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빨간 치파오 응원, 사랑인가 압박인가···가오카오 D-3 중국 논쟁 중

박은하 기자 2026. 6.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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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응원열기 줄었단 평가도
중국 후난성의 한 고사장에서 치파오 차림으로 자녀를 응원하는 어머니들. 소후닷컴

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가 다가오면 덩달아 관심과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 있다. 중국 엄마들이 수험생 자녀를 응원하기 위해 입은 빨간 치파오다.

오는 7일 시작하는 가오카오를 앞두고 중국 온라인에서는 빨간 치파오 관련 게시물을 부쩍 더 많이 볼 수 있다. 패션 블로거, 인플루언서들은 5월 말부터 ‘수험날 엄마 치파오 코디 팁’ ‘승리감 넘치는 치파오 추천’ 등의 게시물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일부 게시물 조회수는 10만회를 넘는다.

네이버 지식인과 유사한 문답·토론 사이트인 ‘즈후’와 각종 SNS에 “치파오 대체 왜 입어야 하나” “아이들은 정작 부모들이 치파오 입는 것 어떻게 생각하나” “가오카오 시험날 치파오, 사랑인가 압박인가” 등의 불만을 품은 질문도 올라온다. 열띤 댓글 토론도 이어지고 있다.

치파오(旗袍)는 ‘군대가 깃발을 펼치자마자 승리를 얻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치카이더성(旗开得胜)와 앞글자가 같다. 이에 착안해 자녀가 시험을 치르는 동안 엄마들이 응원의 의미로 빨간색 치파오를 입고 고사장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응원 문화로 정착됐다. 치파오 차림에 더해 ‘높은 곳을 향해(向)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해바라기(向日葵)를 들고 응원하기도 한다.

코디법도 정해져 있다. 가오카오는 지역별로 일정이 다르지만 통상 사흘간 치러지는데, 첫째 날은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빨간색, 둘째 날은 ‘줄곧 파란불’을 의미하는 초록색, 마지막 날은 휘황찬란하게 나아가라는 의미로 노란색 치파오를 입도록 추천된다. 치파오에 원하는 대학이나 점수, 응원 문구 등을 수로 놓기도 한다.

남성이 치파오를 입으면 효험이 더 좋다고 하여 치파오를 입은 아버지나 남교사들의 동영상도 최근 2~3년 동안 온라인을 달궜다.

치파오 찬반 논란과 관련해 한 여성은 SNS에 “치파오 응원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엄마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품위있는 응원”이라며 “자녀가 힘든 시험을 치르는 동안 엄마 역시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고생을 함께 하고,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고 적었다. “그저 작은 안심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치파오 응원 부담스럽다”,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자녀는 오히려 위축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올해는 예년보다 치파오 응원 열기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어렵고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비관이 응원 열기를 식혔다고 평가된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학 졸업생 수는 127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대졸자가 1222만명이었던 지난해 실업자 수가 최대 5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았다. 베이징의 대학 경영 정보 업체인 MyCOS 리서치의 ‘2025 중국 대학생 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대학 학부 졸업생의 중위소득은 월급 5990위안(약 12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산시성의 블로거인 ‘90년대생의 헛소리’는 “치파오 응원 등은 20년 넘게 지켜봤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다”며 “불안도 비교도 닦달도 덜 하는 분위기이며, 학교 근처 응원용품이나 치파오 가게의 열기도 덜 하다”고 적었다. 이 블로거는 “무관심이 아니라 (대학 교육에 대한) 신비화가 해체됐다”고 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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