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만 위험하냐고요? 한반도 면적 6배 빙하가 녹으면 생기는 일
제트기류 약해져 대기 순환 약화
극한 폭염, 추위 오가는 기후위기 심해져
탄소배출 줄이고 국제협력 강화해야
편집자주
산업화(1850~1900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 이 수치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으로 불립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후속으로 1.5도에 임박한 기후 위기 현실, 이를 막기 위한 노력들을 격주로 폭넓게 연재합니다.

바다 위를 떠도는 빙하 덩어리에 갇혀버린 북극곰의 모습. 모두가 한번쯤은 본 모습입니다. 기후위기 탓에 지구가 펄펄 끓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냉장고 역할을 해주던 극지방 얼음이 녹아버리고 있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죠. 가여운 북극곰은 먹이 사냥을 위해 더 멀리 헤엄쳐 나가야 하고 이전보다 번식과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그런데 빙하가 줄어들면서 생존 위협을 당하는 건 북극곰만이 아닙니다. 인간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게 되죠. 한반도에는 40도를 넘나드는 극한 폭염이 찾아오고 좁은 공간에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빙하가 계속해서 녹는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까요.
한반도 6배 면적 빙하 사라져
우선 빙하가 얼마나 녹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따르면 3월 15일 기준 북극 해빙(바다 얼음) 면적은 약 1,430만㎢ 였는데요. 위성 관측이 처음 시작된 197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1981~2010년 3월 기준 평균 해빙 면적(1,560만 ㎢)보다 약 130만㎢ 줄어든 수치인데요. 북극 해빙은 계절마다 크기가 달라지는데 보통 3월이 가장 넓습니다. 줄어든 빙하 면적이 얼마나 큰지 감이 잘 안오시지요. 한반도 면적(약 22만㎢)의 약 6배에 해당하는 크기입니다.
해빙의 두께도 얇아지고 있습니다. 나사는 "위성 관측 결과를 보면 올해 북극의 얼음은 전반적으로 더 얇아졌다"며 "특히 그린란드 북동쪽 바렌츠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본 북부와 러시아에 접한 오호츠크해 역시 올해 해빙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사는 이 같은 해빙 면적 감소가 1979년 이후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중국의 상황도 심상치 않습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중국 서부 지역 빙하는 최근 수십년 간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톈산 1호 빙하는 1962~1986년 연간 5,000㎡씩 감소하다가 1986~2018년에는 연간 1만600㎡씩 감소해 그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습니다. 치롄산 라오후거우 12호 빙하의 1959년 면적은 21.9㎢였지만 2018년 면적은 20.2㎢로 약 7.8% 감소했습니다. 빙하의 실종 탓에 중국의 물 안보가 위협 받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생기는 물(융빙수)의 양은 한동안 증가하다가 최정점(피크 워터)에 도달한 뒤에는 급격히 감소합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중국 빙하 대부분이 2040~2070년 피크 워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광범위한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중국 빙하는 아시아 여러 국가들을 관통하는 강들의 발원지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인도 남부까지 영향을 주고 전세계 인구 약 18억 명에게 물을 공급한다고 하니 빙하의 실종이 인류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빙하 녹으면 제트기류 약화…"기후위기 심해질 것"

빙하가 녹는 원인은 두말할 것 없이 지구가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 김연하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해양 캠페이너는 "빙하 감소를 가속화하는 근본 원인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과 그에 따른 기후위기"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북극은 북극 증폭 현상으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데요. 북극 증폭이란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서 태양 빛을 반사하는 면적은 줄어든 반면 바다가 열을 흡수한 강도는 세지는 현상입니다. 김 캠페이너는 "북극권 블룸스트랜드브린 빙하의 경우 1981년 여름만 해도 빙하가 산맥을 완전히 덮고 있었지만 2024년 8월 사진에는 빙하벽이 녹아내려 맨땅과 바다만 남았다"며 "극지방의 변화는 북극 생태계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기후 패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빙하가 녹는다면 한반도 기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가장 큰 변화는 전 지구적 대기 흐름이 뒤틀린다는 점입니다. 북극 상공에는 대기를 순환시키는 제트기류가 있는데요. 얼음이 줄어들면 제트기류 흐름이 약해집니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의 한기가 밑으로 크게 내려와 혹한과 대홍수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위로 크게 치고 올라올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폭염과 가뭄이 발생합니다. 진경 극진연구소 정책협력부장은 "극지방과 열대의 온도차이가 클 수록 제트기류가 강하게 발생한다"며 "극지방 온난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제트기류가 울퉁불퉁하게 흘러 파동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다의 변화도 뚜렷한데요. 극지방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최근 36년(1989~2024년) 동안 우리나라 해수면은 연평균 약 3.2㎜ 수준으로 상승해 총 11.5㎝ 높아졌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백사장이 사라지고 저지대는 침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지요. 진 부장은 "빙하는 중력으로 주변 바닷물을 끌어 당기고 있는데 빙하가 녹으면 중력이 약해져 주변 바닷물이 멀리 밀려나게 된다"며 "극지방 주변보다 오히려 멀리 떨어진 중위도 지역 및 한반도가 더 큰 해수면 상승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빙하를 지키기 위해선 여러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위험평가와 기후 적응 계획을 세워야 하고 빙하가 녹아 생길 수 있는 재해 관련 연구를 확대하자고 제안합니다. 또 국제사회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강화해 지구 기온 상승폭을 줄이고 정부 간 협력 체계도 구축하자는 것인데요.
한국도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에 2031년 이후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탄소중립기본법은 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여 빙하를 지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로드맵조차 없는 셈인데요. 정부의 국제 협력 노력과 국회의 입법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입니다.
진 부장은 "지구 온도 상승폭이 1.5℃를 넘어가게 되면 지구의 자정효과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전 지구적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총력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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