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 32도에도 투표 … 자율주행 로봇이 선거 안내하기도

조병연 기자(cho.byeongyeon@mk.co.kr), 문소정 기자(mun.sojeong@mk.co.kr),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서대현 기자(sdh@mk.co.kr), 이태희 기자(lee.taehee@mk.co.kr) 2026. 6. 3. 20:2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 … 투표 현장 가보니
오전 6시부터 수십명 '오픈런'
밤새 시험 공부한 대학생부터
지팡이 짚고 오신 어르신까지
관공서 공사로 빵집서 투표도
일부 시민 다량 투표지에 당황
곳곳서 소동에 경찰까지 출동
투표지 보여주다 제지받기도
3일 서울 관악구의회에 마련된 청룡동 제5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승환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3일 시민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집에서 나와 인근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 시간 전부터 투표소에 모인 시민들이 '오픈런'을 벌이는가 하면 자율주행 선거 안내 로봇을 따라 투표장으로 나서는 시민들도 있었다.

3일 서울 서초구 이수초등학교 투표소에는 오전 6시부터 시민 수십 명이 몰려 대기줄이 이어졌다. 선거 안내원들은 이들에게 투표장 동선을 안내하고 투표 절차를 설명하기 바빴다.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 정각에 꼭 맞춰 투표소에 입장해 투표를 마치고 나온 박노석 씨(79)는 "오전부터 다른 지역에 가봐야 하는데, 투표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강한 의지를 갖고 이른 아침부터 투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뒤이어 나온 장용수 씨(35)는 "우리 지역을 얼마나 잘 알고 있고, 정확히 어떻게 지역을 이끌어 나갈지 제시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대학가인 서울 성북구 안암동 주민센터 투표소에도 10명이 넘는 시민이 찾아왔다. 이른 시간에도 대기줄 군데군데에서 청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첫 번째로 투표하러 온 고려대 재학생 성승현 씨(23)는 "시험 기간이라 학교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를 하다가 집으로 가는 길에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은기 씨(21)는 "서울시장은 특정 계층에만 집중하는 정책이 아닌 모든 시민을 아우르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일 서울 강남구 삼성2동주민센터에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로보트'가 투표 안내를 하고 있다. 조병연 기자

◆ 더위에도 아이와 함께 소중한 투표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냉방시설이 미흡한 일부 투표소 내부는 후텁지근했다. 시민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자신의 순서를 묵묵히 기다리며 투표 열기를 더했다. 지팡이에 의지해 한 걸음씩 기표소로 향하는 노인, 생애 첫 투표권을 얻은 고3 학생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아이 손을 잡고 방문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만 3세 딸과 함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반원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김원경 씨(40)는 "거리에서 유세 차량과 선거 현수막을 볼 때마다 아이가 궁금해했다. '나를 뽑아 주세요' 하는 거라고 막연히 설명했는데, 기표소에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투표가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투표지가 여러 장 주어지면서 혼란을 겪었다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이 모씨(80)는 "시장 선거 외에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나 뉴스를 접하기 힘들었다"며 "당적도 나오지 않은 교육감 선거 투표지에는 후보자 정보를 아예 몰라 기권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이 직접 시민들에게 선거 관련 정보를 안내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가 도입한 AI 자율주행 선거 안내요원 '로보트(RoVOTE)'는 시내를 주행하며 길거리에 훼손된 선거 현수막을 모니터링하거나 유권자들에게 투표소 위치와 후보자들의 공약을 전달하며 이목을 끌었다. 강남구 삼성2동주민센터에서 만난 함채린 씨(31)는 "선거 기간에 종종 봐왔는데 귀엽다"며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고 젊은 층을 겨냥한 투표 독려 차원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영주권자 투표 행렬도 이어져

관공서 공사 등의 사유로 투표소를 마련하지 못한 행정동 주민들은 제과점 같은 이색 투표소에서 투표하기도 했다. 서울 강북구청이 현재 공사 중이어서 강북구 수유3동 투표소는 근처 제과점에 설치됐다. 남편과 함께 투표하러 온 신 모씨(76)는 "빵집에서 투표를 한 건 처음인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만 선거권이 있는 대통령 선거·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투표에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다.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났거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등록된 18세 이상의 외국인이 선거권을 갖는다.

서울 대림2동 주민센터에는 영주권자들의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중국 태생 영주권자인 이용운 씨(67)는 "강원도에서 지게차 모는 일을 하는데, 투표하려고 오늘 아침에 차를 몰고 왔다"고 말했다. 영주권자로 30년째 한국에서 사는 이병수 씨(58)는 "첫 선거 참여라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 전국 각지에서 소동도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소동을 일으켜 안내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세종시에서는 40대 남성이 투표를 마친 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하다 제지를 받고 퇴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대통령도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며 "제대로 기표했는지 나도 확인해 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김해 한 투표소에서도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대통령이 투표용지를 보여줬는데, 나도 투표용지를 보여주겠다"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의해 귀가 조치를 당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선거 관련 112 신고는 총 399건으로 집계됐다.

[조병연 기자 / 문소정 기자 / 김송현 기자 / 서대현 기자 / 이태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