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 출연료 기부 내한 공연… 앨범에 ‘아리랑’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
2023년 6월 4일 74세

미국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1949~2023)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82년 낸 계절 연작 연주 앨범 ‘디셈버’는 총 판매량 300만장 중 100만장이 한국에서 팔렸다. 수록곡 ‘캐논 변주곡’은 1990년대 한국의 카페 어느 곳을 가도 흘러나왔다.
윈스턴은 한국에 애정이 깊었다. 1996년부터 10차례 한국을 찾았다. 1998년에도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IMF 외환 위기로 달러 값이 올라 해외 아티스트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윈스턴은 “팬들과 약속한 공연”이라며 한국을 찾았다. 출연료 대부분을 한국 실직자를 돕는 자선 기금으로 내놓았다.

“세계적 재즈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이 18일부터 예정된 내한 공연 출연료의 대부분을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한국 실직자를 돕는 자선 기금으로 내놓는다. 공연 기획사 서울예술기획 측은 7일 “조지 윈스턴이 매니저를 통해 한국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전해 듣고 직접 전화해 이런 약속을 했다”며 “미리 지불된 계약금 1만5천달러를 뺀 나머지 출연료 1억여 원을 모두 실업자 구호 기금으로 희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1998년 4월 8일 자 25면)

이때 기부에 대해 윈스턴은 2005년 내한 공연 인터뷰에서 “그 힘든 시기에 우연히 한국에 있던 나로서는 무조건 도와야 된다고 생각했다”(2005년 5월 20일 자 A25면)고 말했다.
1999년 앨범 ‘Plains’에 ‘아리랑’을 넣었다. 한국에서 음악적 영감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데뷔 40주년인 2011년 내한 공연 인터뷰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과 푸근한 인심 때문에 늘 한국에서 연주할 날을 기다려왔다”며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은 나라 한국에서 연주를 하면 특별한 영감이 떠오르곤 한다. 아직도 새하얀 모래사장과 야트막한 산, 드넓은 바다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부산 해운대가 그립다”(2011년 5월 17일 자 A23면)고 했다.

윈스턴은 자신의 음악을 ‘뉴에이지’로 분류하는 데 강하게 반발했다. 새로운 시대라는 뜻의 ‘뉴에이지’는 1960~1980년대 서구 사회에서 확산된 영성 중심의 문화·사상적 흐름을 나타낸다.
“-남들은 당신을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부른다. 그래미상과 빌보드 차트에서 이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당신 스스로는 ‘전원적 포크 피아노 연주자(Rural Folk Pianist)’라고 정의한다.
“지금 나는 뉴에이지 연주자가 아니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선율만큼 화음을 중시하는 나는 모든 곡에 도시적인 감성보다 전원적 감성을 불어넣어 듣는 이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 때로 무대에서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는 것은 ‘전원적 포크’를 표현하기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2011년 5월 17일 자 A23면)

윈스턴은 2011년 인터뷰에서 “18년 후 80세가 됐을 때는 더욱 흔들림 없는 나의 세계가 완성될 것이라 믿는다”(2011년 5월 17일 자 A23면)고 했다. 이별의 날은 빨리 다가왔다. 2013년 혈액암 일종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진단을 받고 10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부음 기사는 음악을 대하는 윈스턴의 진지한 태도를 그의 말을 통해 드러냈다.
“나는 동굴에서 나와 연주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동굴에 있는 이유는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다. ‘사회적’이 되는 ‘비사회적인’ 방식이다. 나는 파티에 가본 적이 없고,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나는 ‘솔로이스트(soloist)’다.”

“몬태나의 사계절은 나의 영감(靈感)이다. 나는 그 영감을 보관하는 도서관 사서(司書)일 뿐”이라고 말했던 조지 윈스턴. 음악 인생 50주년 기념이었던 2022년 마지막 음반 제목은 ‘밤(Night)’이었다. 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둠이 깊어질 때마다 아침은 더 빨리 다가왔다.””(2023년 6월 8일 자 A20면)
앞서 인터뷰에서 2005년 낸 앨범 ‘몬태나’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디셈버’ 또는 4계절 연작 앨범을 만든 피아니스트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아쉽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어차피 음악은 듣는 이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선택되는 거니까 아쉽지는 않다.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내가 가장 애착을 갖는 앨범은 ‘몬태나’라는 사실은 좀 알리고 싶다. 나의 고향 몬태나의 변화무쌍한 4계절을 고스란히 표현한 작품이다.”(2011년 5월 17일 자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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