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獨 베를린 재선거 재조명

마가연 기자 2026. 6. 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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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투표소서 투표 4시간 연장
주민-경찰 간 몸싸움까지 벌어져
獨, 투표용지 부족 등 유사 사례
‘공개 선거 원칙’ 위배로 재선거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3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과천=조태형 기자

6·3 지방선거가 치러진 3일 일부 지역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혼란이 커지자 일각에선 개표를 멈추고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독일에서도 투표용지 부족과 선거 관리 부족 등으로 선거가 무효화돼 재선거를 치렀던 사례가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강남구·광진구·동작구 등 서울 일부 지역 투표소에선 준비했던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되면서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를 겪은 일부 투표소는 오후 6시였던 마감 시간을 4시간 연장해 오후 10시까지 투표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투표함을 두고 주민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파행이 벌어지기도 했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오후 10시 투표를 마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선위 허철훈 사무총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사무총장은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혼란이 커지자 지방선거 개표를 즉각 중단하고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서울 한복판에서 용지가 모자라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전대미문의 투표권 침해가 발생했다”며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의거해 중앙선거위에 서울 선거 개표를 즉시 중단하고 선거를 연기할 것을 정식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이미 서울시 선거는 오염됐다. 오염된 선거는 무효”라며 재선거 실시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노태악 위원장을 면담한 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 해외의 유사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2021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선 총선과 지방선거, 주민투표가 동시에 진행돼 유권자들은 5가지 투표용지의 6가지 항목이 기표해야 했다. 그러나 베를린주 선관위의 준비 부실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를 못하거나 다른 지역 투표용지를 배부해 투표 효력이 사라지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당시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야당들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고 독일 헌법재판소는 2년 뒤인 2023년 12월 “선거 준비와 시행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며 2256개 투표구 중 455개 투표구에서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 시장이 바뀌고, 각 당의 국회 의석 수에도 변동이 생겼다. 한국의 시·도선관위원장에 해당하는 베를린주 선거 책임자는 사퇴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특히 일부 투표소의 운영이 일시 중단된 것이 ‘공개 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공개 선거의 원칙은 선거의 모든 과정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해야 하고, 선거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 이를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마가연 기자 magnet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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