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구하려다 ‘피해자’ 되는 남성 청소년…갈수록 는다

박고은 기자 2026. 6. 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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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4살 ㄱ군은 지난해 7월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한 계정이 게시한 성적인 사진과 글을 보고 호기심에 메시지를 보냈다. 연락을 주고받다 실제로 만난 계정 운영자는 둘만 있는 공간에 들어선 뒤, 성착취 가해자로 돌변했다. 가해자는 ㄱ군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를 하고 이를 촬영해 이튿날 자신의 계정에 게시했다.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는 지난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 표적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 아동·청소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유인한 뒤 협박과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수법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동시에 범죄에 가담하는 가해자가 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센터)의 피해 지원 현황을 3일 보면, 지난해 센터가 지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만637명 가운데 남성은 2618명(24.6%)이었다. 이 가운데 10대는 440명으로, 20대(1649명)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했다. 여성 피해자 비율이 크게 높지만, 남성 아동·청소년 피해자 수도 2023년 361명, 2024년 396명, 지난해 440명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자 단체 등 설명을 들어보면, 남성 청소년 피해자들에게 ‘덫’을 놓는 방식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기존 성착취 범죄와 구별된다. 주로 또래나 이성으로 가장해 친밀감을 형성해 접근하는 여성 대상 성착취와 달리, 남성 청소년들에게는 소위 ‘몸캠 피싱’처럼 여성인 척 접근해 수치스러운 장면을 남겨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착취물 접근을 미끼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성착취물이 범행의 매개가 될 경우 남성 청소년이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상황까지 벌어진다. 18살 ㄴ군은 2024년 1월 엑스에서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텔레그램방에 들어오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뒤 지인 여성의 사진, 신상정보, 성착취물을 전송했다. 성착취 범행에 가담한 ㄴ군은 이후 곧장 피해자가 됐다. 가해자는 ㄴ군에게 “불법적인 행위를 했으니 박제(사진이나 신상 정보 등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기 시작했고, ㄴ군을 모텔로 불러 성폭행하고 이 모습을 촬영했다. 피해자이자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ㄴ군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남성 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의 복잡성 탓에 피해자 지원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예방센터 탁틴내일의 정희진 기획팀장은 “본인이 성착취물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거나, ‘남성은 성범죄 피해자가 되기 어렵다’는 사회적 통념 탓에 남성 피해자의 경우 지원 요청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지속·반복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히 도움을 요청하는 게 범행을 끊어낼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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