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왜 탄산음료는 흔들면 터질까?

김태선 음성 동성고 교장 2026. 6. 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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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음성 동성고 교장

누구나 한번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친구가 장난으로 탄산음료 캔을 흔든 후 내 쪽을 향해 열 때나, 잘 안 열려서 이리저리 용을 쓰다가 열리는 순간, 용솟음치듯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폭발하듯 비산하는 탄산음료. 때로는 탄산음료를 조심스럽게 들고, '설마 안 터지겠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 때 꼭 캔 뚜껑은 내 맘을 배신한다.

'치익!'

그리고 곧바로 손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한 콜라.
 어째서 작은 캔 안에는 이런 폭발 직전의 힘이 숨어 있는 걸까?
 게다가 흔든 후 캔 뚜껑을 열면 더 심하다. '왜 흔들면 터지는 걸까?'

탄산음료는 평소에는 조용히 버티고 있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모두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려 한다. 우리가 듣는 "치익—" 소리는, 어쩌면 그 탈출의 시작 소리인지도 모른다.

사실 탄산음료 캔 안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공간이다. 겉보기에는 그저 검은 액체가 담겨 있는 것 같은 콜라도, 사실 그 안에는 엄청난 수의 이산화탄소 분자들이 압력에 눌린 채 갇혀 있다. 마치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지하철 객차처럼 말이다. 우리가 병뚜껑을 열었을 때 "치익—" 하고 소리가 나는 이유도 내부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빠르게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체는 원래 액체 속에 그렇게 많이 녹아 있을 수 없다. 어떻게 탄산음료는 그 많은 이산화탄소를 억지로 가둬놓을 수 있을까? 답은 압력이다. 탄산음료는 생산 과정에서 높은 압력 상태로 병이나 캔 안에 밀봉된다. 

압력이 높아지면 기체는 액체 속에 더 많이 녹아들 수 있는데,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과학 원리가 바로 '헨리의 법칙(Henry's Law)'이다.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헨리(William Henry)는 1803년, 압력이 높을수록 액체 속에 더 많은 기체가 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였다. 

쉽게 말해, 압력이 강할수록 이산화탄소는 음료 안에 더 잘 녹아 있게 된다. 그래서 뚜껑을 닫고 있는 동안에는 고압 상태이므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된다. 그러나 뚜껑을 여는 순간 압력이 갑자기 낮아지면서, 액체 속 이산화탄소는 빠르게 빠져나오려 한다. 탄산 거품은 바로 그 탈출 과정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궁금한 점은 따로 있다.
왜 탄산음료는 흔든 뒤 열면 훨씬 더 크게 터지는 걸까?

그 이유는 흔드는 과정에서 액체 속에 이미 존재하던 매우 작은 기포들이 음료 전체로 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포들은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오기 위한 '출발점'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탄산음료와 샴페인의 기포 생성 과정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아주 작은 틈이나 미세한 공기주머니가 기체가 빠져나오는 핵생성 지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Jones & Evans; Liger-Belair et al.).

즉, 흔들기 전에는 탄산이 나올 길이 많지 않았는데, 흔든 뒤에는 음료 전체에 수많은 탈출 통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치 운동장에 학생 한 명만 나갈 수 있는 작은 문이 있을 때는 사람들이 천천히 빠져나오지만, 갑자기 운동장 벽 전체에 출입문이 생기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미국의 물리학자들은 탄산음료 내부에서 기포가 어떻게 생성되고 성장하는지를 연구해왔다. 특히 맨토스(사탕류)를 콜라에 넣으면 거대한 거품이 솟아오르는 현상 역시, 맨토스 표면의 미세한 틈이 이산화탄소 기포가 빠르게 생성되는 핵생성 지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American Journal of Physics, 2008).

그렇다면 흔든 탄산음료는 절대 열면 안 되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잠시 가만히 두면 내부 기포들이 다시 안정되면서 폭발 위험이 줄어든다. 혹은 뚜껑을 아주 천천히 열어 내부 압력을 조금씩 빼주는 방법도 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작은 탄산음료 하나를 들고도 터질까 봐 눈치를 본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을 만든다는 사실을.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계속 경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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