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이번엔 피지컬 AI 파트너 찾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 산업계가 분주하다. 젠슨 황 CEO의 이번 방한은 APEC 참석차 왔던 작년 10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테크 업계에선 젠슨 황의 이번 방한 목적이 7개월 전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고 본다. 작년 10월엔 AI 구동에 필수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장악한 ‘수퍼 갑’으로 한국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AI용 제조 데이터 확보를 위한 파트너 물색의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황 CEO가 언급하는 한국 기업이나 총수와 면담이 예정된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절대 갑에서 파트너로 위치 변화
젠슨 황은 작년 10월 방문해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강남의 치킨집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깐부 회동 쇼’를 연출했다. 국내 기업들은 젠슨 황과 관계를 통해 엔비디아의 최신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한 장이라도 더 받으려 노력했다. 젠슨 황은 당시 귀국길에 한국에 GPU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젠슨 황의 이번 방한 목적은 다르다. 우선 젠슨 황이 만나려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달라졌다. 작년엔 HBM을 생산하는 삼성과 SK, 자율 주행과 공장 자율화를 위해 GPU가 필요한 현대차 총수를 만났지만 올해는 이 외에도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 대표도 만난다. 국내 테크 업계에선 “젠슨 황이 절대 갑이라는 공급자 위치에서, 엔비디아 제품을 국내에 팔고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하는 파트너로 위치가 바뀐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필요한 엔비디아
젠슨 황이 국내 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이유는 제조 관련 데이터 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엔비디아는 GPU에선 세계 최강이지만, ‘피지컬 AI’ 분야에선 그렇지 않다. 여러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이 현실을 인식하고 행동하도록 학습시키는 VLA(시각·언어·행동) 모델 측면에서 구글·테슬라·피겨AI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실제 제조 현장에서 쌓인 현실 세계 데이터가 꼭 필요하지만 미국은 제조업 기반이 약하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중국이 엄청난 제조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엔비디아 입장에선 제조업이 강한 한국 기업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한국 업체와 협업해 피지컬 AI 표준을 선점하고, 궁극적으로 한국 제조업을 자사 플랫폼에 ‘락인(Lock-in·가두기)’ 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옴니버스(디지털 트윈), 아이작(로봇), 코스모스(피지컬 AI) 등 자사 플랫폼을 한국 제조업체에 심어 글로벌 업계 표준으로 굳히고, 한국 공장과 로봇 생태계가 엔비디아의 칩과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엔비디아 등에 타려는 국내 업체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엔비디아와 협업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AI연구원에서 엔비디아와 산업 특화 AI 모델을 공동 개발 중인 LG는 엔비디아와 협업해 가전·전장 중심에서 ‘피지컬 AI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받겠다는 전략이다.
두산은 건설기계·발전기기·로봇에서 쌓아온 운영 데이터를 엔비디아 피지컬 AI에 학습시켜 ‘두산 맞춤형 모델’을 확보하려 한다. 전력부터 AI 서버 기판 소재, 로봇까지 3중으로 엔비디아 생태계에 올라타려는 것이다. 네이버는 피지컬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며 몸집을 키우길 원한다. 젠슨 황과 만남을 예정한 기업은 이미 주가가 급등하는 ‘젠슨 황 랠리’가 벌어지고 있다. 테크 업계는 파트너를 찾으러 온 젠슨 황이 ‘얼마짜리 어떤 선물’을 내놓을지 주목한다. 최근 젠슨 황은 대만에서 엔비디아의 연간 지출을 1500억달러(약 229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또 지난 1일엔 “항상 한국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해 국내 산업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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