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말을 안아주자

우리는 지금 말의 시대를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매체와 인터넷 등을 통해 하루에도 수많은 말과 소식을 전하며 살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공통의 관심사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던 시대를 지나 함께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각자의 말과 소식을 전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세상의 말에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소통이 사라진 말을 하고 있다. 소통(疏通)이란 ‘뜻을 나누고 서로 통하는 것’이다. 즉,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마주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각자가 아닌 서로의 이야기로 합쳐지고 그 속에서 어떤 주제에 대한 공통된 의견이 나오는 것이 말의 소통이다.
하지만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말을 나누는 이 시대에는 소통이 사라지고 자신만의 말을 하고 그 말만을 내세우는 모습이 강해지고 있다. 점차 우리의 말 속에서 입과 귀만이 남아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만을 골라 그것과 다르면 편을 가르거나 그 말조차 부정하는 모습이 돼 가고 있다.
말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다. 인간은 말을 통해 언어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단순히 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을 넘어 존재 가치를 사유하고 삶 속에서 수많은 인연과 관계를 쌓아 그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가는 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장 높은 문명과 과학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대인은 오히려 점차 말에서 멀어지고 있다. 말을 통해 소통하며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써 사람들과 다투고, 편을 가르고,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말이 이렇게 변질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성이 변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만의 편이어야 나의 사회의 일원이라고 여기고, 나와 다르면 반대편이거나 적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극단적 구분이 사회가 아닌 고립된 섬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을 통해 오늘을 살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에게 목소리나 문자로 된 말을 전하고 있을 것이며 말로 된 소식과 이야기를 찾아보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 말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말을 안아주자.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귀를 열고,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는 가르침과 같이 내 말을 넘어 상대의 말을 듣고 내 마음에 안아줘 그 말이 나의 말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다툼도 화도 말로 인해 일어난다. 하지만 자비도 사랑도 말로 전해진다. 수없이 쏟아내는 나만의 말이 아닌 상대의 말을 안아주며 화합과 자비를 함께 나누는 말을 우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불교에는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표현이 있다. 본래 수행에 있어 다른 이의 가르침과 말을 따라하거나 내세워서는 결코 깨달음을 이룰 수 없다는 가르침이지만 이제 자신의 말만을 내세워 사람과 사회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전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 위해 오늘 그 자리에서 살아간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을 결코 다툼과 화로 이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 화는 결국 불행과 잿더미만을 남길 것이다. 자비와 사랑의 말로 오늘 사람과 사회에서 살아가자. 이 속에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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