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쉬었음’ 상태로 내몰리는 청년들

최근 개그맨 장동민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특정 주제에 관해 토론을 진행하는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장동민은 “취업이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발언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취업 공고를 내면 40~50대만 지원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해당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그가 운영하는 ‘푸른하늘’의 채용 공고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채용 공고 플랫폼인 잡코리아에서 푸른하늘은 전부 경력직 채용만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할 곳은 있다”는 주장과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반론이 맞서며 청년 고용시장의 구조적 미스매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청년층의 취업난을 단순히 ‘일자리를 가려서 생기는 문제’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기업들이 비용 효율성과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선호하면서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 비중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청년층이 주로 진입하던 직무의 채용 규모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청년 고용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해 2030세대의 ‘쉬었음’ 인구는 7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쉬었음’ 인구는 구직이나 학업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뜻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선 과제’에 따르면 2030세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 3년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23년 64만4000명, 2024년 69만1000명, 2025년 71만7000명으로 늘었다.
경총은 “최근 청년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고용의 양적 확대에도 일자리 미스매치로 노동시장을 이탈한 청년들이 재진입하지 못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머무르는 구조적 문제를 시사한다”고 전했다.
고용이 늘어도 5060 일자리만 증가
5월 1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1월 기준)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는 전년 대비 22만1000개 증가한 2112만3000개로 나타났다.
다만 연령별로 보면 60대 강세, 20대 약세 흐름이 뚜렷하게 보였다. 60대 이상 일자리는 인구 증가폭보다 크게 늘어났지만 20대 이하 일자리는 인구 감소폭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60대 이상 일자리는 201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이하 일자리는 13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60대 이상 일자리는 보건·사회복지, 제조업, 사업·임대 등에서 늘었지만 20대 일자리는 제조업과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청년층이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에서 소외되고 있는 모습이다.
AI 확산이 막는 청년층 일자리
연령별 고용 격차가 심화하는 원인으로는 AI가 산업 현장에 보편화되면서 신입 일자리를 대체하는 구조적 변화가 꼽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 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년(15~29세) 일자리는 21만1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98.6%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증가했으며 증가분의 69.9%가 같은 업종에서 발생했다.
AI가 가장 쉽게 자동화하는 영역인 정형화된 지식 업무는 원래 청년 신입들의 업무였다. 반면 시니어의 업무인 맥락 이해, 조직 관리, 대인관계 등은 AI가 아직까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기업들은 반복적인 실무 업무를 AI로 대체하거나 최소 인력 체제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 고용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기업 채용 방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5월 20일 ‘청년 일자리 희망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청년 일자리를 위한 정책과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위원회는 앞으로 1년간 AI 대응 청년 취업 강화, 청년 현장 중심 훈련·일 경험 확대, 중소기업 청년 근로환경 개선, 지역 청년 생활 안정 지원 등을 핵심 의제로 논의하며 실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배현의 인턴기자 baehyeonu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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