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우주-방산으로 ‘간판’ 바꿔 달자 주가 폭등

최지원 기자 2026. 6. 4. 00: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신약 개발사 “AI 칩 사업 진출”… ‘로켓원’으로 사명 바꾼뒤 주가 2배
日 변기 제조사 “반도체 투자 확대”
국내 기업도 AI중심 사업 재편 한창… 편중된 투자에 혁신성 저해 우려도
올해 스페이스X, 앤스로픽, 오픈AI 등 대형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투자시장 자금이 우주와 인공지능(AI) 등 특정 분야에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거나 기존 사업이 하락세로 돌아선 기업들 가운데서도 기업 ‘간판’을 바꿔 달고 우주, AI로 사업을 180도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신약을 개발하던 바이오 기업이 ‘우주 AI 데이터센터’로 사업 전환을 발표하자 주가가 두 배로 뛰는 기(奇)현상까지 나타났다.
● 우주·AI로 ‘간판’ 바꾸는 기업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신약 개발사인 ‘호스 테라퓨틱스’는 우주에서 활용 가능한 AI 칩 사업에 나서겠다며 사명을 5월 26일(현지 시간) ‘로켓원’으로 변경했다. 나스닥에서 올해 내내 주가가 1달러 선에서 머물렀던 호스 테라퓨틱스였지만, 로켓원으로 이름을 바꾼 후 5월 28일 장이 열리자마자 주가는 장중 2달러 이상으로 즉각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암 치료 등으로 피부에 부작용이 일어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왔다. 최근 글로벌 임상 2상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지만 주가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호스 테라퓨틱스는 개발하던 신약 후보물질은 자회사로 이전하고, 향후 우주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칩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주 AI 데이터센터는 우주 저궤도에 AI 반도체들을 탑재한 여러 대의 위성을 연결해 거대 데이터센터로 활용하려는 개념의 사업 아이디어. 이달 중 IPO를 계획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핵심 미래 사업으로, 많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이처럼 갑자기 새로운 비즈니스를 선언하며 환골탈태한 기업은 호스 테라퓨틱스만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던 이탈리아 바이오 기업 ‘제넨타 사이언스’가 ‘사엔트라 포지’로 사명을 바꾸고 우주·국방 분야로 사업을 변경했다. 4월에는 친환경 스니커즈 생산업체인 올버즈가 AI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하자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일본의 세라믹 변기 제조업체 ‘토토’는 변기에 사용되는 세라믹 소재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반도체 핵심 부품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이 회사는 올해 3월 회계연도 기준 전체 자본 지출의 약 11%를 반도체 제품 개발에 투자했다.

● 한쪽으로 몰리는 투자, 혁신성 저해 우려

기업들이 AI, 국방, 우주 등 돈이 되는 분야로만 몰리는 행태가 자칫 산업 전반의 혁신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바이오 업계에서 혁신이 나오려면 긴 시간 투자가 필요한데, 최근 투자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니 업종을 변경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앞서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의 마크 데일리 기술 및 혁신팀 책임자는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은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며 AI에 집중된 자금으로 인해 기후 에너지 등 필요한 분야에 자금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AI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리밸런싱 작업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인기 게임 ‘리니지’의 개발사 엔씨소프트는 올해 3월 사명을 엔씨로 변경하며, 게임 개발사에서 벗어나 AI 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보기술(IT) 시스템 통합(SI) 기업이었던 SK C&C도 지난해 AI 전환(AX) 사업을 강화하며 사명을 SK AX로 변경한 바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