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더비’ 웃은 코스튜크, 결승 길목 러시아 만난다
우크라이나 첫 佛오픈 4강행 “승리를 조국에” 눈물 소감

마르타 코스튜크(15위)가 우크라이나 선수간 맞대결이 성사된 2026 프랑스오픈(총상금 6172만3000유로) 여자 단식에서 승리하며 4강에 올랐다.
코스튜크는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8강에서 엘리나 스비톨리나(7위)를 2-1(6-3 2-6 6-2)로 이겼다. 1968년 오픈 시대가 시작된 이후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8강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끼리 맞붙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코스튜크가 승자가 됐다. 코스튜크는 오픈 시대 이후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4강에 오른 첫 우크라이나 선수라는 역사도 썼다.
코스튜크는 올 시즌 클레이코트에서 17전 전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대회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이날 경기에 앞서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향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소식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건물 일부가 무너지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코스튜크는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특히 키이우에서 다시 힘든 밤을 보냈다. 이 승리를 우크라이나에 바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코트 관중석에서는 위로와 응원의 기립 박수가 터졌다.
코스튜크는 또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 중 하나”라고 했다. 러시아의 미사일이 키이우에 거주 중인 가족 집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스튜크는 4강에서 러시아의 미라 안드레예바(8위)를 만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준결승은 경기 외적으로도 관심을 끌게 됐다.
국제대회에서 러시아 선수들을 상대하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코스튜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는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선수 중 하나다. 러시아를 비롯해 동맹국인 벨라루스 선수들과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 코스튜크는 “(그들의 태도가)더 이상 답답하지 않다. 그들은 모두 성인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 어떻게 밤에 편히 잠을 잘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드레예바는 “상대가 (우크라이나 선수든)누구든 상관없다. 제게 날아오는 공에 집중하면서 노력할 뿐”이라며 경기 외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최근 두 선수가 격돌한 지난달 마드리드오픈 결승에서는 코스튜크가 안드레예바에 2-0(6-3 7-5)으로 승리했다.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개인 통산 6번째 8강에 오른 스비톨리나는 이번에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프랑스오픈은 스비톨리나가 준결승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메이저 대회다.
그러나 코스튜크는 같은 무대에서 활약 중인 자국 선배인 스비톨리나를 향해 감사를 전했다. 경기를 앞두고도 “우크라이나 테니스의 전설”이라며 존경심을 표한 코스튜크는 경기 뒤에도 “스비톨리나는 테니스계, 우크라이나 사람들, 그리고 저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 선수”라고 말했다.
스비톨리나는 “(전쟁으로)우리 모두가 매일 이런 무거움과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다. 가족, 친구,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체에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선수의 국제대회 선전이 다음 세대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우크라이나 스포츠 전반에 걸쳐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며 코스튜크의 선전을 응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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