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업계 “자율주행 택시하려면 면허 사라”

김강한 기자 2026. 6. 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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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택시 사회적 협의체
택시 업계 중심으로 운영 논란
카카오모빌리티가 오는 16일부터 서울 강남구에서 자율주행 택시 ‘강남 심야 서울자율차’를 운영한다. /뉴스1

국토교통부 주도로 마련된 ‘자율주행 택시 사회적 협의체’가 택시 업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율주행은 기존 운수 업종의 경계를 허물며 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키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유독 택시 기득권 보호에 치중해 논의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택시 업계는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하고 싶으면 개당 1억원 이상인 택시 면허를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자릿세를 받겠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택시 업계 반발로 우버·카풀·타다 모두 국내 시장에 도입되지 못했다”며 “자율주행 택시마저 택시 업계 목소리에 좌우된다면 모빌리티 혁신에서 한국이 고립되고, 이용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 업계, 렌터카연합회 의결권 거부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자율주행 시대에 맞는 택시 사업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체를 발족했다. 택시 관련 단체 4곳, 카카오모빌리티, 우버, 자율주행산업협회, 교통안전공단 등 12개 단체 및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택시 관련 단체 및 업체가 보유한 의결권이 6개에 달한다.

협의체는 택시 관련 단체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 의결권 없는 옵서버 자격으로 해당 협의체에 참여한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최근 의결권을 가진 정식 구성원으로 참여를 신청했지만 지난달 27일 투표에서 부결됐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택시 관계자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투표권 부여 안건이 7대 5로 부결됐다”며 “대한민국 모빌리티 혁신을 가로막는 택시 면허 중심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택시업계는 협의체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기존 면허 총량제(현재 약 24만6407대)에 따라 운행해야 하며, 택시 면허 없이 자율주행 기반 유상 운송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라 법적 기준이 마련될 경우 면허가 없는 렌터카·차량 공유 사업자는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할 수 없다. 애초 협의체 설립 목적은 택시·플랫폼·자율주행·노조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 자율주행 도입을 위한 상생 모델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협의체는 택시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협의체로 변질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 업계의 기득권에 위협이 되는 사업자는 투표권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택시 면허 확보에만 막대한 자금 필요

택시 업계 논리대로라면 렌터카 업체 등 신규 사업자가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하려면 택시 면허를 사야 한다. 택시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개인택시 면허 시세는 1억원을 넘는다. 천안 등 일부 지역에서는 2억원을 웃돌기도 한다. 자율주행 업체들이 택시 면허 확보에만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자율주행 택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택시 업계가 모빌리티 혁신에 반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는 택시 업계 반발로 한국 상륙에 실패했고, 2016년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도입을 시도했을 때도 택시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며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철회해야 했다. 타다의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는 정치권까지 나서 2020년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미국·중국에선 이미 자율주행 택시가 요금을 받고 정식 운행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욱 정교한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하루 한국과 선진국의 자율주행 기술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셈이다. 자율주행 기업 관계자는 “택시 면허 범위 안에서만 자율주행 택시를 제공한다는 것은 자율주행 택시를 원하는 이용자가 있어도 택시 면허보다 더 많은 차량을 투입할 수 없다는 얘기”라면서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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