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전환, 미래 지도를 그린다] 15. 원도심 정비, 개발 속도보다 공간의 질이 중요
고층·고밀 개발만으로는
생활환경 개선 보장 어려워
정비기본계획 역할 달라져야
공공 선투자·생활권 관리 등
정비 이후 도시의 질 물어야
개항장, 정체성 회복 전략거점
인천대로·경인철도 연결축으로


인천의 도시정책은 이제 원도심을 어떻게 다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오래된 주거지, 좁은 도로, 부족한 주차공간, 취약한 보행환경, 부족한 공원과 생활SOC는 많은 원도심 생활권이 안고 있는 공통 과제다. 이런 점에서 재개발, 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은 여전히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정비사업이 곧 원도심 재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비사업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별 사업만 보면 노후 건축물이 새 아파트로 바뀌는 성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 도로, 보행공간, 공원, 주차장, 학교, 복지시설, 생활서비스가 함께 개선되지 않는다면 도시공간 전체의 질은 나아지기 어렵다. 도시는 건물의 집합이 아니다. 시민이 매일 걷고 이동하고 머무는 생활공간의 총합이다.
▲고밀 개발이 좋은 도시공간을 보장하지 않는다
원도심 정비에서 자주 나타나는 딜레마가 있다.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정비사업은 진행되기 어렵다. 반대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을 높이고 기반시설 부담을 줄이면 사업은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고층·고밀 개발이 주변 도시환경을 악화시킨다면 원도심 재생이라는 본래 목적과 멀어지게 된다.

주택가격은 정비사업과 밀접한 핵심 지표다. 인천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10년간 아파트 가격이 39% 상승했다. 반면 수도권 다른 지역인 서울은 119%, 경기도는 55% 상승했다.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지수가 53%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인천의 정비사업은 지역주민에게 더 부담이 가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동안 기존 도시공간의 실질적인 개선 없이 신규 개발사업에 집중한 결과이기도 하다.
정비사업 수익성이 부족해 밀도 완화와 행정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현실적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업성을 이유로 기반시설 개선이 계속 뒤로 밀리면, 원도심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도 여전히 걷기 어렵고, 주차가 부족하며, 공공 공간이 빈약한 도시가 될 수 있다.
개별 정비사업의 성공과 도시 전체의 성공은 같지 않다. 정비사업 이후 시민에게 어떤 거리와 공원, 어떤 보행환경과 생활권이 남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기본계획은 사업 촉진을 넘어 공간관리 기준 돼야
따라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정비기본계획은 정비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정리하고 제도적 기준을 제시하는 성격이 강했다. 앞으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정비사업을 얼마나 허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정비사업을 통해 어떤 도시공간을 만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생활권별로 도로와 보행공간의 수용능력, 공원·녹지의 부족 정도, 주차와 교통 처리, 학교와 복지시설 접근성, 상업기능과 가로활성화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용적률 인센티브도 단순히 사업성을 보완하는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공보행통로, 공원, 생활SOC, 공공시설, 가로경관 개선, 저층부 개방성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편익과 연결돼야 한다.
특히 소규모 정비사업이 여러 곳에서 따로 추진되는 지역은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개별 사업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사업이 누적되면 차량 진입, 주차, 보행안전, 일조와 경관, 공공공간 부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제는 개별 구역 단위의 심의를 넘어 블록 단위, 생활권 단위의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하나의 거점과 두 개의 축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원도심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성격의 공간은 아니다. 개항장 일대는 인천의 역사성과 수변공간, 도시 이미지를 함께 바꿀 수 있는 상징 거점이다. 대형 앵커시설 하나가 도시를 바꾼다는 단순한 기대보다, 수변·역사·문화·상업·보행 기능을 엮어 인천 원도심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전략 거점으로 봐야 한다.
인천대로와 경인철도 주변은 오랫동안 도시를 나눠 온 단절의 축이고 주변지역의 쇠퇴도가 높다. 이 두 축은 원도심의 여러 생활권을 다시 연결하고 새로운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기도 하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 경인철도 지하화사업은 그 상부공간과 주변지역을 연계 개발함으로써 원도심 재생사업이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는 전략거점이 돼야 한다.
▲정비 이후 남을 도시를 기준으로
원도심 재생의 목표는 낡은 집을 새 아파트로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결론은 아니다. 원도심이 다시 경쟁력을 가지려면 주택뿐 아니라 거리, 공원, 보행, 교통, 문화, 상업, 역사, 생활서비스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정비사업은 그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 인천의 원도심 정책은 정비사업의 단기적인 성과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몇 개 구역이 지정되었는지, 몇 세대가 공급되는지, 얼마나 빨리 착공하는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기준은 정비 이후 시민에게 남는 도시공간의 질이다. 더 걷기 쉽고 안전한지, 더 쾌적한지, 결과적으로 원도심이 살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는지 물어야 한다.
인천의 대전환은 더 높은 건물을 세우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원도심을 더 좋은 생활공간으로 바꾸는 일에서 시작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아니라, 개발 이후 남을 도시의 모습을 먼저 설계하는 일이다. 인천 원도심 정비의 기준은 몇 층을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어떤 도시를 남길 것인가 여야 한다.
/민혁기 박사·인천연구원 연구위원
민혁기 박사는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도시계획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건설환경공학부에서 각각 학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천시 도시재정비위원회, 도시및주거환경정비기금 운용위원회, 인천노후계획도시정비 자문단, 인천광역시의회 의정발전자문위원회 등 위원회에 참여해 정책 자문을 수행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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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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