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2021년 獨 베를린은 재선거

김경필 기자 2026. 6. 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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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시의원·구의원 전체 재선거가 실시된 2023년 2월 12일, 독일 베를린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기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

독일에서는 2021년 9월 26일 수도 베를린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소송을 통해 선거가 무효화되고 2년 뒤 재선거가 치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시장이 바뀌었고, 각 당의 국회 의석 수에도 변동이 생겼다. 한국의 시·도선관위원장에 해당하는 베를린주 선거 책임자는 사퇴했다.

당시 베를린에서는 총선과 지방선거 투표, 주민 투표가 한꺼번에 진행됐다. 투표소에 온 유권자들은 한국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연방하원의원을 뽑는 선거와 시의원·구의원 선거, 주민 투표를 위해 5가지 투표용지의 6가지 항목에 기표해야 했다.

그런데 베를린주 선관위의 준비 부실로, 수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못 하거나, 효력이 없는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먼저 선관위가 유권자 한 사람이 투표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잘못 예측하고 기표소를 턱없이 적게 준비한 탓에, 유권자들이 투표소 밖에 줄을 서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다른 선거구로 갔어야 할 투표용지가 잘못 전달돼, 유권자들이 자기 선거구와 무관한 후보자가 적힌 투표용지에 기표를 하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 선거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도 있었다. 선관위가 유권자 수보다 투표용지를 적게 준비했고, 이 때문에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투표소가 속출했다. 이런 투표소들은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가 나중에 재개해, 법정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 넘어서까지 투표를 받았다. 일부 유권자는 출구 조사 결과가 보도된 상황에서 투표했다. 투표소 측에서 투표용지를 임의로 복사기로 복사해 배부하기도 했는데, 이 투표용지에 기표한 유권자들의 표는 무효가 됐다.

야당들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고, 베를린주 헌법재판소는 시의원·구의원 선거 전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베를린주 헌재는 “단 몇 명이 아니라 수천 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했거나, 유효하게 투표하지 못했거나, 부당한 조건에서 투표했거나, 외부 영향 없이 투표할 수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베를린주 헌법에 명시된 선거의 자유, 보편성, 평등의 원칙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베를린주 헌재는 특히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소 운영이 중단된 것에 대해 “투표를 기다리던 유권자들은 투표소가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또 “긴 대기 줄과 (투표소 운영) 중단으로 투표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집으로 돌아가버린 유권자가 몇 명인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베를린주 헌재는 한편 투표함에 투입된 184만여 표 가운데 2만~3만표에 문제가 있었다고 추정하면서도 “일부 선거구에서는 100여 표만 다르게 집계됐더라도 의석 배분을 바꾸기에 충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방헌법재판소도 베를린 2256개 선거구 가운데 455개 선거구의 총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하도록 했다. 연방헌재는 특히 일부 투표소의 운영이 일시 중단된 것이 ‘공개 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공개 선거의 원칙이란, 선거의 모든 과정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해야 하고, 선거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 이를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만 연방헌재는 선거의 결함이 결과를 바꿀 정도여야만 선거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연방헌재는 베를린의 전체 선거구가 아니라 결함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일부 선거구에 대해서만 재선거를 실시하라고 결정했다.

두 헌재의 결정에 따라 2023년 2월 12일 먼저 시의원·구의원 재선거가 치러졌다. 베를린 유권자들은 2021년 선거에서는 패했던 야당 기독교민주당에 표를 몰아줬고, 그 결과 시의회 다수당이 바뀌면서 시장까지 바뀌었다. 베를린 시장은 유권자들이 직선하지 않고 시의회에서 선출하기 때문이다. 이듬해 2월 11일에는 베를린 일부 선거구에서 총선이 다시 치러져, 4개 당의 연방하원 의석 수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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