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레버리지 ETF ‘광풍’…하루 거래대금 10조 돌파, 서버 마비까지[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중소증권사 거래량 폭증에 반복 거래 의혹까지…전문가 “고변동성 투자 주의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첫날부터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리며 하루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섰고, 레버리지 ETF 거래를 위한 사전교육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상장 첫날 거래대금 10조 돌파
국내 ETF 시장이 사실상 ‘반도체 레버리지 열풍’에 휩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유동성과 수수료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고,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보다 변동성이 큰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적으로 베팅했다.
5월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합산 거래대금은 10조471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산 시가총액은 4조9937억원이었다. 개인 순매수 규모만 2조530억원에 달했다. 상장 첫날 거래 규모로는 국내 ETF 시장 역사상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였다. 개인투자자는 이 상품을 하루 만에 690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ETF 가운데 상장 첫날 기준 역대 최대 개인 순매수 기록이다.
2위 역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는 6673억원이 유입됐다. SK하이닉스 관련 2배 레버리지 ETF 두 종목에만 하루 만에 1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쏠린 셈이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에도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KODEX 삼성전자 레버리지’는 3155억원, ‘TIGER 삼성전자 레버리지’는 2784억원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 레버리지’도 1572억원어치가 순매수됐다. 개인은 이날 상위 5개 상품만 2조1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주가 상승폭도 컸다.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공모가 대비 18.44% 오른 2만7775원에 거래를 마쳤고 ‘TIGER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18.56% 상승한 2만3695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외국인 매수세가 겹치면서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개인 자금 흐름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이 두각을 나타냈다.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두 종목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총 9692억원으로 삼성운용 KODEX 상품보다 많았다. 업계에서는 초저보수 전략이 개인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 TIGER 상품의 총보수는 연 0.0901%다. 반면 삼성운용 KODEX 상품은 연 0.29%다.
하지만 전체 거래 규모에서는 삼성운용이 앞섰다. 기관과 유동성공급자(LP) 거래를 포함한 거래대금 기준으로 ‘KODEX SK하이닉스 레버리지’는 4조3882억원을 기록해 ‘TIGER SK하이닉스 레버리지’(4조998억원)를 근소하게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운용이 구축한 대규모 LP 네트워크가 거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vs 보수 경쟁 격화
ETF 시장점유율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ETF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장 전날인 26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운용은 ‘규모의 힘’을 강조했다.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2종의 초기 설정액은 총 2조4000억원으로 역대 ETF 가운데 최대 규모다. 삼성운용은 지정참가회사(AP) 25곳, LP 15곳을 확보해 업계 최고 수준의 유동성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LP 간 경쟁을 통해 호가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운용은 ETF 설정·환매 구조를 ‘현물 납입형’으로 설계해 비용을 낮췄다고 강조했다. 운용사와 LP가 현물 주식을 직접 주고받는 구조여서 증권거래세와 매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래에셋운용은 ‘외국인 유동성’을 승부수로 제시했다.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2종의 상장 규모 약 1조3000억원 가운데 3290억원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상장 첫날부터 외국인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거래에 참여해 유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운용은 현금 납입형 구조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LP가 현물 주식을 직접 넘겨받지 않아도 되는 만큼 거래세 부담이 줄어들고 더 촘촘한 호가 제출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수수료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후발 운용사들도 총보수를 연 0.0901% 수준으로 낮추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계기로 국내 ETF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코스피200 등 대표지수형 레버리지 ETF 시장은 삼성운용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왔지만 개별 종목 중심 상품이 확대되면 테마형 ETF에 강점을 가진 운용사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만 명 몰리며 사전교육 홈페이지 마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레버리지 ETF 거래를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금융투자교육원의 사전교육 신청자가 폭증하면서 이날 오전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26일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 상품 거래 사전교육’ 신청자는 21만2000명, 수료자는 19만384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5일 이후 하루 만에 신청자가 6만7643명, 수료자가 5만9758명 늘어났다. 투자 열기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서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상장 첫날 주문이 몰리며 일부 LP의 자전성 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서는 유안타증권, LS증권, SK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매수·매도 상위 창구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 수천만 주 거래를 발생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량 부풀리기로 의심될 정도의 주문이 쏟아졌다”며 “상장 초기 점유율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여러 LP가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호가를 제출하다 보니 주문이 맞물려 거래가 늘어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과열은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특유의 높은 변동성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상품은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구조다. 주가가 급등할 때는 수익이 극대화되지만 반대로 변동성이 반복되면 ‘음의 복리 효과’로 손실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하루 20% 하락한 뒤 다음 날 다시 20% 상승하면 일반 상품의 손실률은 4% 수준이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 손실률은 16%까지 확대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업황과 실적 변화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은 단기 충격에도 ETF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단기 매매와 방향성 투자에 적합한 상품인 만큼 장기 투자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기대감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이 매우 큰 구조”라며 “장기 보유보다 단기 전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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