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영업익 3조원 넘게 벌고… 안전엔 0.2% 투자

신수지 기자 2026. 6.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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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3년 동안 5배로 뛸 때
안전 예산 규모는 오히려 줄어
안전책임자도 임원급 아닌 부장

지난 1일 폭발 사고로 7명의 사상자를 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3년 새 영업이익이 5배 급증하는 동안, 안전보건 예산은 수십억 원대에 그치고 안전 조직의 위상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인수·합병(M&A) 등 외형 성장에만 집중하느라 현장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세척공실. 이 사고로 안에서 일하던 작업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했다. /신현종 기자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안전보건 예산으로 2023년 72억원, 2024년 35억원을 집행했고 지난해에는 68억원을 책정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943억원, 1조7319억원, 3조893억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영업이익 대비 안전보건 투자 비율은 2023년 1.2%에서 작년은 0.2% 수준으로 급락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처럼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 생산 라인과 인력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 예산도 비례해 늘어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사내 안전 컨트롤타워의 위상도 낮았다. 최고안전책임자(CSO) 직급은 임원급이 아닌 부장급이다. 안전 총괄 조직인 환경·안전·보건(ESH) 실장은 원래 상무급이었지만 2024년 말 부장급으로 바뀌었다. 조직의 지위가 사실상 낮아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많은 대기업들이 최고안전책임자 위상을 사내이사급으로 격상시키는 흐름과 배치된다. 안전 조직 수장이 부장급이면 예산 확보나 인력 충원 같은 핵심 의사 결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게 국내 대기업 조직의 현실이다. 다른 기업의 CSO는 “(부장급이면) 안전을 이유로 생산 일정에 제동을 걸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안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방산 수출 급증으로 일감이 밀려들자 인력 확충이 불가피했다. 이번 사고 사망자 5명 중 2명은 올해 2월 충원된 20대 계약직 근로자였다. 대전 사업장 생산 시설 증설과 물량 증가에 따른 충원이었다. 안전 전문가들은 “고위험 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에 갓 입사한 계약직 근로자가 배치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안전 교육이 이뤄지고 숙련도가 확보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진영

한화에어로는 국내외 M&A와 지분 투자에 4조원 넘게 쏟아부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호주 오스탈조선소, 싱가포르 다이나맥, 미국 LNG 업체 넥스트디케이드 등을 잇달아 인수하거나 지분을 취득했다. 최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7.22%를 확보해 3대 주주에 올랐다.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은 회사가, 현장 근로자의 안전과 직결된 예산은 연간 수십억 원대에 묶어뒀다는 점에서 경영 우선순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화에어로 측은 이에 대해 “2025년 실제 안전보건 예산 집행액은 책정액의 두 배인 135억원”이라며 “공장 무인화·장비 구매·작업 환경 조성 등 회계법인의 공식 안전보건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지출까지 합산하면 총 247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ESH실장 직급에 대해서도 “현 실장은 20년 이상 안전 보직만 수행한 안전공학 박사”라며 “직급보다 전문성을 기준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공개한 2470억원은 공식 안전보건 회계 기준을 벗어난 항목을 포함한 수치여서 단순 비교가 어렵다. 업계에서는 “공식 기준 외 지출을 안전 투자로 포함시키면 사실상 모든 설비 투자를 안전 명목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편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자 5명과 유가족의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고, 시신은 유가족에게 인도됐다. 한 유족은 장례식장을 찾은 손재일 대표 등에게 “당신들이 말하는 관성과 타성에 따라 (사망자들을) 지옥불로 집어넣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유족은 2018·2019년 사고 사례를 들며 “이번에도 똑같다. 지난번하고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손 대표는 유족들에게 여러 차례 허리를 숙였다.

경찰은 과학수사대원 8명을 투입해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을 확인하고 타다 남은 잔해물을 수거했다. 국과수가 정밀 감식하고 있다. 경찰은 대전 사업장 관계자들과 경상자를 상대로 전후 상황과 세척실 업무 과정, 세척제 성분, 안전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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