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내 표는 무효로 해달라” 부정선거론자 몰린 인천 계양

“이의 제기는 어떻게 합니까?”
“사전투표함을 (우리가) 먼저 확인해볼 수 없나요?”
6·3 지방선거 투표 마감을 1시간 앞둔 3일 오후 5시, 인천 계양구 주민들 표가 개표될 계양체육관에서 ‘참관인 교육’이 시작됐다. 개표 과정의 공정성을 감독하기 위해 대부분 각 정당 추천으로 모인 참관인 중 유독 많은 질문을 쏟아낸 이들은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자유와혁신’ 소속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한·미 부정선거 공동조사단’(부정선거 조사단)으로도 활동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은 진땀을 빼며 “투표함을 개표 못 하게 막 (만지고) 하시면 큰일 난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유튜브 라이브는 금지” 등 참관인 수칙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이날 선거사무원(질서유지 업무) 자격으로 입회해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이뤄진 계양구 개표 과정을 참관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계양을 지역구의 지방선거·재보궐 사전투표 과정도 살폈다. 인천 계양구는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부정선거론 지지자들의 결집이 우려된 지역이다. 계양을 보궐선거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받는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출마한 영향이다. 그의 후원자로 나선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는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김현태 후보가 개표장에 간다”며 “부정선거 증거가 나오면 개표를 중단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현재 공직선거법상 후보가 일방적으로 개표를 중단시킬 근거는 없다.
실제 이날 개표소에는 김 전 단장이 등장해 수개표 작업자들을 바로 뒤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수시로 전화를 받고 휴대전화 스피커에 귀를 대는 등 내내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부정선거 조사단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투표함 봉인지가 떨어지려고 한다’는 등 계양을 개표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글이 올라왔다.

투표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계양을 지역구 사전투표가 이뤄진 계양2동행정복지센터에 온 조아무개(56)씨는 선관위 직원들을 상대로 다짜고짜 트집을 잡았다. 투표용지에 투표관리인 도장이 ‘직접’ 찍히지 않고 ‘인쇄’돼 있다는 것이었다. ‘도장이 직접 날인되지 않은 투표용지는 위조’라는 부정선거론자들 주장을 따른 것인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모두 ‘인쇄 날인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조씨는 표를 투표함에 넣은 뒤, 자신의 표를 무효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씨는 “전한길 유튜브 구독자다. 투표할 마음은 없었고, 부정선거가 이뤄지지 않나 감시하러 온 것”이라며 “부정선거라 인정할 수 없다. 투표 무효를 위해 선관위에 따지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소 안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사이 투표소 정문 바깥에서는 부정선거 감시단 소속으로 보이는 청년과 여성이 번갈아 계수기로 유권자 수를 세고 있었다. 선관위가 발표하는 투표인 숫자가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선거) 절차나 과정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공정하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필요한 행위다. 하지만 부정선거론에 대한 주장과 감시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법적 판결 등을 통해 실체 없는 의혹이라 밝혀졌다”며 “사회적으로도 이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불필요한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만큼, 무리한 주장은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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