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면 규제 대상… AI, 안 보여야 산다

안별 기자 2026. 6. 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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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고유 영역 침범하면 견제
엔지니어드 아츠

인공지능(AI)이 전 산업군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가운데, AI가 인간의 눈에 띄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업무를 보조하는 ‘백엔드(Backend)’ AI는 필수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전면에서 활동하는 ‘프런트엔드(Frontend)’ 영역의 AI는 견제와 배척을 당하는 현상이 잇따르는 것이다.

특히 전면에 나서 사람과 직접 의사소통을 하는 AI는 인간이 심리적으로 정해 놓은 일정 ‘선’을 넘는 순간 가차 없는 규제와 거부 반응에 직면하는 ‘AI 역린’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도구로는 ‘괜찮다’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코드 작성 능력을 평가하는 엔지니어 채용 면접에서 지원자들이 AI 도구를 자유롭게 활용해 코드 오류를 고치도록 했다. 구글은 “인간이 주도하고 AI가 보조하는 시대의 업무 흐름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역시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엔 대부분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AI가 사람의 분석과 추적, 연구에 보조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엔 긍정적이었다. 특히 날씨 예측(74%)과 금융 범죄 수사(70%), 신약 개발(66%) 등 백엔드 영역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높은 비율로 지지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AI를 도구로 수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미 골든글로브가 내놓은 시상식 심사 규정에 따르면, 극중 인간 배우가 노인 연기를 주도하고, AI로 주름 등 현실감 있는 노인 외모를 구현할 경우 수상 자격을 인정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AI는 과거 특수 효과(CG)처럼 자연스럽게 엔터 시장에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인간 행세에는 ‘안 괜찮다’

하지만 AI가 선을 넘어 사람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는 순간 소비자 반응은 냉담해진다. 미 여론조사 기관 허브엔터테인먼트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2%는 “콘텐츠 제작에 AI를 사용했다면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불쾌한 골짜기(언캐니 밸리)’로 설명된다. 불쾌한 골짜기는 인간을 닮은 대상일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특정 단계에 이르면 호감도 곡선이 골짜기처럼 떨어진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AI로 생성한 콘텐츠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또 AI 생성 콘텐츠로 진짜와 가짜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테크 업체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AI 라벨링을 접목하고 있다. 유튜브는 사실적인 느낌의 AI 영상일 경우 강제로 AI 라벨 표시를 부착하는 업데이트를 최근 실시했다. 허브엔터테인먼트리서치는 “소비자는 인간이 만든 콘텐츠와 AI 생성 콘텐츠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것(blurring of lines)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프런트엔드 AI의 한계는 게임 업계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는 게임 ‘아크 레이더스’의 캐릭터 성우 더빙에 AI 음성을 사용했다가 유저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캐릭터 음성이 ‘영혼 없는 메아리’ 같다” “감정을 전달하는 성우 연기는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전면에 나서는 AI보다, 인간의 제어 아래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보조하는 AI가 우선적으로 생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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