이 법적 책임을 우려해 과도한 사전 관리에 나설 경우, 정치적·사회적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핵심 쟁점은 혐오 표현을 어떻게 정의할지, 플랫폼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더라도, 기준이 모호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율선의 홍경열 변호사는 “단순한 부정적 표현까지 혐오로 규정하면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며 “이미 형법상 명예훼손과 모욕죄가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은 관련 법률을 보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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