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리슬링 와인의 왕… “완벽한 페어링이란 취향껏 마시는 것”

박진성 기자 2026. 6. 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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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와이너리 대표 에른스트 루젠
싼 와인 취급받던 리슬링 위상 높여
“온난화로 독일 와인 맛 더 좋아져”

리슬링 와인의 계절이 왔다. 뜨겁고 텁텁한 여름 공기 속 차갑게 칠링된 리슬링 한 잔. 가볍고 푸릇푸릇한 산미가 계곡물 같다. 독일 대표 와인 리슬링은 1970~1990년대 ‘암흑기’를 보냈다. ‘공산품’ 같은 와인 브랜드가 대량 판매되며 리슬링은 ‘달달한 싸구려 포도 품종’ 정도로 여겨졌다. 이 편견에 맞서며 리슬링의 위상을 끌어올린 인물이 에른스트 루젠(68) ‘닥터 루젠’ 대표다. 한국을 찾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의 한 와인바에서 만난 그는 “리슬링을 ‘단 와인’으로만 생각한다면 절반만 아는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를 다니며 리슬링 부흥을 이끈 그는 별명도 많다. 해외 유명 와인 매체 ‘디캔터’ 등에서 각종 상을 받으며 ‘리슬링의 왕’ ‘독일 와인 대사’로 불리기도, 긴 머리와 락스타 같은 외모로 ‘독일의 믹 재거’로 불리기도 한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다 “이걸 다 배우고 나면 복지 대상자 백수가 될 것 같아” 아버지로부터 와이너리를 물려받은 지 38년째다.

‘닥터 루젠’의 대표 에른스트 루젠은 리슬링 맛의 전통은 달콤함과 드라이함 두 축이 있다고 했다. /아영FBC

리슬링 대표 산지인 독일 모젤 지역에 있는 그의 와이너리는 20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험한 급경사에 포도밭을 일군 게 특징이다. ‘점판암’ 토양은 풍부한 미네랄 맛을, 서늘한 기후는 낮은 알코올과 높은 산도를 만든다. “너무 가파른 나머지 기계가 한 대도 못 들어와요. 평지보다 10배는 노동력이 더 들죠. 사람 손으로만 만드는 게 우리의 오랜 전통입니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와인 강국들이 요즘 기후 변화로 고민에 빠졌지만 그의 포도밭에선 오히려 포도가 잘 익고 있다. “과거 모젤은 너무 추워서 알코올이 8%가 되기 어려울 때도 많았어요. 북쪽에 있는 우리는 날이 더워지며 와인의 퀄리티가 더 좋아지고 있어요. 남쪽 나라들은 과하게 익어서 골머리를 앓겠죠.”

와인병 상단에 'GG'가 로고가 들어가있다. 에른스트 루젠은 드라이한 리슬링 와인을 잘 고르는 법에 대해 그는 “병에 ‘GG’ 마크가 들어간 와인을 고르라”고 했다./박진성 기자

드라이한 리슬링 와인을 잘 고르는 법에 대해 그는 “병에 ‘GG’ 마크가 들어간 와인을 고르라”고 했다. ‘Grosses Gewächs’(위대한 수확물)를 줄인 말이다. 독일 최고 등급의 포도밭에서 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 드라이 와인에만 ‘GG’를 달 수 있다.

그는 ‘이 음식엔 반드시 이 와인을 먹어야 해’ 같은 조언에 연연하지 않는다. 가장 완벽한 페어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믈리에의 기준에 맞추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원치 않는 와인을 마실 필요가 없습니다. 나의 취향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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