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관심 다 빠진 ‘묽은 악마’ [이영선 특파원의 올라가자 코리아]

이영선 2026. 6. 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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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홍명보 감독 논란 민심 냉각
현장 행사 한산… 역대급 무관심 속 출전
본격 시험대… 성과로 여론만회 과제 안아

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2026.6.2 /연합뉴스

“월드컵이 다음 주라는데 실감이 안 나요.”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축구팬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관련 논란 등으로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싸늘해진 것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팀은 역대급 무관심 속 치러지는 이번 월드컵에서 성과로 만회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광화문 일원에서 월드컵 최종 명단발표 기자회견과 현장 팬 참여 행사가 열렸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드문드문 빨간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보였지만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월드컵 무대로 향할 태극전사 명단이 발표되고 이를 축하하는 다채로운 공연이 열렸지만, 시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무대를 지나쳤다. 월드컵 거리 응원을 비롯해 온 나라가 붉은 물결에 휩싸이던 ‘지구촌 대축제’가 좀처럼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무관심은 정 회장 체제 아래서 불거진 각종 논란과 협회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면서 대표팀을 향한 응원 열기마저 차갑게 식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4번의 연임으로 13년간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숱한 논란을 낳았고, 승부조작 징계 사면 등의 문제도 잇따랐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중징계 요구를 받았고,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도 패소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 회장의 특혜를 받고 대표팀 감독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홍 감독에 대한 여론도 싸늘해지면서 팬들은 적잖이 등을 돌렸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월드클래스급 전력을 보유했음에도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이제는 무관심 수준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대표팀이 역대급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결국 이번 월드컵에서의 성과가 모든 평가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직전에도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시 벤투 감독은 전술과 선수 기용을 둘러싼 각종 비판에 시달렸고 16강 진출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은 포르투갈을 꺾고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벤투 감독은 성과로 자신의 축구를 증명한 셈이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2주 앞둔 지난달 29일 정 회장은 돌연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월드컵에서의 대표팀을 향한 지지를 호소했다. 여론의 관심을 당부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쓴 셈이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이제 기회는 홍 감독에게 넘겨졌다. 이번 월드컵 본선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증가했다. 조별리그를 넘어서면 32강으로 향하기에 직전 대회에 비해 토너먼트 진출이 쉽다는 평가가 많다.

홍명보 감독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등돌린 민심을 뒤집을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이번 대회에서의 대표팀 성적에 달렸다.


/이영선 기자 ze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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