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론’ 또 불 지핀 선관위…‘소쿠리’ 이어 초유의 투표지 부족사태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6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한 시민이 투표 마감시간 이후 순서대로 투표가 가능하도록 정한 대기표를 받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3/dt/20260603232819327htzd.png)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도 있었지만, 이번 6·3지방선거에선 또다시 ‘투표 대기표’까지 등장하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역대 지방 선거에선 볼 수 없던 일이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 행사에 차질이 발생하는 초유의 일어 벌어졌다.
이날 오후 6시20분 기준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대기표를 받아들고 대기해야 했다.
중앙선관위가 용지를 긴급히 이송하고 투표소에 대기하던 유권자들이 투표할 수 있게 했지만, 투표소 현장의 극심한 혼란 속에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이 뒤따랐다.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선 ‘투표함 반출 저지’ 인파 몰려 대치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소쿠리 투표’ 논란 등에 이어 또다시 선거 관리의 ‘구멍’이 노출되면서 선관위의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가 참정권 침해 등을 사유로 삼은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 관련 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윤재수 선거정책실장은 이날 밤 브리핑을 통해 “18시40분쯤 나머지 투표구들은 대부분 해소됐고 송파구 3곳의 투표구만 투표가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모두 17곳의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는 자체 집계 결과를 내놨다.
송파(8곳)·강남(2곳)·서초(2곳)·광진(1곳)·동작(1곳), 인천 연수구(2곳),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1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는 또다시 선거관리 역량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쇼핑백 등에 담은,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을 자초했던 선관위다. ‘소쿠리 투표’는 보수층에겐 ‘사전투표 부정선거론’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날 선관위가 부족한 투표 용지를 ‘지퍼백’에 담아서 가져오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투표 부족 사태를 ‘지퍼백 사태’로 부르는 일까지 생겨났다.
정치권에서는 선관위가 강경보수 유권자들의 선거 불복 섬리에 불을 당겨 또다른 ‘부정선거 음모론’의 불쏘시개를 만들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서울 지역 중에서도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측에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 파악이 이뤄질 때까지 즉시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며 “진상 파악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는 다시 실시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 선거 개표를 즉시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헌법소원 등으로 이어지면서 정치 공방을 넘어 법적 공방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투표용지가 없다고 해서 그냥 돌아간 분은 참정권을 침해받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일 수 있고 복잡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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