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독소조항 시정 요구 ‘봇물’
수도권 전면 배제 명시 논란… 반발
상위법률과 충돌하는 시행령 ‘모순’
경쟁력 약화 우려… 정책 수정 요구

최근 산업통상부가 마련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 초안에 수도권을 전면 배제하는 독소 조항이 명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천·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경제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반도체 특별법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경제자유구역 내에 지정할 수 있도록 해 놓고 하위 개념인 시행령에 수도권 배제 조항을 명시한 것은 모순이라며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시행령이 정부안대로 확정될 경우 인천과 경기 경제자유구역에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없게 된다.
3일 인천시, 경기도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달 중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앞서 산업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뿐만 아니라 반도체 관련 국가 지원 정책 전반에서 수도권을 배제하는 조항을 초안에 담아 관련 자치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인천·경기 지역 경제계는 수도권 배제 조항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국가 반도체 경쟁력 자체가 후퇴할 것이라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인천에는 세계 2·3위권의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스태츠칩팩코리아를 비롯해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기업인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밀집해있다.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으로 인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수도권이 원천 배제될 경우, 이들 기업은 향후 대규모 라인 증설이나 장비 투자 과정에서 세제 혜택과 정부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공항과 항만을 두고 있는 인천은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육성돼야 한다”며 “인천이 반도체클러스터 지정에서 제외될 경우 현재 인천에 형성돼있는 반도체 패키징 산업 생태계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고, 이는 곧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 초안이 상위 법률과 법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특별법 제2조 제2호 다목에는 ‘경제자유구역’을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대상 지역으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고, 시행령 제2조 제1호에서도 이를 고스란히 명시하고 있다”며 “그래놓고 정작 시행령 제15조에서 수도권을 원천 배제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은 법체계 내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경인 지역 경제계를 대변하는 상공회의소 역시 깊은 우려와 함께 합리적인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봉근 인천상의 사무처장은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내 자치단체끼리 파이를 나누는 식의 반도체 육성 정책으로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원·용인·화성·평택 등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돼 있는 경기 지역 역시 수도권 배제에 대한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경기도는 관내 31개 시·군 및 유관기관과 긴급 회의를 열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며, SK하이닉스가 소재한 이천시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수도권 배제 조항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원영덕 수원상공회의소 사무처장은 “수도권을 배제할 경우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반도체 산업의 우위를 지속할 수 있는 방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입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주·김지원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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